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05
비행기, 어디까지
알고 있니?
서울공대 상상 예비 Winter vol .26
인천공항에서만 하루에 1,000번씩 비행기가 뜨고 내릴 정도로
비행기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친숙한 이동수단이 되었는데요.
하지만 동체와 사람, 사물의 무게까지 이겨내고
하늘로 향하는 비행기를 보면 여전히 경이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상 독자 여러분들은 푸른 창공을 가로지르는 비행기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혹시 비행기를 보고서 이런저런 궁금증을 가져본 적은 없으신가요?
이번 일상 속 공학 찾기에서는
비행기에 대해 한 번쯤 가져봤을 법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아가 보겠습니다.
글: 전병진, 기계항공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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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윤영주, 에너지자원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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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날개는 왜 쭉 뻗은 단순한 형태가 아닐까?
비행기는 동체를 띄우기 위한 양력을 모두 날개에서 얻습니다. 그런데 비행기의 날개를 잘 살펴보면, 단순히 쭉 뻗어있는 형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날개 주변에 흐르는 공기의 물리적 성질로 인한 문제들 때문이랍니다.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장치들 중 ‘플랩’과 ‘윙렛’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플랩(flap)은 날개 뒤쪽에 주 날개와는 별도로 설치된 장치로서 위 아래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비행기의 양력은 비행기 속력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비행기가 착륙하기 위해 속력을 줄이게 되면 양력도 줄어들어 추락할 위험이 있어요. 따라서, 속력이 줄어들더라도 추락하지 않을 만큼의 양력을 제공해주는 장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플랩’이라고 부르는 고 양력 장치를 날개에 달게 된 것이지요.
[그림 1] 플랩
비행기의 양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인 ‘받음각’은 다가오는 공기흐름(상대풍)과 날개 앞뒤를 연결한 선인 ‘시위’ 사이의 각입니다. 플랩을 내리면 날개 뒤쪽이 내려가는 것과 같기 때문에 받음각이 커지고 양력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날개가 공기와 닿는 면적이 넓어져 브레이크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착륙할 때 플랩이 없다면 비행이 정말 위험해지겠죠?
다음으로, 윙렛(winglet)에 대해 알아봅시다. 다시 한번 날개 끝을 보면 웬만큼 큰 비행기는 날개가 쭉 뻗어있지 않고, 바깥쪽 부분이 위로 꺾여 있을 거예요. 이렇게 꺾인 날개를 ‘윙렛’이라고 하는데, 윙렛을 장착하는 이유는 유체의 물리적인 성질과 관련이 있습니다. 공기나 물처럼 흐를 수 있는 상태의 물질, 즉 액체와 기체를 통틀어서 유체라고 하는데, 유체는 빈 곳을 채우도록 흐르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림 2] 플랩을
내리기
전(왼쪽)과
내린
후(오른쪽)의
받음각
비교
[그림
3](왼쪽) 윙렛 [그림 4](오른쪽) 윙렛 장착 전후의 날개 끝 와류 비교
[그림 4]의 왼쪽과 같이 윙렛이 없으면 날개 끝에서 위쪽으로 휘감아 올라가는 ‘날개 끝 와류(소용돌이)’가 형성되는데요. 이 와류 때문에 생긴 공기 흐름이 앞서 말했던 상대풍의 방향을 변화시켜 항력을 만들게 됩니다. 항력은 진행 방향에 반대로 작용하는 힘이기 때문에 비행 효율을 떨어뜨리게 돼요. 윙렛은 날개 끝 와류를 작게 만들어줄 수는 있어도 완전히 제거해 주지는 못합니다. 다만, 와류가 발생하는 위치를 뒤로 보내 날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만들 뿐이지요. 이렇게 비행은 미세한 공기 흐름의 변화마저 고려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일이랍니다.
비행기 탑승구가 왼쪽에만 있는 이유
비행기 탈 때를 잘 생각해보면, 좀처럼 오른쪽으로 타는 일이 없을 거예요. 실제로 모든 비행기의 탑승구는 왼쪽에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기장의 자리가 왼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는 제1차 세계대전 말 즈음에 개발되었던 전투기들의 공학적 특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당시 전투기들은 프로펠러를 돌려 추진력을 얻었는데요. 시계 방향(조종사가 보았을 때)으로 회전하는 프로펠러가 만드는 돌림 힘을 상쇄시키기 위해 비행기 자체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비행기는 오른쪽으로 도는 것보다 왼쪽으로 도는 것이 더 쉬워요. 그때부터 기장의 위치가 자연스레 왼쪽으로 굳어졌고, 승객 통로가 왼쪽에 있어야 기장이 승객 통로와 비행기의 연결 상태, 승객 탑승상태 등을 파악하기 쉽기 때문에 탑승구가 왼쪽에 위치하는 것이 세계적인 표준이 되었습니다. 오른쪽에도 문이 있는데, 이 문들은 주로 화물을 싣거나 급유할 때 쓰이고 있답니다.
이러한 이유 외에도 선박의 역사와 관련된 이유도 있는데, 여러분이 한 번 찾아보시면 재미있을 거예요. 항공의 역사 중에는 선박으로부터 유래한 것이 정말 많답니다.
[그림 5] 프로펠러로
인한
토크(주황색)와
그로
인해 반대
방향으로
발생하는
비행기
동체의
토크(파란색)
[그림 6] 여객기
탑승구, 조종석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승객
통로,
오른쪽에는
화물
통로를
볼
수
있다.
비행기는 뒤집어져도 날 수 있을까?
비행기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실제 날개만큼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에어포일’이에요. 에어포일은 쉽게 말해서 날개의 단면을 의미합니다. 앞에서 말했던 시위나 받음각과 같이 양력과 항력을 정의하고 계산할 때, 정말 중요한 개념입니다.
[그림
7](왼쪽) 여러 형태의
에어포일, NACA 0012는 대표적인
대칭
에어포일이다.
[그림
8](오른쪽) 에어포일은
뒤집어져도
정상
상태와
유사한
공기
흐름을
나타낸다.
이제 에어포일에 대해 알았으니, 비행기가 뒤집어져도 날 수 있는지 알아볼까요? 뒤집어졌을 때의 받음각은 정상 상태에서 부호만 반대로 바뀝니다. 이렇게 받음각이 음수가 되면 양력은 날개의 아랫면 쪽으로 작용해요. 그런데 비행기가 뒤집어지면 날개의 아랫면이 위로 가게 되겠죠? 결과적으로 정상 상태처럼 양력이 위로 작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상 상태보다 양력의 크기는 작아지지만 양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행기가 추락하지 않습니다. 특히, 공중 곡예기들의 경우에는 뒤집힌 상태로 활공하는 묘기를 볼 수 있는데요. 이런 비행기들에는 시위선을 기준으로 상하 대칭인 에어포일로 구성된 날개를 장착함으로써, 양력의 크기는 조금 작을지라도 뒤집힘과 상관없이 같은 양력을 얻을 수 있게 만든답니다. 영화에서처럼 비행기가 뒤집어져도 계속 날아갈 수 있는 게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라는 것을 아시겠죠?
이번 호에서는 비행기에 대해서 한 번쯤 가져봤을 궁금증에 대해 알아보았어요. 세계 각국을 연결해주어 교역에 크게 기여하고 다양한 문화권을 만날 수 있도록 해준 비행기,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 비행기 한 대에는 방대한 양의 공학적 이론들이 들어갑니다. 여러분이 우주항공공학을 전공하면 이렇게 비행을 해석하는 공부를 하게 될 거예요. 주변의 현상들에 대해 궁금증을 가져보는 것부터 멋진 공학자의 자세를 갖추어 나가 보세요!
출처
[그림 1] http://usefulmemo.tistory.com/704
[그림 2] http://www.boldmethod.com/blog/2013/10/how-does-lowering-flapsaffect-angle-of-attack/
[그림 3] https://www.businessinsider.com/boeing-airplanes-winglets-nasa-2016-4
[그림 4] https://www.quora.com/Whyhasnt-a-wing-been-designed-to-stopwing-tip-vortices-effectively
[그림 5] http://www.boldmethod.com/learnto-fly/aerodynamics/why-you-needright-rudder-on-takeoff-to- stay-onthe-centerline/
[그림 6] https://pixabay.com/ko/[그림 7] Pylypenko, Polevoy, Prykhodko,“NUMERICAL SIMULATION OF
MACH NUMBER AND ANGLE OF ATTACK INFLUENCE ON REGIMES OF TRANSONIC TURBULENT
FLOWS OVER AIRFOILS”, TsAGIScience Journal, vo1 43, issue 1, 2012
[그림 8] https://aviation.stackexchange.com/questions/21035/does-stall-angleof-attack-in-inverted-flight-changedue-to-the-camber-of-an-a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