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하얬다 아니 창백했다.
날때부터 하얀 나의 머리카락이 그랬고 부서질듯이 창백한 나의 피부가 그랬다.
나를 처음만난 사람들은 온통 하얀 나의 모습에 놀라고
또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곤 내가 금방 죽을 것 처럼 걱정하고는 했다.
나는 그게 싫었다.
사람들이 금방 죽을 것 처럼 대하는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강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약하다고 무시하고 아프다고 걱정하는것이 싫어서
나는 아무도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강해지는게 소원이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누구도 무시하고 걱정하지 않은 만큼 강해졌다...
<1>
현란한 조명
시끄러운 음악소리
몸으로 음악을 표현하는 사람들
'야!! 왔다 왔어!'
'어디?! 진짜 이쁘다'
'졸라 쌔끈하다'
시끄러운 나이트 안이 이제 막 들어서는 두 여자로 인해 어느새 웅성거림으로,
또 웅성거림이 무대로 올라가는 한 여자로 인하여 침묵으로 이어진다.
그 순간,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한 사람들의 환호와 새로운 음악소리
피부처럼이나 하얀 머리카락이 허리께에서 몸동작에 따라 관능적으로 출렁인다.
기모노 풍의 검은색 드레스는 그녀의 아름다운 곡선을 그대로 나태냈다.
곧이어 그녀는 음악에 따라 유연하게 몸을 움직이고, 꼭 음악과 하나가 된듯한 모습...
음악이 그녀의 몸에서 다시 태어난다.
[한비의! 벌써 올라가게?! 휴, 정말 못말려]
초희는 나이트로 들어서자 마자 무대로 올라가는 비의를 쳐다보았다.
곧이어 자신에게 추파를 보내는 남자들
그 남자들을 차갑게 한 번 바라보고는 무대에세 제일 가까운 자리에 않았다.
오늘 기분도 꿀꿀하고 컨디션도 최악이라며 자신을 끌고 온 곳이 바로 나이트
자리에 앉아서 비의를 쳐다보자 올라오라고 손짓한다.
분명히 손짓은 나에게 한것 같은데 그 손을 황홀하게 쳐다보는 남자들...
[하여튼 한비의 못말려, 정말]
[안올라오고 뭐하는 거야]
비의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초희에게 무대로 올라오라고 손짓했다.
오늘은 왠지 몸도 찌뿌둥하고 기분도 안좋아서 초희를 끌고 나이트로 왔다.
나는 항상 춤 추는게 좋았다.
춤을 추면 머리속의 고민들도 날라가 버리고 오직 원초적인 감각만을 따르게 된다.
그래서 생각이 많을때면 나는 나이트를 찾곤한다.
한동안 몸을 풀고 무대에서 내려와 테이블로 왔다.
[기분 좀 괜찮아 졌냐??]
[아아,,그래.]
씨익 웃으며 말하는 비의
[근데 왜 안 올라가?]
[오늘은 별로 춤이 안땡겨]
[쿡,,그래? 뭐 시켰냐?]
[매일 시키던 거로]
초희는 자신의 11년 친구인 비의를 쳐다봤다.
8살때 비의를 처음 본 순간, 그 어린 나이에도
오직 지켜줘야한다는 보호본능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나 뿐만이 아니라 그 아이를 보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너무너무 하얘서 깨질것만 같은 아이..
그런데도 그 아이는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주려고 하는 것을
무지 싫어했었다.
그래서 온갖 무술이며 운동을 배워댔고 지금은 나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해졌다.
[뭐야...]
상념에 빠져있는데 어둡게 깔린 비의의 목소리
[왜?..!!!]
[그 손 떼라...]
비의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술 취한 듯한 남자
[아아~뭘 빼고 그래? 오빠랑 놀자~]
[미친놈]
한마디를 중얼거리고는 남자의 손을 쳐낸다.
[그런 험한말을 쓰면 안돼지~오빠랑 놀자~]
[존말 할때 꺼져라...]
[왜? 설마 오빠 때릴려구?]
[지랄하지 말고 꺼져..죽기전에]
남자는 바보 같게도 경고를 무시하고는 비의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퍼억!!! 둔탁한 마찰음...
[휴~일났다 일났어, 오늘 시체 하나 건지겠네]
어느새 맑은 회색이던 눈이 잿빛으로 변해버렸다.
[개새끼만도 못한 자식!]
남자가 온몸에서 피를 흘리고 잘못을 비는데도
입가에 조소를 띄우며 발길질을 하는 비의
[비의야, 그만해라. 니 손만 더러워져..응? 한비의!!]
[이거놔!!]
결국은 말리던것은 단념하고 어디론가 전화하는 그녀
[비소오빠 여기 비의가 자주 가는 나이트거든요.
지금 비의가 폭발해서 말릴수가 없어요. 빨리 와주세요.]
어느새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와 비의를 말려보지만
막무가내인 그녀를 누가 말릴 수 있을까?...
하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무언가에 홀린듯이 남자를 때리는
모습은 타락천사인 루시퍼가 강림한 것 처럼 보인다.
곧이어 남자한명이 나이트로 뛰어들어왔다.
[한비의!!]
금방 들어온 남자는 아직까지도 남자를 홀린 듯이
때리던 여자를 돌려세우더니 꽉 안았다.
[비의야...]
[이거놔!!]
그녀는 울고 있었다...
[비의야..오빠야 오빠..]
[오..빠?..오빠.....왜..이제 왔어?..얼마나 무서웠는데..
혼자였는데 아무도 날 말리지 않았어...
아무도 날 구해주지 않았다구..무서웠어..
왜 이제 온거야...왜...]
말을 끝까지 잊지 못하고 쓰러져 버린다.
남자를 죽일듯이 때리던 여자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쓰러져 버리자
주위에 몰려있는 사람들이 모두 이해가 안간다는 듯이 바라본다.
[초희야, 밖에 차 있으니까 비의좀 데려가서 타고 있어라]
[아,네]
비소는 오랜만에 고등학생 동창들과 연락이 닿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말이야...]
띠리리리 띠리리리
[아, 미안 잠시만..]
[강초희?...음,,아! 비의 친구!]
왠지 뭔가 일이 터진 듯한 느낌에 얼른 전화를 받아보는 비소
[여보세요?]
전화를 받자마자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초희의 다급한 말이 쏟아졌다.
[비소오빠 여기 비의가 자주 가는 나이트거든요.
지금 비의가 폭발해서 말릴수가 없어요. 빨리 와주세요.]
[뭐?! 알았다. 지금 바로갈께! ]
[야! 나 먼저 간다. 나중에 전화해라!!]
[벌써 가냐?!!!]
친구들의 외침을 뒤로한채 차에 올라타 서둘러 시동을 거는 그
[비의야..또 울고 있는건 아니겠지?....]
비소가 나이트에 도착했을땐 엉망진창이 된 남자와 그 남자를 향해
미친듯이 발길질을 하고 있는 비의, 그리고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이 있었다.
[한비의!!]
그 아이는 울고 있었다.
[비의야...]
[이거놔!!]
외로이 울고있었다.
[비의야..오빠야 오빠..]
[오..빠?..오빠.....왜..이제 왔어?..얼마나 무서웠는데..
혼자였는데 아무도 날 말리지 않았어...
아무도 날 구해주지 않았다구..무서웠어..
왜 이제 온거야...왜...]
눈물을 흘리며 쓰러져 버린 나의 어린 동생이여...
비의는 태어날때 부터 많이 아팠다.
'색소결핍'이라는 이상한 병때문에 세상을 채 보기도 전에
그 아이는 안대에 쓰인채 인큐베이터에서 어린날을 보내야했고
많은 수술을 견뎌야만 했다.
나의 어린 동생은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증오했다.
그래서 강한 의지로 수술을 견뎌냈고 빠른 회복을 했다.
그 뒤, 온갖 무술과 운동을 닥치는 대로 해서 소원대로 매우 강해졌다.
그러나 그 아이가 사춘기 무렵, 사고로 사랑하던 엄마를 잃었다.
자신때문에 엄마가 죽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비의는 싸움을 하기 시작했고,
한 번 싸움을 하면 제어할 수 없는 상태까지 도달했다.
비의는 강하다.
그러나 한없이 약했다.
몸을 강하지만 마음은 여렸다.
나의 불쌍한 동생...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과 비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
초희는 비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초희야, 밖에 차 있으니까 비의좀 데려가서 타고 있어라]
[아,네]
비의와 초희를 내보내고 주위의 사람들은 둘러보았다.
차갑게 바라보자 흠칫 하는 사람들
[오늘 본것은 모두 잊어주시기 바랍니다.
무슨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여자의 얼굴과 이름까지..
모두 잊으세요. 이 일이 세어나갈 경우에는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바리톤의 음성으로 부드럽게 말하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차가운 회색눈동자가 자신들을 바라보자 흠칫 하고 눈을 피한다.
회색눈동자...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하는데도 경고를 무시할 수 없는 느낌..
[쿡..비소형..]
나이트 사장한테 돈 몇푼 쥐어주고 비의한테 가볼려는데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누구?..서예후?!]
[기억하시네요, 영광입니다. 근데 금방 그 여자 형 동생인가요?]
갑자기 차갑게 굳어지는 얼굴
앞에 서있는 남자와 그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보는 비소
[아아,그래..오늘 본건 다 잊어라...]
[...그럼 그 여자가 타락천사 한비의?...]
[쿡,,타락천사라...하여튼 나중에 연락해라 술이나 한잔 하자.
지금은 빨리 가봐야 겠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