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띠 이야기
유당 노병철
이제 며칠 있으면 뱀의 해는 지나가고 말의 해가 온다고 한다. 이게 맞는 말일까? 우린 생각 없이 이렇게 사용을 많이 해 왔다. 해가 바뀌면 새해 인사도 주고받으면서 당연히 띠도 바뀐다고 믿는 것이다. 곧 다가올 구정인 설날에 똑같은 새해 인사가 이젠 지겹기도 하지만 전통적 명절이라 잘못 입대면 치도곤을 당하기에 그냥 명절 음식을 차려 제사도 지내고 친척이나 가족들과 나눠 먹으며 우의를 다진다.
여기서 농경 사회 때 농사를 짓기 위해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는 ‘음력’이란 개념이 나온다. 지금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음력은 그래도 우리 생활 구석구석 자리 잡고 나름 행세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생일을 음력으로 찾아 먹는 세대는 당연하게 음력을 받아들이지만, 젊은 세대들에겐 귀찮은 달력 셈법이다. 더 문제는 나이 든 사람조차 음력의 개념을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설명해 주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다.
해가 바뀌었지만, 구정이 오기 전에 손주가 태어났다면 띠가 무슨 띠일까? 2025년은 을사년(乙巳年, 푸른 뱀의 해)이고 2026년은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이다. 2026년 구정은 2월 17일이다. 그러면 2월 17일 전에 애가 나오면 말띠가 아니라 뱀띠가 된다. 양력으론 해가 바뀌었지만, 음력으론 아직 바뀌지 않았기에 그렇게 된다. 다시 정리하자면 2월 16일생은 뱀띠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주는 어른은 없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말띠로 불러준다.
한때 띠가 운명을 좌우하는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도 귀한 자식이 태어났다고 애 사주보러 가는 정신 빠진 사람도 아직 있다. 내가 사주대로 됐으면 지금 서울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을 팔자이고 나와 결혼한 여자는 백호대살이 끼어 삼 년 안에 죽고 난 젊은 여자랑 결혼을 한 번 더 해야 맞다. 젊은 여자에서 난 아들은 큰 인물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난 대구에서 궁색한 살림살이에 지쳐있고 마누라는 사십 년이 되도록 옆에서 소파에 누워 땅콩 까먹고 있다. 아들은 없고 딸만 둘이 제 아비 등골을 빼먹으려 한다.
한번 더 헷갈리는 것은 명리나 사주 볼 때는 입춘을 기점으로 띠가 바뀐다. 팔자는 계절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운을 보는 것이기에 그렇다. 2026년 입춘은 2월 4일이다. 그럼, 2월 16일생은 다시 말띠라 불러줘야 한다. 물론 명리나 사주보는 사람이 알아서 계산하겠지만, 띠를 이야기할 때는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내 사주가 애당초 의심이 많이 간다.
“쥐띠랑 말띠는 더럽게 안 맞아.”
이렇게 띠를 잘못 알고 있으면 재미로 띠로 궁합을 보거나 혹은 절 달력 뒤쪽에 있는 띠로 보는 원진이나 상충, 육합 같은 것을 잘못 해석해서 서로의 띠도 제대로 모르면서 “우린 맞니. 안 맞니”하는 수가 생기게 된다. 자칫 서로를 비난하거나 집구석 안 돌아가는 것을 띠 궁합이 안 맞다고 생각하며 살지도 모른다. 환장할 일이다.
“당신 띠가 무엇이오?”
“양력으론 쥐띠고 음력으론 돼지띠가 되며 사주 띠는 다시 쥐띠이고 호적은 소띠로 되어있어 어느 띠를 묻고자 하는 것입니까?”
“미안하오. 몇 년생이오?”
첫댓글 함부로 띠 타령을 하는 사람 골탕 먹이기기에 좋은 글입니다. ㅎㅎㅎ
사실대로 쓴 글이 맞긴한데
유당선생 너무 복잡하게
계산하고 살지 마시기 부탁
드립니다.
나는 생일이 호적에10월3일 인데 양력입니다. 용띠고요. 그러니 복잡하고 바
뀔 일이 없지요.
다만 개천절에 태극기달고
기념식하고 만세도 불러준다고 새삼 생일상 차릴 필요는 없다고...마누라에게
푸대접 받기는 했습니다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