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 농구대잔치를 보러 다녔는데 가장 눈여겨본 건 아무래도 프로입단을 앞두고 있는 올해 4학년들의 플레이였습니다.
게다가 요즘 잘나가는 4학년들 대부분이 제가 고교농구를 열심히 챙겨보기 시작할 무렵 고교 최고스타들이었거든요. 더욱 애정을 갖고 지켜보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이번 대회 가장 관심을 가졌던 선수는 한양대 김학섭이었습니다. 5개월 소풍을 마치고 돌아와 헬쑥해진 얼굴,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한 여러 장면들, 무뎌진 스피드 등등 참 여러가지 면에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전주고 김학섭은 정말 덜덜덜이었습니다. 몇 분 안남기고 10여점차 지고 있어도 양손으로 바닥 한 번 '쾅!'치고 '까짓꺼 지금부터 잡아주지'라는듯한 마인드로 잡아냈던 수많은 경기들이 가장 인상에 남아있습니다.
돌파력이야 뭐 두 말하면 잔소리.
이번 대회에서 보게되어 참 반가웠고 예선 첫 경기에서 예상외로 잘해줘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대학 마지막 무대가 된 어제 경기,
초반부터 이 악물고 뛰는 모습이 역력하더군요. 오랜 공백으로 체력적으로 아직 준비가 안되었을 테고 단기간동안 여러 경기를 뛰면서 더욱 지쳤을텐데도 정말 열심히 플레이했습니다. 경기 중 "야! 야! 모여봐!" 이러는 모습은 전주고 때를 기억나게 해서 더욱 좋았구요.
그.러.나. 역시 후반이 되니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김춘수 감독이 대회전 풀타임은 어려울 거라고 얘기했던 걸로 아는데 그 것도 4강전에서 거의 풀로 출전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게다가 초반부터 악바리 근성 만땅 발휘하면서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녔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1학년 때만 하더라도 - 출전시간이 기대만큼 많지는 않았지만 - 팀이 필요할 때 스스로 득점을 올려주는 수많은 장면들을 기억합니다. 이날 후반전에 김학섭에게 기대했던 장면들이었거든요. 조성민이 전반에만 17점 기록하는 괴력을 발휘했지만 고려대가 스퍼트를 시작한 3쿼터에서는 다소 주춤했습니다. 이 때 고려대의 기를 꺽어주는 한 방을 김학섭에게서 기대했는데,
으하. 한때 '나 돌파한다' 맘 먹으면 2점 거저 먹듯 하던 김학섭이 자신이 원하는대로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몸이 안따라주는 거죠. 여전히 안들어갈 것 같은 예감이 팍팍 드는 그 3점슛하며..
김학섭이라는 이름은 아마추어 어느 팀에 갔다놔도, 그 어떤 강호를 맞상대로 붙여놔도 '승리'라는 단어를 기대하게끔 하던 이름이었는데 세월무상, 소풍낭패, 부상씁쓸 등등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더군요.
물론 김학섭이 이날 못한 건 아닙니다. 다만 조성민이 제 몫 제대로 해주는 날, 김학섭이 뒤에서 조금만, 조금만 더 받쳐줬어도 - 전성기 때 실력이 살짝만 발휘됐어도 - 고려대가 막판 그리 쉽게 승기를 잡지는 못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어쨌든 이제 김학섭이 프로에 도전장을 던집니다. 드래프트까지 2개월 조금 안되는 시간이 남아있는데 부상회복하고 체력도 보완하고 했으면 좋겠네요. 큰 의미없는 트라이아웃이겠지만 적어도 몸은 정상이다라는 걸 보여주는 것만큼은 중요하니까요.
국내 프로무대에서 여태껏 없었던 새로운 패러다임의 포인트가드가 탄생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계속 간직하고 있겠습니다. 김학섭 화이링~ (농구대잔치 장내 아나운서 버전)
P.S
지난주 박상우가 그랬고,
11월 마지막날 전정규가 그랬고,
12월 첫날 이현민, 조성민이 그랬고,
4학년들의 마지막 무대, 마지막 경기를 지켜볼 때마다 참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은 주태수, 전원석, 배경한 그리고 얼리엔트리 신청한 임휘종 등등의 대학 마지막 경기를 보게됐네요. 다른 애들은 제껴두더라도 경복고 전원석, 휘문고 배경한은 참 오래 전부터 정들었던 선수들인데 이제 아마추어 명함을 싹 치워버릴 때가 오고야 말았습니다.
상무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심적으로는 고려대 편에 설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양팀~ 화이링~~ (농구대잔치 장내 아나운서 버전)
P.S II
김종근..내년 3월까지 널 어떻게 기다리냐.. 그냥 1월에 농구대잔치 한 번 더 하면 안되나??
김태주..쉽지는 않겠지만 내년 네가 고려대 주전 먹는 거 보고싶다!
연대와의 경기이후 시합은 졌지만, 연장까지 날라다녀준 동생들이 자랑스러워 그날 줄리아나 나이트클럽 부스를 다 잡고 퍼마셨었는데....그때만 해도 학섭이의 성장은 의심할 필요 없었고, 한양대학교가 대학 최강팀이 될거란 기대를 했었는데...별다른 성장없이(성민이는 완전 성장했지만...)졸업을 하는군요...ㅠ.ㅠ
첫댓글 좋은글 잘 봤습니다. 아마농구에 대한 애정을 느낄수 있네요. ^^
배경한 전원석 고등학교때 포스는 어디로 갔는지 지금도 아쉽군요
전원석은 풋워크에 문제가 있습니다. 공격력은 거의 정상을 찾았다고 보여지는데요.수비력에서 문제가 발생하구요. 배경한은 대학서 발전이 거의 없었던 듯. 폭발하면 아무도 못 막지만 기복도 심하고... 후배 임휘종만큼의 듀얼가드도 아니구요.
김학섭의 대학시절 가장 인상적인 경기는 1년생시절 연대와의 경기 아니었는지요? ^^ 그 경기에서 코트를 지배했던 건 방가도 아니고 김동우도 아니고 바로 김학섭이었죠. ㅠ.ㅠ
궁금해서그러는데요,,,김학섭 한양대갈때 조성민이랑 선수한명인가??두명인가,,,암튼 끼어서간거아닌가요??전주고1년후밴데,,,그런소리 많이들었거든요,,,글고,,김학섭,,정말 진짜,,,얼굴도잘생기고,,,,전국체전 3연패 마지막우승할때 머리뒤로백패스한거랑,선수다섯명이서 손바닥으로 바닥치는거,,진짜 멋있었는데,,ㅠ
김학섭경기를 제대로 본건 어제가 처음이었습니다. 김학섭이 있을때와 없을때의 차이가 확 나더군요. 프로에서 체력을 더 기르고 떨어진 슛을 좀 보완하면 최고의 선수가 될 자질이 있어보입니다.
연대와의 경기이후 시합은 졌지만, 연장까지 날라다녀준 동생들이 자랑스러워 그날 줄리아나 나이트클럽 부스를 다 잡고 퍼마셨었는데....그때만 해도 학섭이의 성장은 의심할 필요 없었고, 한양대학교가 대학 최강팀이 될거란 기대를 했었는데...별다른 성장없이(성민이는 완전 성장했지만...)졸업을 하는군요...ㅠ.ㅠ
학섭이 프로에 가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 합니다...특유의 뱅크슛도 함께...-_-+
4학년들 이번 농대 목을 걸고 하는 느낌이. 배경한 전원석은 그래도 한두번씩은 임팩트를 보여주긴 하더라구요.
김종근 짱.
죄송한데요. 농대 아직도 하나요? 요즘 아마농구좀 보고 싶어서 그러는데 보러 다니시는분 일정이랑 장소좀 알려주세요.//
오늘이 결승전입니다.5시에.상무와 고대 잠실 학생체육관이구요.장소는.역시 아마농구는 직접 찾아가서 봐야 제 맛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