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동아일보 2012-10-17
시아누크-김대중-키신저 공통점은? 中의 ‘오랜 친구’
中정부의 공식 외교용어… 123개국 601명에 호칭

“그는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老朋友·라오펑유)다.”
중국 언론은 15일 베이징(北京)에서 숨을 거둔 노로돔 시아누크 전 캄보디아 국왕 관련 보도에서 이런 문장을 빼놓지 않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우방궈(吳邦國) 원자바오(溫家寶) 등 중국 최고지도부뿐만 아니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도 조전을 보내 ‘중국 인민의 위대한 친구’를 잃은 안타까움을 전했다. 중국 언론들은 시아누크 전 국왕의 생애, 중국과의 오랜 인연 등을 자세히 전하며 애도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오랜 친구’라는 표현. 의례적 호칭이 아니라 중국 정부가 외국인에게 부여하는 공식적 칭호 성격이 강하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외교적 용어라는 것. 지난해 난팡(南方)주말이 1949년부터 2010년까지 62년 동안의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를 분석한 결과 123개국 601명을 ‘오랜 친구’로 칭했다고 전했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과 일본 간 감정이 악화됐지만 중국의 오랜 친구에는 일본인이 111명으로 가장 많다. 한국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만섭 전 국회의장, 북한의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도 ‘오랜 친구’다.
16일 중국 시나닷컴은 ‘오랜 친구’를 세대별로 분류했다. 1세대 ‘오랜 친구’는 1920년대 공산당 창립 이후 중국 혁명에 투신한 외국인들이다. 미국인 종군 기자로 ‘중국의 붉은 별’을 쓴 에드거 스노, 미국인 종군 기자 아그네스 스메들리, 캐나다 의사 노먼 베순 등이다. 2세대는 1949년 중국 건국 이후 냉전시대를 거치며 중국과 교류한 제3세계 국가 지도자들이다. 시아누크 전 국왕도 여기에 속한다. 케네스 카운다 전 잠비아 대통령 등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가 많다. 3세대는 1970년대 중국이 서방세계와 수교하는 과정에서 공헌한 인물들이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과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일본 총리 등을 꼽았다. 4세대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세계 무대 진출에 도움을 준 인물.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꼽힌다.
한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시아누크 전 국왕 유족에게 조전을 보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김 제1비서는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께서는 시아누크 대왕 폐하와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가장 숭고하고 고결한 의리관계를 맺었다”고 밝혔다. 시아누크 전 국왕은 실각한 뒤 평양에서 김 주석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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