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봐 준거였군요.
최근 저녁 무렵, 읍내에서 한시간 가량 기다려야 할 일이 있어서 저녁을 먹으려고 짬뽕집을 찾았습니다.
식사를 주문해 놓고서 기다리는데, 건너편 테이블에는 다섯 분이 저녁 식사 겸 한잔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일가족으로 보이는 분들인데 가족 송년회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부부와 성인인 딸 셋이 오붓하게 옛날 일들을 회상하는데, 그중에 맏딸로 보이는 여자분이 하는 이야기가 귀에 쏙 들어왔습니다.
많아야 4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분이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같은 반 남자아이들을 패고 다녔답니다.
곱상하게 생긴 외모와 달리 어렸을 때는 한주먹을 했던가 봅니다.
그런데 이분의 다음 말이 걸작입니다.
“6학년 때까지는 남자아이들을 때릴 때는 자신이 힘이 세서 그런 줄 알았는데, 중학교를 진학하니 갑자기 남자 아이들의 키와 여러 가지가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아! 친구 들을 나는 때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나에게 맞아 준 것이구나.
나를 봐 준거구나.“ 그날 그분의 인생 경험담을 들으며 귀한 깨달음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그분의 고백처럼 봐주기에 넘어갈 수 있고, 덮어주기에 무탈할 수 있고, 감싸주기에 순탄할 때가 많음을 경험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인생살이에 내가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가기에 그나마 이 정도라도 살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인생살이는 어떤 가치와 관점을 가지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대광실에 살면서도 불행하다고 탄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움막 같은 집에 살면서도 천국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스포츠 해설자들 가운데 자주 쓰는 표현이 운칠기삼이라는 말 속에도 이러한 인생의 원리(?)가 담겨 있다고 하겠습니다.
개인 종목이 아닌 단체 운동의 경우 자신이 속한 팀이 성적을 내려면 자신이 잘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타인도 잘 해야 합니다.
나아가 팀원 모두가 노력하여서 분위기도 좋은데 팀 성적이 따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의 한 팀 감독이 경기에 진 후 행한 인터뷰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경기를 우리가 지배했는데 왜 졌는지 모르겠다.“
축구 경기의 특성을 표현한 말이지만 패장이 할 말은 아니라는 분위기입니다.
겸손한 삶이란 어떤 것일까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로 설명이 가능할 것입니다.
사도행전 12장에는 겸손한 삶의 반대 모습을 유대의 분봉왕 헤롯을 통해 증언합니다.
<21. 헤롯이 날을 택하여 왕복을 입고 단상에 앉아 백성에게 연설하니
22. 백성들이 크게 부르되 이것은 신의 소리요 사람의 소리가 아니라 하거늘
23. 헤롯이 영광을 하나님께로 돌리지 아니하므로 주의 사자가 곧 치니 벌레에게 먹혀 죽으니라>(행12:21-23)
일반적으로 겸손이라 하면 행동을 연상하지만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겸손은 삶의 목적과 연관이 됨을 성경은 증언합니다.
바로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마6:33)삶을 구현하는 이야 말로 삶속에서 겸손함을 드러낼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듯 자신의 자리에서 누구보다 달음질하는 인생을 살았음에도 나는 죽고 예수 그리스도만을 드러내기를 원했던 한 인물을 잘 알고 있습니다.
<23. 내가 수고를 넘치도록 하고 옥에 갇히기도 더 많이 하고 매도 수없이 맞고 여러 번 죽을 뻔하였으니 24. 유대인들에게 사십에서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 맞았으며 25.세 번 태장으로 맞고 한 번 돌로 맞고 세 번 파선하고 일 주야를 깊은 바다에서 지냈으며 26. 여러 번 여행하면서 강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동족의 위험과 이방인의 위험과 시내의 위험과 광야의 위험과 바다의 위험과 거짓 형제 중의 위험을 당하고 27. 또 수고하며 애쓰고 여러 번 자지 못하고 주리며 목마르고 여러 번 굶고 춥고 헐벗었노라>(고후11:23-27)
이러했던 그가 고린도 교우들에게 편지하면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 15:10)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함에 있어서 광인(狂人)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사도 바울이 이렇게 고백했다면 오늘 우리는 한 해를 결산하며 어떤 고백을 해야 할까요?
<아! 하나님, 올 한해도 많이 봐주셨군요! 내년에도 더 많이 수고할 수 있는 건강과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나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게 하옵소서!> 라 기도하렵니다.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