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 46구간(백복령-생계령-고병이재-석병산-두리봉-삽당령)종주기
【 제 1 부 】
북위 37도 32분 31초, 동경 128도 57분 53,1초, 백복령의 좌표다. 태백산맥 준령에 전설의 아라리가 남아있
는 태령(泰嶺)이다. 백두대간 46구간은 이곳 백봉령에서 서북진 하여 석병산을 찍고, 다시 서남진 하여 삽
당령(N 37 34 32,2 . E 128 51 06,1) 에 이르는 도상거리 18,5 Km의 대간 마루금 이다. 좌표상 북위 2분 1,1
초, 동경 6도 53초 차이다 보니, 삽당령은 백복령 위 능선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거리에 있다. 하지만 이
길은 가플막 오르내리며 굽이 치듯 돌고 도는 능선길 이라서, 겨울철 짧은 하룻낮 시간에걸쳐 종주 하기에
는 체력적으로는 무난해도 시간상으로는 조금은 버겁다. 이 구간엔 꼭 보고 담아야 할 것들이 많은 곳, 백
두대간의 대자연을 관조(觀照)함은 물론 특히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카르스트 지대를 직접 답사하며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24 절기(節氣) 중 소설(小雪)은 언제나 가을의 전설을, 슬프지만 나뭇가지의 마지막 잎새까지 거두려 소리
소문 없이 찾아와 눈 내리고 겨울 왔음을 알린다. 엇그제가 올해의 소설 이었는 데 어제는 강원 북부 산간
에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하니, 언제나 변함이 없는 것은 절기 뿐인 듯 하다. 한해의 첫겨울 첫눈은 서설
(瑞雪)이라 한다. 모두가 기다리는 첫눈인데 어찌 상스럽지 않겠는가 ! 2012,11,24 토요 새벽,혹여 오늘 산
행이 눈꽃 산행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쫗을까! 하는 기대감에 가벼운 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그런데 4시간
을 달려 찾은 백복령은 정말 설원되어 맞아 준다. 환상일까 착각할 정도다. 장송(長松)의 바늘잎에 소복한
눈꽃 피어 솔잎 더 푸르고, 자작나무 숲은 설상가상으로 더 희어 실가지에 내리는 살폿한 햇살마져 토하고
섰다. 카메라의 셧트 소리가 멈출 줄 모른다.
오전 11시 10분, 백복령 표지석대를 뒤로하고 자작나무 숲속 대간길 질러 오르는 길섶에는 대원들의 눈밟
는 자국 자국마다 상큼한 뽀드득 찬가 울린다. 능선에 올라서서 오늘 여정의 대간 마루금을 쫓아 서북쪽
삽당령을 찾으니, 멀리 두리봉 아래에 숨어있다. 발아래 자병산은 석회석 채광으로 산 전체가 마치 눈 맞아
희듯 그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는, 갈색 나목숲이 그리운 양 울부 -채광을 위한 발파 작업으로 굉음이 요란
하다- 짖는다. 서사면을 내려서니 길섶 우거진 국수나무 덤불에 핀 설화가 윙크하고, 가지 끝에서 녹다가
만 눈은 이슬된체 얼어 수정처럼 영롱하다. 음지의 수은주는 낮에도 영하이니 겨울이 깊어지고 있나 싶다.
서설 내린 백두대간은 보는 것 만으로도 환상인데, 그 설산의 무등을 타고 종줏길 달림은 유산자 만이 누리
는 특권 이리라. 첫 설경 산행에 취하며 걷는데, 카르스트 지대에 왔음을 알리는 안내표지판이 눈앞에 우뚝
서서 반긴다. 주변의 함몰지(돌리네) 들이 흡사 모래땅의 개미귀신이 파놓은 역깔대기 함정 같은 모습으로
깊고 움푹한 데, 흰 눈으로 덮혀있어 깊은 그 속까지 볼 수 없음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편 돌리네 바로 아
래의 깊은 지하 단층을 따라 땅속하천이 흐르고, 대소의 동굴들이 형성되어 있으리라 생각하니, 어쩌면 서
있는 자리가 갑자기 꺼지기라도 하면? 하는 의구심이 일 순간 짜릿하게 스친다.
양지녘 쌓인 눈은 한 낮 햇살에 빠르게 녹아들고, 눈 녹은 생계령 갈색의 떡갈나무 숲길을 올라 노송지대
에 이르니, 수수백년 태산준령의 세찬 바람에 맞서며 헝클어 진 가지를 늘어뜨린 노송(老松)들이 붉은 수
피에 육각의 갑옷을 두르고 마치 올겨울 동장군에 대적이라도 하려는 양 위엄있게 서서 더 푸르다.
◀ 백복령 ▶
백복령(白茯嶺)은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강릉시 옥계면과 동해시 사이의 42호선 국도가 지나는 해발 780 m의
고갯마루로서 백두대간 석병산(石屛山)과 상월산을 잇는 마루금에 있다. 그 옛날 정선땅에서 옥수수나 산나물
을 지고 삼척 동해로 소금을 사러 가며 부르던 전설의 아라리 - 정선 아리랑의 구절속에 "백복령 굽이 굽이 부디
잘 다녀 오세요"- 가 남아 있는 고개다.
▼ 2012년 서설내린 백복령 정상 풍경
▼ 백복령 자작나무 숲을 올라 능선에서 바라본 풍경/ 자병산 석회암 채석장이 흰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 백복령-석병산-삽당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46구간 지도
▼ 지나 가야할 대간길 796, 765봉과 멀리 석병산이 아스라히 시계에 들어온다.
▼ 설경-1
▼ 설경 - 2
▼ 설경- 3
▼ 카르스트 지형의 함몰지(돌리네-Doline)
◀ 대한민국 천연기념물,정선 백복령 카르스트 (karst) 지대 ▶
우리나라의 카르스트 지형은 충북 단양, 강원도 삼척 정선 등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그 중 백두대간 백복령
에서 생계령에 이르는 5km구간에 있는 카르스트 지대는 2004년 천연기념물 제44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구
간 능선 주변에서는 움푹 패인 원형의 웅덩이(돌리네-Doline)들을 많이 볼 수가 있는데, 백두대간 종줏길에
덤으로 이 천연기념물 돌리네와 우발레(돌리네가 2개 이상 연속으로 늘어선 모양)를 보는 것은 커다란 선물
이 아닐수 없다.
▼ 765봉에 올라 지나온 길 뒤돌아 보며- / 허리 잘린 자병산이 흰 속살을 내보인다.
▼ 생계령(일명 산계령)
강릉시 옥계면 산계리와 구룡령 휴게소 구룡동으로 넘나드는 고갯마루이다.
▼ 829봉아래 동고서저 능선 노송군(老松群) 지대에서- / 우측 산계리쪽은 천길 절벽 능선이다.
▼ 노송군 지대에서 바라본 931봉
노송지대 아래 짧은 의가등 능선을 지나 능선 삼거리에서 부터는 표고차 100m의 가플막을 올라야
저 위 산마루 수직 절벽위에 닿는다. 오늘 종주구간의 최대 급사면 길이다.
▼ 931봉 바로아래 전위봉과 협곡
▼ 931봉에서 바라본 옥계면 산계리쪽 풍경
▼ 설화와 상고대가 함께 핀 풍경- 1 / 931봉 북벽
【 제2부 】
백두대간 백복령에서 삽당령에 이르는 약 18 km은 설악산이나 태백산 같은 명산은 없어도 야성미 넘치는
태백산맥의 중후 장대한 능선들의 역동적인 기품을 볼 수 있다. 마치 살아 꿈틀되는 듯 하다. 원동의 동해
는 암청색 기층 너머에서 보일 듯 말 듯 가물거리고, 영서의 정선땅은 천첩(千疊)의 산들로 산의 바다를
이루었다. 남과 북으로 굽이 치며 뻗어가는 백두대간 마루금은 사나이의 가슴에 불을 댕긴(지핀)다. 어디
자신 있으면 내 등을 딛고 걸어 가보란 듯이- !
생계령을 지나 능선 삼거리로 오르는 100여m 표고차의 수직에 가까운 가플막을 올라서니, 방금 지나온
백복령이 새삼 미소로 반기는데, 이제 겨우 반길 온 유산자를 향해 저멀리 석병산이 발길을 제촉한다. 동
고서저형의 대간 마룻길 동사면은 천길 낭떠러지 이고, 음지의 수직 사면엔 설화와 상고대가 엉키어 피었
다. 태산 준령은 참으로 묘하다. 동쪽과 남쪽 사면은 아직은 늦가을인가 싶기도 한데, 눈길 대간길은 얼어
겨울인 듯 하고 설화핀 북사면의 협곡들은 기세등등한 세한 엄동 같다.
산 전체가 돌로 쌓여 마치 병풍을 두른 듯 해 석병이란 이름을 얻은 석병산은 동북서 사면은 천길 절벽이
라 오직 남쪽 한 방향에서만 접근이 가능하다. 정상의 일월봉은 표지석 말고는 엉덩이 하나 붙일 자리도
없는 뾰족봉이다. 초여름 철쭉 군락지에 척촉화 피는 장관이 아름답다는 안내판의 친절한 설명이 아니드
라도 철쭉 그 앙상한 가지 마다마다에 핀 설화는 또다른 선경이다.
발아래 저 멀리 어머니의 젖무덤같은 두리봉이 동서로 나란히 섰는데, 두리봉 산세가 너무 밋밋해 대간
능선과 어울리지 않은 듯 해도 엄연히 해발 1,034 m의 태산 고봉이다. 짧은 가을 해는 벌써 서산위에 뉘
엿 한다. 아직도 삽당령 까지는 4.5 km가 남았으니 걸음을 제촉하여 두리봉을 오른다. 나란히 섰던 동쪽
봉우리는 전위봉이고 뒷쪽 높은 봉이 두리봉 이었다. 정상에 설치된 의자가 잠시 숨고르기를 청한다. 해
는 이미 서산 마루에 걸려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한다.삽당령을 향해 내리막 길 뛰듯이 걸어도 어둠은 어
느새 마루금 갈잎 길섶에 내려 칠흑이다. 남은 2,5 km의 여정은 헤드랜턴 빛으로 어둠을 밝히고 걷는다.
깊은 어둠 속 삽당령은 이따끔씩 넘나드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에 그 모습 잠깐 보일 뿐, 밤의 적
막만이 흐르는데, 음력 10월 11일 초야의 상현달은 별빛을 잠재우고 저홀로 중천에 떠 희다
▼900,2봉 정상과 그 정상에서 백복령을 향해 온길 뒤돌아본 풍경
▼ 고뱅이재 풍경
▼ 910봉 정상 헬기장 풍경
▼ 석병산방향 대간 마루금
▼ 대간길의 산죽 / 갈색의 나목숲길에서 보는 산죽길은 언제나 청량감을 준다.
▼ 석병산으로 이르는 능선 풍경- 1
▼ 석병산으로 이르는 능선 풍경 - 2 (잡초가 무성해도 헬기장이다)
▼ 백두대간 석병산 안내 표지판
▼ 석병산 / 이름처럼 산 전체가 거대한 석산이고 정상이 일월봉이다.
▼ 석병산 일월봉(日月 峰)
▼ 석병산 풍경- 1
▼ 석병산 풍경 - 2
▼ 석병산 풍경 - 3
▼ 석병산 설화
▼ 석병산에서 바라본 두리봉
▼ 석병산과 두리봉 사이 헬기장
▼ 헬기장 북사면의 산죽밭 설경
▼ 두리봉 정상
▼ 두리봉 정상 쉼터
▼ 겨우살이
▼ 석양 나그네 / 능선 삼거리에서
▼ 삽당령 위 헬기장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해넘이 / 2012,11,24일 오후 4시 47분.
◀ 삽당령 ▶
해발 680m의 삽당령은 강릉시 왕산면 송형리와 목계리를 잇는 고개로 35번 국도가 지난다.
▼ 해저문 삽당령의 교통 표지판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감사합니다,,,,,,^)^
고운 걸음 고맙 습니다.
대단 하세요 ...설명 까지 해주시고
부럽슴다...감사 합니다..^^**
고맙 습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격려로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 드립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멋지세요~~ 잘~보고 갑니다. ^^
고운 걸음 감사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그산을 보고싶습니다.
고맙 습니다.
대간 종주는 원점회귀하는 산행과 달리
들머리와 날머리가 달라서 혼자 승용차를 이용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석병산만 다녀 오시고 십다면,
강릉-왕산면 삽당령- 석병산 산행후 다시 삽당령으로 와서
강릉으로 가 귀경 하시면 최 단 거리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