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살이 ♠
함께 산다는 것이
꼭 잠자리를 같이 해야 것이 아니고
함께 잔다는 것이
꼭 섹스를 함께 나눠야 하는 것이 아니란 걸
우리는 나무가 잎새를 품는 일처럼 알고 있었거늘...
우리 사이에선
들처럼 평온한
침묵 속의 이런 자연스러움이
때로 사람들 사이에선
비밀처럼
갸우뚱 거리는 고개가 된다...
간밤엔
당신과의 무한한 꿈을 쫓아다니다가
꼬리 잘린 토막잠에
이렇게
꿈뻑꿈뻑
두꺼비 눈까풀이 되어버렸는데...
두 눈을 감으면
지금도
행복한
당신과 내가 보여...
난 당신과 함께 살아보기 전에
먼저 결혼이란걸 할거다~~!!
그건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란걸 다짐해 주기도 하고
서로의 귀중한 보물로
찜 했다는걸 말해주기 때문이야.
사람들에게 보일 필요는 없지만
당신과 내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으니
난 꼭 그렇게 하고 싶어.
그리고 당신과 함께 하는 공간은
당신과 내 맘에 꼭 들었으면 해.
돈을 많이 들이고
새로운 몰딩을 해야 하는건 아니지만
그속에서 하늘을 느끼고
바다를 느끼고
숲을 느끼고...
그래서 난 꼭
새 인테리어도 필요해.
난 제일 먼저
날씬하게 뻣은 긴 다리의 다리미대와
김을 뿡뿡 뿜을 수 있는
구멍 숭숭 다리미를 살거야.
그래서 당신의 와이셔츠는 꼭 내가 다려
당신 목에 따끈한 칼라로 걸어주고 싶어.
보온병도 꼭 먼저 마련하고 싶은
품목 중의 하나야.
온갖 약재를 넣고 다린
몸에 좋은 풀뿌리 물을
출근길에 챙겨주고
열심히 일한 당신이
머리 깊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기지개를 펴며 한 숨 돌릴 때
따끈한 웰빙차의 여유로
당신의 온갖 피로를
샘물처럼 맑게 풀어주고 싶어.
그리고...그리고...
당신과 함께 살을 맞대는 침구는
꼭 하얀 시트로 깔고 싶어.
가능하면 빳빳하게 풀을 매겨서
땀 많은 당신의 피부가
고실고실한 상큼함을 느끼도록 해주고 싶어.
어쩜 손 끝 매무새 일이라 힘들 수 도 있겠지.
하지만 그럴지라도
풀 매긴 면 시트의 시원함으로
하늘 위에 두둥실 구름처럼 뜨게 해주고 싶어...
주먹으로 옹송옹송 밥알을 뭉쳐
유뷰초밥 , 김밥을 만들고
모양도 예쁘게 장식하고
그래서 덜한 솜씨지만
맛나게 보이게 하고 싶어.
가끔은 당신에게
도시락을 선물해
당신을 놀래켜 주고도 싶은데...
우리 공간에 음악은 필수겠지?
손을 뻗어 우리가 서로에게 닿는다면
그 자체로 아름다운 소리의 악기가 되겠지만
우리가 혹여 침묵의 대화중이라면
밑그림처럼 잔잔하게 깔아 줄
여백의 소리음악은 꼭 있어야겠지.
아마도 음에 일가견이 있는 당신이니
쟝르별로 들려주는 음악에
난 버드나무처럼 간지럼을 탈지도 몰라.
어쩜...발가락 사이에서 꼬물대는 음악땜에
팝콘처럼 통통통...
춤을 추며 튀어오를지도 모르겠어...
어느 귀퉁이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어느 귀퉁이까지 옮겨가서
가볍게 치고 받는 손 장난에
앳띤 사랑살이가 될지 모르니
식탁은 귀퉁이가 없는
둥근 모양으로 준비하고 싶어.
예쁜 꽃무늬 식탁보도 깔고...
가끔은 분위기 있는 저녁 식사를 위해서
두 개의 은촛대 위에
하늘하늘 촛불이 마주보며 춤추게 할거야
늘 지지않게 한 다발이거나 한 송이 꽃을
꽂아 두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난...절대로 ...
전기 밥솥은 쓰지 않을거야
밥물 넘친 밥이 얼마나 고소한지
당신은 알고 있는지...
뜸을 좀 길게 들여 밥알을 눌려
한 사발 누룽지탕을 끓여 낸다면
당신과의 식사는
더 할 수 없는 행복일거야...
그리고...그리고...
아주 귀한걸 하나 마련해 놓을거야.
바로 당신과 내가 주고 받는 자그마한 노트...
그래서 우리가 바빠 서로 빗겨 가는날
우린 그 노트에다 서로에게 못한 말들을 하게 되는거지
가끔은 사랑의 씨알 일 수도 있고
또 가끔은 다툼 후의 미안한 열매 일 수도 있겠지
어쩜 당신이
멋진 식당에 식사 예약을 해놓았다거나
음악회 티켓을 끊어 놓았다거나
아님 한강 둔치에서 라면을 먹자거나...
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와...
당신과 함께라면
이 모든게 가능할것 같은데...
어젯밤 ...
난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니느라
토막난 잠에...
꼬박 밤을 새버렸다...
글 : 남오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