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자연 생태하천
/류인록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雨水절후를 지나고 나니 봄을 시샘하던 꽃샘추위도 한 풀 꺾였나보다. 아침 기온이 봄날임을 말해주는 일요일이다. 7시에 일어나 느긋한 여유의 시간으로 딸이 아침상을 차렸다. 막걸리 한 잔 곁들인 식사를 마친 후 오랜만에 부녀간은 아침 산책길에 나섰다.
집에서 10분 거리인 ‘심곡천’ 시발점에 도착하자 나는 자칭 ‘심곡천’ 해설사가 되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드나드는 곳이지만 부녀간에 같이 오기는 처음이다. 내가 부천사람이 된지 어언 41년이다. 이사 온 후 몇 년 뒤 원래의 ‘심곡천’은 부천이 도시화가 된 후 교통의 원활을 위하여 ‘복개천’ 도로로 바뀌었다. 31년 동안 ‘복개천’ 도로로 그 역할을 하다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어쨌든 도심 속 자연 생태하천으로 탈바꿈 한지 올해로 4년차가 된다.
소명사거리를 기점으로 소방서 방향으로 970m의 길이이다. 이곳에서 부천의 ‘랜드마크’인 ‘리첸시아’를 바라본다. ‘리첸시아’는 부천에서 가장 높은 66층 건물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낮보다 밤이 더욱 보기 좋다. 도심 속 불빛과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부천은 문화의 도시이다. 문화의 도시답게 ‘심곡천’을 가로지르는 교량의 이름들이 특이하다. 첫 번째 교량은 ‘목일신교‘이다. 동요작가이자 시인인 그는 부천에 살았던 교육자 중에 하나다. 여렸을 적 불렀던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릉‘의 작사자이기도 하다 두 번째 교량은 원미동과 심곡동이 이웃임을 알리는 원미교이고 세 번째 이름은 소설가 ’양귀자‘ 교이다. 그는 젊었을 적 원미동에 잠시 살때에 ’원미동 사람들‘이란 소설로 일약 유명해진 사람이다. 중학교 교과서에도 소설의 한편이 소개된바 있다. 그래서 부천 하면 원미동이고 매년 4월이면 ’원미산‘ 진달래 축제가 유명하다.
네 번째 교량은 ‘펄벅교’이다. 노벨 문학상에 오른 대지의 작가이자 ‘소사’ 희망원에서 혼혈아들을 극진히 돌보았던 그의 기념관은 심곡동에 있다. 부천에 ‘펄벅 기념관’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부천역에서 가까운 거리이니 한 번 쯤 찾아가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 든다. 다섯 번째의 교량은 심곡교이다. 부천역의 교통의 중심역할을 하는 교량이며 여섯 번째의 교량은 부천의 민족詩人 ‘변영로교’이다. 부천에 여러 공원에는 심심치 않게 '변영로' 시인의 시비가 있다. 이 교량 옆에는 '변영로'시인의 '봄비'를 따 이름 지은 봄비공원이 있고 시인의 약력과 더불어 시비가 있다.
‘심곡천’에 흐르는 물은 대장동에 위치한 북부 수자원 생태공원에서 생산되는 재 이용수를 하루 21.000t씩 안정적으로 공급하기에 가뭄과는 상관없이 흘러 굴포천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간다. 수심은 60여cm로 얕지만 유속이 빠르기에 지난추위에도 얼지 않았고 ‘왜가리'가 먹이 사냥을 하러 찾아왔으며 가뭄과 상관없이 일정한 물을 흘려보낼 수 있는 곳이다. 수많은 송사리들과 월척인 잉어들이 유영을 하고 밤이면 까만 다슬기들이 나와 별들과 소곤댄다. 이곳에 자라는 식물들은 붓꽃, 쑥부쟁이, 꽃창포, 맥문동, 개나리, 꽃 양귀비, 꽃창포등 여러종류들로서 찾는이들의 눈 호강을 시켜준다.
2019년도 여름 이곳 행사에 초대가수 ‘김상희’가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야외무대에서 관객들이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같이 박수를 치는 이런 멋진 공연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코로나 19로 인하여 축제를 간소화 하게 보냈지만 하루 빨리 코로나 19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그날이 오면 멋진 공연과 더불어 부천의 명소로 널리 알려지리라고 본다. 이곳에 또 한 가지 자랑을 더 한다면 시작점과 끝 지점에 폭포가 있다. 이 폭포는 낮보다 밤에 더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색색으로 조명이 바뀌는 폭포는 그야말로 환상적으로 도심 속의 자연 생태하천을 더욱 아름답고 빛나게 한다.
한편 다른 지방 도시에서 ‘심곡천’을 롤모델로 하러 견학하러 온 곳들도 많다. 우리는 ‘심곡천’을 더욱 더 사랑하며 아끼고 보전하며 잘 가꾸어 부천의 명소로 나아가 수도권의 아름다운 생태하천으로 그 이름을 떨치기를 소원한다.
2021년 2월 21일
아! 길고 길었던 31년
/류인록
나는 원래 ‘성’은 ‘심’ 이름은 ‘곡천’이었지
어느 해 나의 의지와는 전혀 다르게 강제로
‘성’은 ‘복’ 이름은 ‘개천’으로 바뀌었지
그 세월이 길고 길었던 31년 고난의 날이었지
참고 참으며 암울한 세월을 보냈더니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는 그 말이 맞아
뚜껑이 열리니 해와 달과 밤하늘의 별도 보네
내 모습 보노라니 스스로 감회가 새로 워 지네
하수도 물로 씻어가며 세월 보내다가
2급수로 씻고 살게 되니 날것만 같네
수많은 물고기들이 떼 지어 유영을 하고
밤이면 까만 다슬기들이 마실 나와 별들과 속삭인다.
옛날의 내 이름을 찾게 해준 공을 갚아야 하기에
맑은 물 졸졸졸 흘려보내며 맑은 공기 만들고
봄 · 여름 · 가을 · 겨울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언제까지나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내 몫을 다 하련다
심곡 시민의 강물 유유히 흐르고 흘러 ‘굴포천’따라
아라 뱃길 타고 서해 바다로 한강 · 대동강 물 만나
얼싸안고 두리둥실 춤추며 유네스코가 선정한
동아시아 최초 문학창의 도시 ‘부천’을 널리널리 알리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