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나이에 프로 만화가로
1.
만화가를 찾다.
금년 1월 어느 날, 커피 숍에서 30대 초의 한 여인을 인터뷰 했다. 한국에서 만화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에서 다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학생이다. 미술사를 만화로 만들기 위해 만화를 그릴
사람을 구하던 중에 인터뷰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대화 중에 여러가지 조건이 맞지 않았다. 나는 완성된 내용에 그림 만을 그려줄 사람을
찾던 중이었고 상대방은 창의적 작업을 원ㅤㅎㅒㅆ다. 결국 인터뷰는 파장나고 자문을
구하는 자리로 이어졌다. 내가 원하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것이 결론이 나고
나는 돌아왔다. 결국은 내가 직접 만화를 그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만화를 전혀 그려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나이도 만화작업이라는 것을 새로
시작하기엔 아주 늦은 나이다.
2.
<조형의식>이 무엇이에요?
만화로 미술사와 문화사를 쓰려고 했던 까닭은 두 가지 동기와 두 사람이 직접 원인이 되었다.
첫째 분은 작년 봄에 나에게 미술사 수업을 받던 모 교수님, 그 분은 서울에 있는 예술대학의
과장까지 지낸 분으로 박사학위 소지자였다.
수업중 그 분 질문이 "조형의식이 도대체 무엇이에요?"
나는 질문을 받는 순간 솔직히 뒤로 발랑 나자빠질뻔 했다.
학생들에게 <조형의식>을 심어주고 가르쳐야 할 선생님이 나에게 <조형의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 분은 일류대학 출신에 박사학위 소지라로 이십 수년간은 학생들을 가르친 분이고
해당학교의 대학원의 논문 심사위원이시기도 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다른 학생들도 제처놓고 30여 분이나 <조형의식>이 무엇인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슬픔과 절망감을 맛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3.
그림은 <눈>으로 만 보는 것 아닙니까?
둘째 분의 이야기다. 나의 미술 문화사 수업에 참여하는 한국 성인 남자 분들은 대개 고학력자
들이다. 정신과 의사, 교환교수, 그리고 런던에 주재원으로 온 대기업의 엘리트 중견 사원,
그리고 이탈리아나 이집트까지 갔다와 궁금해서 찾아온 분들이 대부분이다.
수업중 그 중의 한분이 질문을 했다.
<미술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닙니까?>
나는 질문에 어리벙벙해 진다. 그 분의 말씀은 미의 정신이니 내용이니 하고 상관없이 눈만으로
보면 되지 않느냐는 반문이었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음식은 입으로 먹고 음악은 귀로 듣고
미술은 눈으로 보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등식은 이미 깨진지 오래다.
또 음악도 미술도 맛도, 기억이나 경험에 의지하고 판단 작용을 거치지 않으면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개가 책을 보고 코를 흥흥 거리는 행위와 다를바 없는 단순한 시각 작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눈>이란 단지 감각 작용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한국의 대부분 성인들이 그것도 아주 높은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자기 눈이
자기의 정신작용을 거쳐 즉, 눈은 머리와 마음으로 연결되어 작용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미술은 그저 눈으로만 보는 것으로 알고들 있다.
4.
미술사 연재를 중단하다.
결국 신문에 1년 반이나 연재하며 바로크 시대까지 한 연재를 중단하고, 기본 개념부터 쉽게
만화로 할 것을 생각해 보았다. 이 같은 사람들에게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그림으로 쉽게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림을 직접 그릴 엄두가 나지 않아 만화를 그릴 조수를
찾았던 것이다. 런던에서 수소문하고 신문에도 광고를 내 보았으나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줄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고민하다 결국 내가 그리기로 하고 만화 그리기를 시작하다.
난 초등학교 때도 만화는 그리지 않았는데..
불혹의 나이에 만화를....
5.
결국 직접 그리기 작업을 시작하다.
6.
나도 만화가가 되다.
2009년 1월,
신문사와 계약을 맺고 연재를 두 곳에 시작하며
원고료를 받고 원고를 넘겨 주다.
<신문에 게재된 원고>
중년의 나이에 나는 만화가가 되다.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만화가다.
신문에 연재하며 고료를 받고 있으니...지금 7개월 째 연재를 하고 있다.
새로운 경력이 하나 추가되었다.
7.
만화는 우스워요.
가끔 학생들이 묻는다.
"선생님 책 언제 나와요?"
"만화에 자세하게 ㅤㅆㅓㅅ으니 만화를 보세요, "
그럼 대부분의 사람은 피식웃으며
"만화 말고요."
"만화가 어때요?"
"만화는 좀 그렇지요."
이럴 땐 정말 난감하다.
난 쉬운 전달과 바른 이해를 위해
중년의 나이에 만화가란 새로운 직업을 하나 더 추가했는데....
아무튼 산다는 것이 얼마나 극적이고 재미있는 일인가?
<은시의 그림일기 http://blog.daum.net/rppicture>
첫댓글 대단하네요. 멋지게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