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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통화긴축 기조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자금조달은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의 자금조달이 늘어난 배경을 살펴보면, 생산재 가격이 큰 폭 상승함에 따라 생산 및 투자활동을 위한 자금수요가 확대되었다. 또한 수입가격에 비해 수출가격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하락하며 기업 채산성이 악화된 점도 자금조달 증가요인으로 작용하였다.
2023년 들어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은 지난해에 비해 전반적으로 개선된 모습이나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먼저 회사채 시장에서는 신용등급에 따라 발행여건의 차별화가 나타나는 가운데 저신용등급 기업은 정책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모습이다. 은행대출에서도 경기둔화 전망 등으로 신용위험 관리가 강화될 경우 담보능력 및 신용도가 낮은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에너지 공기업의 자금조달 확대가 이어지고 있는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신용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경우 저신용기업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기업의 자금조달 수요가 확대되었음을 고려할 때, 금융시장 변동성의 급격한 확대는 기업부문을 중심으로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과 한국은행은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한편 취약요인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또한 기업 등 민간 경제주체도 유동성위험을 중심으로 리스크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통화긴축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중앙은행은 금리인상을 통해 시장금리 상승, 위험자산 가격 하락 등 금융환경의 긴축적 변화를 유도함으로써 총수요의 감소 및 물가상승세 완화로 이어지도록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민간신용 증가세가 둔화된다. 그러나 최근 금융환경의 긴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자금조달은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본고에서는 기업의 자금조달 수요 확대 배경 및 최근 자금조달 여건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1)
기업의 자금수요 확대 배경
2021년 하반기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으나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그림 1>). 예금취급기관의 기업대출(금융 및 보험업 제외)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13.0%, 13.4% 늘어나며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부동산 가격 하락,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것과 대비된다. 이에 따라 가계 레버리지 비율(GDP 대비 부채비율)이 2021년 하반기 이후 완만한 감소세로 전환된 데 반해 기업 레버리지 비율은 상승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그림 2>).
기업의 자금조달이 늘어난 배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원자재 가격 및 환율 상승 등으로 생산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림 3>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원재료, 중간재 가격이 최종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폭 상승했는데 늘어난 생산비용이 판매가격 상승으로 충분히 반영되지 않음에 따라 기업의 자금수요가 증가했다. 또한 최근의 물가상승은 건설 및 설비투자 등 투자활동에 있어서도 자금수요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2)
교역조건 측면에서는 에너지 수입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데 반해 반도체 등 IT제품을 중심으로 수출가격이 상대적으로 빠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3) <그림 4>와 같이 수출상품과 수입상품 간 교환비율을 나타내는 교역조건이 악화되며 기업 채산성이 낮아지고 있는데, 이는 금융부문을 통해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가 늘어남을 의미한다.
최근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및 불안요인
2023년 들어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은 지난해에 비해 전반적으로 개선된 모습이나 불안요인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먼저 작년 하반기 크게 위축되었던 공모 회사채 발행시장은 연초 기관투자자의 자금집행, 금리 상승세 완화로 인한 투자심리 개선 등으로 발행규모가 큰 폭 늘어났다(<그림 5>). 그러나 신용등급 A이하의 발행 비중이 낮은 수준에 그치며 신용등급에 따라 발행여건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4) 이에 따라 저신용등급 기업은 정책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모습이다. 올해 신용보증기금 P-CBO5)를 통한 자금조달 지원이 다른 해보다 이른 2월에 시작되었는데, 지원규모(2,850억원)의 50% 이상이 최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은행대출의 경우, 법인기업에 대한 대출은 높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개인사업자 등 비법인기업에 대한 대출은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그림 6>). 향후 경기둔화 전망 등으로 은행은 대출자산에 대한 신용위험 관리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상대적으로 담보능력 및 신용도가 낮은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자금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단기금융시장 및 회사채시장에서 에너지 공기업의 자금조달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물가 상승세 둔화를 위한 노력으로 공공요금 인상폭이 제한됨에 따라 에너지 공기업은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CP, 전자단기사채.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소요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그림 7, 8>).6) 이들 기업의 자금조달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신용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경우 저신용기업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사점
높은 물가오름세에 대응한 통화긴축 과정에서 금융환경의 긴축적 변화는 금융시장의 자원배분 기능을 저해하지 않는 가운데 질서정연한(orderly) 방식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민간부채로 인해 긴축적 금융여건이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졌으며, 이는 경제의 하방위험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7)
한편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기조가 지속되면서 경기둔화와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물가상승세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가운데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 사태 등의 영향으로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금리도 변동성이 크게 높아진 모습이다(<그림 9>).
물가상승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 및 이에 따른 기업의 자금조달 수요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시장 변동성의 급격한 확대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과 한국은행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한편 취약요인을 선제적으로 파악하여 대비가 필요하다. 기업 등 민간 경제주체도 향후 순탄치 않은 경제여건이 예상됨에 따라 유동성위험을 중심으로 리스크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1) 본고에서는 금융회사를 제외한 비금융기업을 중심으로 자금조달 여건을 살펴본다.
2) 2022년 지출항목별 물가(디플레이터) 상승률: 민간소비 +4.3%, 정부소비 +2.8%, 건설투자 +7.6%, 설비투자 +5.4%
3) 수출 및 수입물가 상승률(달러기준, 전년대비 %):
4) 한편, 신용등급에 따른 차별화는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신용등급 AA- 이상 회사채를 지원하고 있는 데에도 일부 기인한다.
5) 개별기업의 회사채 등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P-CBO)을 발행하여 기업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제도로서 신용보증기금은 선순위 유동화증권의 원리금 지급을 보증한다.
6) 한국전력공사 및 한국가스공사가 발행한 채권은 ‘국가보증채무’에는 포함되지는 않으나 유사시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신용등급으로 발행되고 있다.
7) 최근 부동산PF 대출의 부실 위험이 높아진 것도 부동산 관련 민간부채의 누증으로 취약성이 높아진 가운데 금리상승에 따른 부동산가격 변동성 확대가 금융불안으로 이어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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