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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실리콘밸리은행(SVB)을 포함한 일련의 미국 은행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회피도가 높아지고 있다. SVB의 파산은 금융회사의 파산경로에서 관찰되는 전형적인 특징과 최근의 금융시장환경 변화로 인해 추가된 개별적인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보유자산과 예수부채간의 뚜렷한 만기불일치와 투자자산의 집중화, 미국 연준의 은행감독 실패 등을 SVB 파산의 주요 원인으로 이해할 수 있다. 모바일 폰뱅킹과 SNS사용의 일상화는 SVB 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은행이 파산에 이르는 속도를 경이적으로 증가시켰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SVB의 파산은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리먼브라더스의 파산과는 달리 금융시장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 예상할 수 있다. 미국 정부와 연준은 은행의 파산을 막지는 못했지만 은행의 파산이 확산되지 않도록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적절히 실행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예금전액 보호와 은행에 대한 특별유동성공급조치(BTFP)는 예금자와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완화함으로써 추가적인 뱅크런을 억제하는 데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SVB의 파산은 보유자산의 부실화로 인한 신용위험의 누적이 아니라 금리상승이 야기한 자산평가손실에 따른 유동성 위기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도 시스템 리스크로의 확대 가능성을 줄이는 요소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주가, 시장금리, 환율 등의 시장지표에서 일부 가격하락과 더불어 변동성이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시장이 추락하는 수준의 패닉장세를 볼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SVB의 파산은 금융회사의 위험관리와 이에 대한 규제체계가 금융회사의 지속가능성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또하나의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의 부실화 위험,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부동산PF 부실화 우려, 대외로부터의 추가적인 충격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은행의 추가적인 위험흡수능력 강화조치는 그 필요성이 높다. 일련의 은행 파산과 부실화로 인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속도와 인상폭에 다소간의 변화가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연준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향후 금융회사의 파산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속도로 급속히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책적 대응수단을 사전적으로 매뉴얼화시켜서 충격의 강도에 따라 신속히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 실행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성도 커졌다.
2023년 3월 10일 자산규모로 미국내 16번째 순위를 기록했던 실리콘밸리은행(이하 SVB)이 파산했다. 미국 첨단산업의 요람이라 불리는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이었던 SVB는 해당지역의 전도유망한 벤처기업 및 스타트업 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성장세를 이어왔기 때문에 그 파산에 따른 후유증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기업의 거의 절반을 고객기반으로 영업을 해 온 SVB의 파산으로 인해 벤처기업 및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부채성 자금조달 기능은 일정기간 둔화될 것으로 보이며, 재무적 취약성이 드러나는 은행의 추가적인 부실화 우려도 지속될 것이다. 미국 경기둔화 우려를 악화시키면서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및 은행감독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SVB의 파산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 및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이에 대한 이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 시장은 작년 10월 레고랜드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을 겪으면서 이미 체력소모가 상당한 상태이다. 여기에 외부로부터의 충격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취약해진 국내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재차 제기될 위험성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올해 작년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뚜렷하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됨과 동시에 무역수지 적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SVB의 파산은 글로벌 경제침체를 가속화시키면서 간접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실적과 수출에도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본고는 SVB 파산의 원인과 그 특징을 살펴보고, 미국에서 발생한 은행파산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해 보고자 한다. 또한 이번 파산사건이 국내 금융시장의 위험관리에 대해 어떠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는지도 점검할 것이다.
SVB 파산과정 및 특징
SVB는 1983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San Jose)에서 설립되었고, 파산 직전까지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SVB는 설립 초기부터 스타트업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설정하는 독특한 특화전략을 채택했다. 미국은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벤처금융이 가장 발전한 국가로 평가받지만 1980년대는 미국은행의 스타트업기업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아직은 낮은 시기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VB는 과감하게 특화전략을 실행하여 성공사례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그러한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했던 은행도 금리급등기에 위험관리의 기본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되었다.
SVB의 파산은 매우 단기간에 급속히 진행되었다. SVB의 예금수신 규모는 2020년 3월 620억달러 규모였는데 불과 1년후인 2021년 3월 1,240억달러로 증가했고, 2022년말 기준으로는 1,754억달러로 높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바이오 및 첨단기술기업에 대한 투자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부유해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기업들로부터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SVB로 유입된 결과였다. SVB는 수신된 자금중에서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하는 전략적 선택을 하였다. 이러한 선택은 2020년~2021년까지 이어진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 및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정책을 감안할 경우 외견상 비판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에 접어들면서 인플레이션 상승이 가파르게 진행되었고, 특히 2022년 3월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1980년대 이후 최고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연준의 기록적인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되었다. 연준의 맹렬한 기준금리 인상은 SVB의 재무제표에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채권의 가격은 금리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특히 만기가 긴 채권은 금리 인상기에 더 큰 가격하락을 겪게 된다. SVB는 자산의 가장 큰 부분을 미국 장기국채로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금리인상에 따라 채권평가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는데, 2022년말 SVB의 채권평가손실은 15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에 접어든 이후에도 연준의 기준금리인상이 계속됨에 따라 SVB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고, 3월들어 예금인출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급증하는 예금인출에 대응하기 위해 SVB는 보유채권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대규모 미실현평가손실이 실현손실로 확정되었다. 3월 8일 SVB는 유동성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10억달러 규모의 유가증권을 매각하여 현금을 마련함과 동시에 차입을 통해 추가로 150억달러의 현금을 확보했는데, 그 과정에서 채권매각으로 인한 확정손실이 18억달러 발생했음을 공개했다. 이러한 SVB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위험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한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Moody’s)는 같은 날 SVB의 신용등급을 기존의 A2에서 Baa1으로 강등시켰다.1) 3월 9일 SVB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고 본격적인 뱅크런(bank-run)이 시작되었다. 3월 9일 하루동안 인출된 예금만 420억달러 규모였다. 3월 10일에는 SVB의 주가가 66% 폭락하면서 주식거래가 중지되었고, 같은 날 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SVB의 은행업허가를 취소하면서 파산관재인(receiver)으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지정했다. 이렇게 40년의 역사를 가진 실리콘밸리 최대의 상업은행은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SVB의 파산은 금융회사의 파산경로에서 관찰되는 전형적인 특징과 최근의 금융시장환경 변화로 인해 추가된 개별적인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SVB의 파산과정에서 관찰되는 원인별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보유자산과 예수부채간의 뚜렷한 만기불일치와 투자자산의 집중화는 SVB 파산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SVB는 고객이 맡긴 예금중에서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해왔다. 수익의 극대화라는 관점에서 평가하면 SVB의 이러한 자산보유전략은 일정부분 합리화가 가능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연준의 제로금리정책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이자수익을 거의 창출하지 못하는 단기채보다는 장기채가 이자수익확보에 유리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미국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이기 때문에 신용위험에 대한 통제도 충분한 수준이라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적다고 하더라도 만기가 짧은 예수부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만기가 긴 투자자산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것은 유동성 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금융회사의 파산, 특히나 은행의 파산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어 온 특징이다. 만기불일치와 더불어 운용자산의 집중화도 파산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SVB는 상당히 안정적이라 평가받는 대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었지만 운용자산의 중심은 미국 장기국채에 있었다.2) 투자의 세계에서는 특정투자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할 것을 강조한다. 모든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말라는 유명한 투자원칙은 은행의 자산관리에도 적용되는 중요한 기준이었기에 분산투자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비용은 너무나 컸다.
둘째, SVB의 파산은 미국 연준의 은행감독 실패가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도드-프랭크법의 제정을 통해 은행의 건전성관리를 강화했다. 그런데 2018년 경제성장, 규제완화 및 소비자보호를 위한 법률(EGRRCPA)이 제정되면서 이전에는 자산규모 500억달러 이상의 은행에 대해 적용되던 건전성규제들이 자산규모 2,500억달러 이하의 은행에 대해서 적용되도록 규제기준이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되었는데, SVB는 이러한 규제완화의 가장 큰 수혜은행중의 하나였다. EGRRCPA체계하에서 SVB는 대형은행에 비해 훨씬 완화된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기준을 적용받게 되었고, 연준도 자산규모 2,500억달러 이하의 은행에 대한 감독을 완화된 기준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예측가능하고 유연한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완화된 기준의 적용은 자산구성의 변화를 통해 SVB의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되었으나, 예상치 못했던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인해 SVB의 건전성 관리체계가 가진 구조적 취약성이 파산이라는 비극적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셋째, 모바일 폰뱅킹과 SNS사용의 일상화는 은행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은행이 파산에 이르는 속도를 경이적으로 증가시켰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폰뱅킹의 보편화로 인해 은행으로부터의 예금이체는 장소와 시간에 더 이상 구속받지 않는다. 이는 특정은행의 모든 예금이 인출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하루가 채 되지 않으며, 뱅크런으로 인한 은행파산에 소요되는 시간이 반나절이면 충분한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실제 SVB의 파산에서 뱅크런이 일어났던 3월 9일 하루동안의 예금인출은 무려 420억달러에 달했는데, SNS상에서의 정보 및 의견공유와 이에 따른 모바일 뱅킹에 의한 예금인출이 급속한 뱅크런의 기폭제가 되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금융시장환경의 변화는 중앙은행과 정부의 은행건전성 관리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뱅크런으로 인한 은행의 파산이 서너시간이면 마무리될 수 있는 세계에서 정부는 은행의 파산을 방지할 정책적 수단을 실행할 시간적 여유를 가지기가 힘들어진다. SNS의 사용과 모바일 폰뱅킹의 보편화는 불가역적인 시대의 흐름이다. 기술의 발전이 금융서비스 제공방식을 편리하게 바꾸었지만 이러한 금융환경의 변화는 뱅크런의 인화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음도 이해해야 한다.
SVB 파산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SVB의 파산이 미국 및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가 대립하고 있지만,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리먼브라더스의 파산과는 달리 금융시장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사실 2023년 3월에 발생한 일련의 은행 파산 및 부실화 사건을 고려할 때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3월 8일 가상자산 전문은행인 실버게이트은행(Silvergate Bank)이 누적된 유가증권손실로 인해 자발적 청산에 들어갔고, 이후 3월 10일 SVB가 파산했으며, 연이어 3월 12일 뉴욕에서 가상자산관련 업무에 집중해오던 시그니처뱅크(Signature Bank)가 파산했다. 자산규모가 5,750억달러에 이르는 스위스의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딧 스위스(이하 CS)도 파산을 피하기 위해 스위스 정부로부터 약 70조원에 이르는 긴급 신용공여를 받았고, 또 다른 스위스의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에 의한 인수가 결정되었다. CS는 수년간 적자가 누적되어 왔기 때문에 오랜 기간 파산설에 시달려왔다. 이번에 UBS에 의한 전격적 인수가 결정되면서 파산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그간의 부실누적에 따른 후유증을 해소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은행부실에도 불구하고 SVB를 포함한 일련의 은행파산이 즉각적으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 은행의 파산이 시스템 리스크로 발전하여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이유로 먼저 미국 정부와 연준이 위기상황을 통제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신속하게 실행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미국 정부와 연준은 은행의 파산을 막지는 못했지만 은행의 파산이 확산되지 않도록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적절히 실행하고 있다. SVB의 파산과 동시에 미국 정부는 기존의 25만달러 예금자보호 상한을 한시적으로 예금전액 보호로 강화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하였다. 이와 더불어 유동성위기에 몰린 은행들이 추가로 파산하지 않도록 연준은 특별담보대출프로그램을 발표하였다. 연준은 BTFP(Bank Term Funding Program)를 통해 국채나 주택저당증권(MBS) 등의 적격자산을 담보로 제출할 경우 해당증권의 액면가로 1년까지 자금을 대출해주기로 했다. 계속되는 평가손실로 인해 유동성제약에 빠진 은행은 BTFP를 통해 단비같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금전액 보호와 은행에 대한 특별유동성공급조치는 예금자와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완화함으로써 추가적인 뱅크런을 억제하는 데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현재까지 미국 은행의 파산은 보유자산의 부실화로 인한 신용위험의 누적이 아니라 금리상승이 야기한 자산평가손실에 따른 유동성 위기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SVB의 파산과정을 살펴보면 평가손실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었지만 유동성 공급이 적절히 이루어졌다면 파산에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이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사전적으로 BTFP와 같은 프로그램의 실행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만, 자산부실화로 인한 파산이 아닌 경우라면 상황의 통제는 상대적으로 더 용이해진다. 대응책을 만들기도 상대적으로 더 쉽고, 예금자와 투자자들의 신뢰도 비교적 신속히 회복될 수 있는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은 이유로 이번 3월의 미국 은행 파산사태가 2008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및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일시적으로 강화되고 가격변동성이 확대되는 등의 시장불안이 일정기간 이어지겠지만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로 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미국시장에서 스타트업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줄어들면서 경기침체가 악화될 위험성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이런 방향성의 효과는 급성보다는 만성적인 방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유럽의 상황이 추가적으로 급격히 나빠지지 않는다면 SVB의 파산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과 유사한 방향성을 가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적으로 평가할 때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건전성은 글로벌 스탠다드 관점으로 보더라도 양호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가계부채 및 부동산PF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긴 하지만, 2022년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 국내 은행들의 위험흡수능력은 미국의 은행파산사태를 버텨내기에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부도 적극적인 시장안정화 조치를 통해 금융시장의 위험을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주가, 시장금리, 환율 등의 시장지표에서 일부 가격하락과 더불어 변동성이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시장이 추락하는 수준의 패닉장세를 볼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SVB 파산으로부터의 시사점 및 향후 대응방향
SVB의 파산은 금융회사의 위험관리와 이에 대한 규제체계가 금융회사의 지속가능성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또하나의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금융회사는 수익추구가 기본적인 목적이지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수익과 건전성간의 균형을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 작년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위험증가 시기에는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유동성 규제 및 자본적정성 규제를 비교적 잘 준수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현재와 같은 대외적 충격을 버텨내는 것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계부채와 기업부채의 부실화 위험,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부동산PF 부실화 우려, 대외로부터의 추가적인 충격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은행의 추가적인 위험흡수능력 강화조치는 그 필요성이 매우 높다 할 것이다. 은행의 자발적인 안전판 강화노력과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한편, SVB의 파산으로 특화은행의 효용성에 대한 우려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SVB의 파산은 특화은행 모델이 가진 한계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SVB의 파산이 은행의 과점구조 완화 및 경쟁도 제고를 추진중인 현재의 금융정책 방향에 부담요소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은행의 건전성 관리 강화와 경쟁도 제고가 상호 배타적인 정책조합이라 평가하기는 어려우며,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현상황이 경쟁도 제고의 부작용으로 인해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SVB 파산 이후 미국 연준이 조만간 금리인상을 종료한 후 빠르면 연내에 금리인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성급한 기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연준은 SVB 파산이후 은행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BTFP를 시작했지만 이는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성이 바뀌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BTFP는 통화긴축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대증처방의 성격이 강하다. 연준은 1970년대 후반에 실행되었던 통화긴축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의 통제는 쉽게 달성되는 것이 아니며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것을 학습하였기에 SVB의 파산을 통화정책의 변경요소가 아니라 감수해야 할 비용요소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SVB의 파산이 단기간에 대규모 위기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금경색이 뚜렷해지는 시기가 다시 나타날 위험성은 여전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들에 대해 유동성관리 및 건전성관리를 강화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금융시장안정화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SVB의 파산에서 나타났듯이 향후 금융회사의 파산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속도로 급속히 진행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거의 없을 것이다. 정책적 대응수단을 사전적으로 매뉴얼화시켜서 충격의 강도에 따라 신속히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 실행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커졌다 할 것이다.
1) 무디스(Moody’s)의 A2 등급은 S&P의 A0 등급, Baa1 등급은 BBB+ 등급과 동일한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2) SVB의 자산중 미국 국채의 비중은 무려 5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장기채의 비율은 약 8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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