봄 春
지금 봄몸살을 앓고 있어요. 꽃잎과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하면 언제나 봄몸살을 앓습니다. 특효약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래서 아마도 뻐꾸기소리가 들리기 전에는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 보입니다.
동요
〈봄〉
함처식 작사 장수철 작곡
푸른바다 건너서 봄이 봄이 와요
제비 앞장세우고 봄이 봄이 와요
들을 지나 산 넘어 봄이 봄이 와요
제비 앞장세우고 봄이 봄이 와요
소싯적, 국민학교 2, 3학년 때 불렀던 동요입니다. 그때는 봄이 되면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머스마 가시나 할 것 없이 여럿이 줄을 지어 다니면서 목이 터저라 봄노래를 부르고 돌아다녔지요.
봄이 오면 농촌에서는 못자리를 만들고 또 논에는 모내기 준비로 물을 담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때쯤이면 어김없이 강남 갔던 제비가 지난 봄부터 가을까지 제가 살았던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제비는 물기가 있는 흙과 지푸라기를 알맞게 섞어 입에 한가득 물고 와서 대청마루 위 처마 밑에 터를 잡고 튼튼한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작년 봄에 지었던 바로 그 터에 말입니다. 물기를 머금은 논흙이 찰떡처럼 쫀득쫀득해서 집을 짓기가 안성마춤입니다.
양지쪽에는 통통하게 살이 찐 피비(필기)가 삐쭉삐쭉 솟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거리가 생겨나고 누나들은 옹기종기 모여 나물바구니를 옆에 끼고 논둑과 밭둑길을 따라다니면서 쑥을 캡니다. 별로 웃음거리도 되지 않는 조금은 촌스러운 말에도 온 들판이 떠나가도록 깔깔거리며 자지러지는 소리가 들판을 거쳐 먼 민둥산까지 가서 메아리로 되돌아와 종달새소리가 됩니다.
봄몸살은 크게 아프지 않아 그런대로 참을만해서 올해는 뻐꾸기소리가 오랫동안 들리지 않아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