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전국적인 하락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 외곽, 수도권에서 최고가 기록을 쓴 단지도 나와 주목된다. 시장 환경과 무관하게 강세를 보이는 일부 초고가 아파트가 아닌데도 신고가 거래가 체결됐기 때문이다. 거래 배경은 계약 해제 이후 실거래 가격이 재등록되는 등 일반적인 상승 거래라고 보기는 힘들거나, 수요자가 실제로 호가를 받아주는 등 각각 달랐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킨텍스원시티2 블럭’ 전용 84㎡는 지난달 30일 16억5500만원(38층)의 실거래가가 등록됐다. 이는 올들어 고양시 내 아파트 중 가장 비싸게 팔린 가격이다. 특히 해당 아파트 동일 면적의 최고가로, 불과 5일 전에는 4억원 이상 낮은 12억5000만원(47층)에 거래가 등록된 바 있다. 올해 1월 거래 가격은 10억3000만원(15층)으로 6억원 이상 낮았다.
그러나 인근 중개업소들의 말을 종합하면 해당 호수는 지난해 3월 16억55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일시적인 계약 취소 및 잔금 날짜를 변경한 뒤 실거래가를 다시 등록한 물건이다. 지난해 3월 동일한 가격의 거래가 등록된 바 있는데 같은 집이란 설명이다실제로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상에는 작년 계약 건은 올해 3월 31일 계약 해제 사유가 발생해 해제됐다고 나와있다. 다만 실거래가 등록 가격과 날짜 등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일부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에는 계약 해제 사실이 나오지 않아, 수억원씩 뛴 상승 거래로 착각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동일 평형 호가는 이보다 4억원 이상 낮은 12억원대부터 시작한다.
최근 서울 외곽에서도 최고가 거래가 나왔는데, 이는 희귀한 매물의 호가를 받아준 사례였다. 강서구 화곡동 ‘강서힐스테이트’ 전용 152㎡는 지난달 22일 17억8000만원(11층)에 팔렸는데, 올 들어 강서구 내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가격이었다. 이 아파트가 지난해 3월 기록한 직전 최고가(17억5000만원·12층)와 비교하면 3000만원 오른 수준이다.
거래를 직접 중개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이는 구매력 있는 수요자가 원하는 매물을 시세대로 매입한 정상 거래라고 한다. 매물 자체가 많지 않았고, 1년 전 가격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면적은 총 2603세대 규모 강서 힐스테이트 아파트에서 144세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3월 17억원대에 팔린 이후 2건의 실거래가는 14억원대였는데, 급매가 해소된 뒤 호가가 다시 올랐다. 현재 호가는 17억5000만원부터 시작한다.
이런 가운데 간헐적인 신고가 거래를 집값 상승 신호로는 보기 어렵단 분석이 나온다. 시장 전반적으로 보면 급매물 소진 이후 매수자와 매도자 간 희망가격 격차가 유지돼, 거래가 한산한 데다 매물도 쌓여 아파트값 하락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전국 아파트값 하락률은 -0.22%로 지난주(-0.19%)보다 낙폭을 키웠다. 서울 아파트값은 0.13% 하락해 지난주(-0.13%)와 같았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규제 완화로 인한 일부 사례 등을 제외하면, 최고가 거래가 속출하기는 어려운 시장 상황”이라며 “아직까지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며 바닥을 다져갈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고은결 keg@heraldcorp.com https://naver.me/xoK8ewc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