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낚시체험
방학이면 1박2일 부부 동반으로 모임을 가져온 대학 동기들이 올 여름엔 거제와 통영 일대에서 만났다. 우리들은 지난번 겨울엔 담양 정자 탐방과 한옥 체험을 다녀왔더랬다. 아내가 몸이 불편해 몇 해 동안 우리 집에선 혼자 다녀 회원들을 뵐 면목이 없다. 이번엔 불참도 고려했으나 가지 않으면 다른 친구들이 염려할까 봐 내색하지 못하고 가까이 사는 친구와 함께 길을 나섰다.
친구는 고현 삼성조선 도크와 크레인이 건너다보이는 해안가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나는 친구 차에 동석해 진해 용원에서 거가대교를 지났다. 친구가 학교 관리자로 나간 학교를 처음으로 방문하는 내 마음은 설레었다. 친구 집사람은 사택에 들려 방 정리를 돕고 있을 때 교장실에서 시원한 물을 한 잔 들고 친구 안내를 받아 교정과 실내를 둘러봤다. 회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울산에서, 대구에서, 함양에서 온 친구 내외들을 반 년 만에 반갑게 만났다. 고현 낙지 집으로 가 해물찜을 먹었다. 모두 맛난 점심이었다고 했다. 일행은 거제 들린 김에 자연경관을 한 곳을 들리기로 했다. 이동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지심도를 찾기로 했다. 한여름 뙤약볕에도 지심도를 찾은 탐방객은 유람선에 만선이었다. 장승포에서 탄 유람선은 물살을 가르며 지심도 선착장에 닿았다.
춘삼월 화사한 동백꽃이 피었다가 떨어진 산책길은 녹색 숲이 그늘을 드리웠다. 우리는 분교장 옛터와 전망대를 둘러보고 정한 시각 유람선에 올라 장승포로 복귀했다. 남은 여정은 이웃 통영 미륵도로 찾아가는 일이었다. 거제대교와 통영대교를 거쳐 산양 일주도로를 달렸다. 박경리 묘소와 문학관 이정표를 지나니 달아공원었다. 일행들은 달아마을 선착장에 차를 세우고 여장을 챙겼다.
달아마을에서 빤히 쳐다보이는 저도로 가기 위함이었다. 그곳에는 선상낚시 해상콘도를 운영하는 선장이 어선을 몰아와 기다렸다. 우리는 남양호 올라 십여 분 남짓 물살을 가르고 나아가니 저도 해안가 해상콘도에 닿았다. 시설이나 여건이 예상보다 훨씬 나았다. 마을 부녀회 소속 아주머니들이 생선회를 곁들인 저녁상이 차려져 나왔다. 일반 식당보다 음식 맛이나 솜씨는 더 좋았다.
반주로 소주가 면 순배 돌았다. 뒤늦게 통영에서 사는 친구 내외가 합류했다. 컨테이너박스로 설계된 해상 숙소는 에어컨이 가동되고 샤워시설까지 갖추었다. 진주 남강물이 그곳 통영 섬마을까지 바다 밑 송수관으로 공급된다고 했다. 행정당국 예산을 지원받아 해상콘도가 세워져서 어촌마을 공동체 수익사업 일환으로 운영하는 선상 낚시터였다. 예약 손님이 넘쳐 감당이 어렵다고 했다.
여성들은 자정 전후 잠들었으나 친구들 몇은 카드를 손에 쥐어보기도 하고 밤새워 낚싯대를 드리운 친구도 있었다. 생각보다 낚시가 잘 되었다. 처음엔 망상어와 매가리가 몇 마리 올라왔으나 나중엔 손바닥 크기 볼락이 수십 마리 낚였다. 한 친구가 활어 비늘을 벗기고 한 친구는 회를 떴다. 나는 낚시도 하지 않았고 생선을 손질하지 않은 관찰자로 머물렀다. 내 관심 영역 밖이었다.
대신 주방에 가서 초장과 된장을 찾아오고 냉장고 차가운 소주를 꺼내오는 몫은 책임졌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은 무더운 여름밤이었다. 새벽녘까지 선상에서 즉석으로 낚아 올린 볼락을 안주 삼아 소주를 비웠더니 평소보다 더 많이 먹고 덜 취했다. 낚시를 유난히 즐기는 친구는 잠 한 숨 자질 않고 꼬박 낚싯대를 드리웠다. 새벽녘 밤하늘에는 스무닷새 조각달이 운치 있게 걸려 있었다.
이튿날 아침 밥상 역시 전날 저녁과 같이 부녀회 살림꾼들이 차려주었다. 생선으로 국물을 우려낸 미역국은 속을 풀기 딱 좋았다. 구운 매가리와 우뭇가사리 무침도 맛있었다. 뭍에서 가져온 수박과 복숭아는 일부가 남아 부녀회 아주머니들에게 보냈다. 정한 시각 선장이 어선을 몰아 와 우리를 태워 뭍으로 올려주었다. 출렁다리나 동피랑을 걸어보려다 날씨가 무더워 귀가를 서둘렀다. 15.08.09
첫댓글 선생님 혹시 그 학교가 오비초등학교 ?
삼성조선 자리는 제 외가집이었고 건너편 오비리는 제 고향이거든요 ㅎ
네, 맞습니다. 얼마 전까지 학교앞 갯가 매립지는 거가대교 침매 터널 구조물을 만들던 자리였다더군요. 이제 그곳은 조선소 선박 부품 공장이 들어섰고요. 학교 주변 산자락과 경관이 참 아늑하더군요. 延草面 烏飛
이제는 다 헛빵입니다 ᆢ 지금의 한내공단이 오비에 들어오는 것을 저희 백부님께서 반대 운동하여 살기 좋은 오비로 만들었는데 결국은 반공단으로 되어 옛정취는 오간데 없고 뒷골 남은 논밭은 농사도 못지을 형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