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농부의 ‘아름다운 귀촌일기’
KBS 6시 내고향 출연
지난 6월 15,16(1박 2일간) KBS 6시 내고향 제작팀들(원로배우 박용식, 이승연 PD, 김응국 촬영감독)이 쪽빛강물이 흐르는 북한강 상류 솔바우 농원을 찾아와 ‘아름다운 귀촌일기’를 함께 쓰며 촬영도 하고 즐거운 한 때를 보냈습니다.
KBS 6시 내고향 '아름다운 귀촌일기' 촬영 시작
감자 캐랴, 매실 따느라 정신없이 바쁘고 놉 꾼이 모자라 절절매는 농번기에 일손도 돕고, 시골 촌부를 6시 내 고향에 출연을 시켜준다니 이보다 더한 일이 어디 있을까 싶어 하늘을 향해 폴짝폴짝 뛰고 싶습니다.
-야간 촬영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무더위가 30도를 오르내리며 땡볕이 내리쬐어 머리가 멍멍할 지경인 데 감자를 캐려 감자밭으로 갑니다. 감자 뿌리에 호미를 넣는 순간 날이 툭툭 걸리고 들어가질 않아 흙속을 조심스레 헤집어 봅니다. 감자알들이 가득하게 모여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감자밭에서
감자마다 주먹을 불끈, 두 눈을 크게 뜨고 보조개가 폭폭 파여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참, 때깔도 곱고 미끈하게 잘도 빠졌습니다. 줄기마다 줄줄이 덩이가 달려 나와 밭고랑을 그득하게 메워줍니다. 날씨가 무더워 짜증이 나다가도 재미가 쏠쏠하기 그지없습니다.
- 막 캐어낸 솔바우 감자전과 찐감자, 둘이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를 판이라며
입에 침이 마릅니다.
원로 배우 박용식님은 호미질이 서툴러 감자를 제대로 캘까 걱정을 했는데 손놀림이 진지하고 능숙한 솜씨로 잘도 캐어냅니다. ‘감자 캐는 법을 어디서 배웠지요?’하자 자기도 고향이 강원도 춘천이라며 자랑이 한창입니다. 그러나 감자가 호미에 찍혀 나올 때마다 안쓰러워 만지고 또 쓰다듬어 봅니다.
솔바우란 동네 이름이 말하듯, 소나무와 돌이 많은 곳입니다. 발에 채는 것이 돌입니다. 감자를 캐다 보니 돌 반 감자 반입니다. 돌이 하도 많아 정신을 똑바로 안 차리면 돌에 홀릴 정도로 척박한 밭입니다. 그러나 돌 속에서 자라난 돌 감자 맛은 대한민국에서도 알아줍니다.
돌 감자를 캐며 돌이야기를 하다 돌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지난 번 돌풍으로 그 동안 쌓아놓은 돌담이 무너져 보기가 흉물스럽습니다. 일손이 딸려 농사가 끝나 늦가을에나 쌓을까 생각 중이라니 감자를 캐고 나면 돌담도 쌓아주겠다며 주먹을 번쩍 들어올립니다.
-무너진 솔바우 돌담 쌓기
나나 박용식님이나 돌담 쌓는 기술이 부족하므로 올 장마에 무너지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 쌓아올립니다. 강한 바람에도 견디어 낼 수 있도록 구멍을 숭숭 내고 더운 기운을 내뿜으며 흡인력을 불어넣어봅니다.
매실도 함께 따 봅니다. 매실을 첫 수학할 땐 가마니나 섬을 나무 밑에다 대고 따야 다음 해 더 많은 열매를 준다기에, 쌀 포대 자루 주둥이를 크게 벌리고 매실을 따 담으며 많이도 웃어 봅니다. 매실나무는 꽃도 꽃이려니와 열매를 달기 위해 세상에 태어나는 것 같습니다. ‘다닥다닥’ ‘닥지닥지’는 이를 두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하도 많이 달려 손가락이 안 들어갈 정도입니다. 매실 한 나무가 재수가 좋으면 몇 십 만원을 벌어준다더니 거짓말이 아닙니다.
-닥지닥지 매달린 매실나무
낮은 곳은 앉아서도 작업을 할 수 있는 데 높은 곳은 목을 뒤로 제치고 잎 속을 헤쳐 가며 따내려니 목줄이 댕기고 쑤셔옵니다. 철제 사다리를 놓고 다람쥐처럼 오르락내리락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참다못해 높은 곳엔 장대로 두들기려니, 용식님은 매실을 두들겨 패면 매실 체면이 말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쳐댑니다.
-이이구, 시구라!
매실을 제대로 거두자면 약을 몇 번씩 뿌려줘야 한다는 데 약치기를 참았더니 모양새가 찌그러지고 벌레가 파먹어 생김새가 말씀이 아닙니다. 그래도 난 초록물이 통통하게 오른 요것들이 귀여워 그냥 깨물어 봅니다. ‘아이고, 시구라.’ 시큼시큼 잇몸이 저려옵니다.
-촬영중 우리 장손 돌바주는 보도차량 기사님
1박 2일 동안 함께 작업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나도 방송에 몇 번 출연을 해 본 경험은 있지만, 이 번 팀만큼 진지한 모습과 프로정신, 직업의식을 가지고 작품을 완성해내는 모습은 처음입니다.
내려쬐는 무더위와 계속되는 촬영, 원로배우 박용식님과의 대화로 난 툭하면 NG를 내 녹초가 되고 죽을 판이었으나 찍고 또 찍어댑니다. 낮이 모자라 밤까지 작업하는 열정, 하나의 작품이 태어나기까지의 땀을 흘려내는 정성에 새삼 감탄을 합니다.
-한창 피어나는 산나리 야생화 밭에서 촬영
촬영을 하며 몸짓이 서툴러 감독에게 꾸중도 듣고 많은 땀을 흘렸으나, ‘글 쓰는 농부’를 세상에 알려 준 6시 내 고향 제작팀들에게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소중한 경험 ‘정말 고맙습니다.’
첫댓글 2007년 6월 19일 '6시 내고향'에 방영될 예정입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저는 지난 것을 가지고 약올리는 줄 알았더니 바로 내일이군요 고맙습니다. 놓치지 않겠습니다.
솔바우선생님 몇번 가 본 곳이라 익숙해 보입니다. 선생님이 입으신 그 옷 그 모자 역시 반갑습니다. 그렇게 하셔도 되는거예요? 우리 모임에서는 뵐 수 없고 지면이나 텔레비젼에서나 뵐 수 있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횡성세미나에 참여하신다니 감사하구요 내일 꼭 여섯시 내고향을 보겠습니다.
여섯시 내고향 흐뭇한 맘으로 잘 보았습니다. 사모님의 말씀을 빌리면 역시 선생님은 고집이 세시군요. 건강하십시오. 가문의 영광을 또 하나 이루셨습니다.
선생님 오래간만에 TV에 출연하셔서 ...반가왔습니다. 여전히 젊으시고,사모님께서도 여전히 아름다우시고 귀여운 손자도 예쁘고... 감자도 돌망똘망 실하게 키우시고... 솔바우선생님 6시 내고향 지키고 있다가 시청했거든요. 세미나때 뵙겠습니다.
방송 잘봤습니다. 시청자들이 보기엔 낭만적이지만 현실이야 어디 그렇기만 하겠습니까? 성님의 마음이 넉넉하면 되겠죠. 세미나 때 뵙겠습니다.
방송 잘 보았습니다. 예전에 그 작던 나무에서 벌써 매실 수확을 하시는군요.
축하드립니다. 그만 흙돼지 파티가 있어 한창 은박지에 고구마처럼 싸 구운 고기를 썰어 쌈에 싸 먹을 때니-. 안봐도 훌륭하셨겠지요.
'농부가 된 선생님', '윤씨 아저씨', 혼을 빼겼습니다. 고추 매실 싱싱하게 잘 가꾸었더군요. 방송국에서 윤씨네 홍보판을 어찌 그리 잘 만들었을까 이 고집쟁이 아저씨, 승용차 없으면 어떠오. 그 모자, 그 고무신, 그 짐차 끌고 나타나시라. 척 아씨 너무 괴롭히지 마시고.^*^
제가 강화화실 들어가 있느라고 그만 와우선생님을 T.V 에서라도 뵈올 기회를 놓쳤습니다. 아까워서 어쩌지요. 그런데 와우선생님, 어디 출연을 한다던가 하는 홍보 하실때만 말고, 늘상 북한강에 올리시는 글 ! 한번만 클릭하면 강원수필도 더 풍요러워 지지 않을까요? 와우선생님의 말간 글을 강원수필에서도 항시 볼수있게 해주사이다. 홍보때만 올리시는 글은 미워요. 아셨죠? 서양화가 정정신
아이고, 강아지야...내가 웃어요.
제 말이 맞지요? 와우선생님의 달작지근한 말간 글을 못 읽어 투정 하는 겁니다. 앞으로 잘하세요. 이건 명령. ㅎㅎㅎ
아이구 웃으워 정화백님 맞습니다. 다~ 정다운 인연의 고리입니다.~~~
보잘 것 없는 촌부의 이야기를 시청해 준 우리 식구들께..꾸벅..꾸뻑..방영된 후 별별 전화를 다 받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제야 좀...그러나 난 왜 이리 부끄럽고 작아지는 지...손수건으로 하늘을 가리고 싶은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