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러시아 최신 중거리(사정거리 최대 5천㎞) 탄도 미사일 오레슈니크(Орешник, 오레쉬니크로 발음?)가 3번째로 수도 키예프(키이우) 외곽을 때렸다. 오레슈니크는 2024년 11월 드니프로를, 올해 1월에는 서부 르보프(르비우)를 공격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가제타루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3일 밤(23일 밤~24일 새벽)오레슈니크를 비롯해 치르콘, 이스칸데르, 킨잘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우크라이나의 군사 지휘 시설, 공군 기지, 방산 기업들을 대규모로 공습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중 미사일 55발과 드론 549대를 격추했다고 밝혔지만, 최신 탄도미사일 등은 방공망을 뚫고 키예프 일부 지역을 강타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날 공격으로 최소 4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세 번째 공격 목표로 수도 키예프(키이우)로 정한 러시아 오레슈니크 탄도 미사일의 발사 장면/사진 출처:kuban24.tv
러시아 오레슈니크 탄도 미사일이 키예프 외곽 지역을 타격하는 장면/사진출처:rznonline.ru 영상 캡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4일 텔레그램에 "러시아가 밤새 탄도미사일 36발 등 미사일 90발과 드론 600대를 발사했다"며 "키예프 외곽의 빌라 체르크바 지역이 오레슈니크 최신 탄도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SHOT'에 따르면, 빌라 체르크바에 있는 FP-1 드론 조립 공장이 오레슈니크 미사일의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러시아군의 이날 공습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이 주장한 대로 우크라이나군의 루간스크주(州) 스타로빌스크 대학(직업학교) 기숙사를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러시아군의 이날 공습은 두 가지 측면에서 우크라이나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우선 오레슈니크 미사일의 세 번째 공격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24일 오레슈니크 미사일이 빌라 체르크바 지역의 자동차 정비 공장을 타격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러시아군의 주장은 현지 비행장 타격이다. 다행히 오레슈니크 미사일이 핵탄두와 같은 폭발물 탄두를 장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피해는 나지 않았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오레슈니크 미사일이 어떤 방공망도 뚫을 수 있으며, 만약 핵탄두를 탑재할 경우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에게 분명히 보여줬다는 점이다. 세 차례 공격만으로도 우크라이나의 현재 방공망이 오레슈니크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 키예프시의 방공망이 작동하는 장면/영상 캡처
다른 하나는 예상보다 허약한 키예프의 방공망 문제다.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부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방공망은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인 킨잘이나 치르콘은 단 한 발도 요격하지 못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30발 중 11발만 요격됐다.
수도 키예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더욱 촘촘한 방공 시스템 덕분에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겨졌으나, 이번 공격으로 믿을 만하지 않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가 키예프를 향해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지 않았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촘촘한 방공망이 거론됐는데,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 미국의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 공급 중단이 결정적인 이유로 보인다.
스트라나.ua는 방공망의 부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주요 정치·군사 지휘부가 있는 키예프의 도심(특히 대통령실이 위치한 반코바 거리)를 타격하겠다는 크렘린의 위협대로, 키예프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이 훨씬 더 빈번해질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군의 보복 공격이 키예프로 집중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공습 이후 우크라이나 최고 라다(의회) 의원인 막심 부잔스키와 알렉세이(올렉시) 곤차렌코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전쟁 종식과 평화를 호소하는 글을 게시한 이유다.
곤차렌코 의원은 텔레그램에 "전쟁은 끝나야 한다. 우리에게는 미사일이 아니라 평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썼고, 부찬스키 의원도 "우크라이나는 절박하게 적대 행위의 종식을 필요로 한다. '절박하게'라는 단어 자체에는 부끄러울 것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파괴된 루간스크주 스타로벨스크 대학 기숙사에는 주인없는 인형과 물품들이 흩어져 있다/러시아 매체 즈베즈다 영상 캡처
러시아군의 이번 보복 공습를 초래한 것은 총 21명이 사망한 러시아군 점령지인 루간스크주(州)스타로벨스크 대학 기숙사 공격이었다.
러시아 당국은 22일 스타로벨스크 대학교 기숙사가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아 학생 16명이 숨지고 4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들은 밤사이 공격이 시작됐을 당시, 기숙사에는 14~18세 학생 86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분노한 푸틴 대통령은 즉각 러시아 국방부에 대응책 준비를 지시했고, 이틀만에 보복 공격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공격이 인근에 있는 러시아 드론 특수 부대 '루비콘'의 지휘소를 타격한 것이라며 러시아가 정보를 조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의 요구에 의해 열린 유엔 안보리 긴급 회동에서도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 대사의 전쟁 범죄 비난을 '순전한 선동 쇼'라고 반박하면서 러시아 전쟁 시설을 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우크라 양측은 서로 민간인 피해가 난 공격에 대해서는 민간인 시설이 아니라 군사시설을 때린 것이라고 부인한다. 또 에너지와 교통 시설 등 사회 인프라를 공격하면서도 군사작전에 이용되고 있다는 점을 주요 명분으로 내세운다. 서로 '눈감고 아웅하는' 격이지만 전쟁 중이라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상대의 족집게 공격을 피하고 부정적인 여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병원이나 호텔, 대학, 번화한 상업 시설에 군 지휘부를 둔다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