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 이인철
그에게 모든 길은 한곳으로만 통해 있다
소금꽃 / 이인철
이제는 출렁임을 잃은 바다
뜨거운 여름 한낮
소금 속에 생활이 있다
사람도 눈물을 가두고 살면
섬 / 이인철
국숫발을 들어올릴 때마다
나는 뒤엉킨 실타래를 쓱쓱 자릅니다
조각달을 보면 홍두깨로 밀고 싶다 / 이인철
해가 진 여름저녁 어머니는 흰 살 한 점 떼어 홍두깨로 늘린다 반상 위에 가난이 점점 넓어진다 가난도 곽 차면 달이 된다 얇아진 반죽 아래에 반상의 굳은 피가 보인다
할머니는 어머니가 만든 둥근 달을 접어 칼로 잘근잘근 썰어 나간다 하얗게 쏟아지는 국숫발들
어머니는 그 국숫발들을 가마솥에 끓여 식구들에게 한 그릇씩 퍼준다 우리는 마당 평상에 앉아 국수를 먹으며 가난한 배를 불렸다
조각달이 뜨면 가끔은 홍두깨를 들고 나가 달을 둥글게 늘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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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 원문보기 글쓴이: 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