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mAyj9q2quYc&list=RDmAyj9q2quYc&start_radio=1
Ruby Tuesday- The Rolling Stones
오랜만에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몇 년 전까지 매일 출퇴근했던 길인데 고속도로의 한 시간이 이제는 멀기만 합니다.
학교에 도착해 1층 도서관 앞을 지나는데,
‘알겠어요?’
‘이해했습니까?’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국어과 K샘입니다.
작년 1학년 담임을 함께 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던 멋진 청년샘인데, 여전히 열정적으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K샘의 계속된 질문에도 묵묵부답인 아이들, 하늬바람을 타고 모두 어딘가로 가버린 모양입니다.
본관에 들어서 신발을 갈아 신고 교무실로 가는 길.
한때 가장 익숙했던 공간이 이제는 낯설게 느껴져, 발을 들이는 것조차 조심스럽습니다.
교무실에 들어서니 수업이 없는 몇몇 선생님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넵니다.
잘 지내셨냐며 건강과 그동안의 안부를 나눈 후, 교무행정사 선생님의 자리에서 명예퇴직 신청에 관한 서류들을 작성했습니다.
자필로 작성해야 하는 열 가지 남짓의 서류 뭉치를 보며, 무슨 서류가 이렇게 복잡하고 어렵나 싶어 한숨이 나옵니다.
이러다 문서 작성 못해서 퇴직도 못하겠다며 구시렁거렸더니 센스 있는 교무행정사 선생님이 작년 명퇴자의 서류를 출력해주십니다.
작년 서류와 작성 요령 공문을 보며 나이스에서,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자료를 찾아 출력하고 자필로 서류를 완성했습니다.
서류를 정리하며 교무행정사샘에게
“샘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명퇴 못할 뻔했어요.” 라며 웃는 제게,
“샘, 그냥 내년에 계속하시면 안 돼요?
샘이 학교를 휴직하시고 한동안 교무실로 아이들이 계속 찾아왔어요.
‘음악 선생님 어디 가셨어요? 얼마나 있다 오세요?’
보고 싶다며 아이들이 선생님을 기다렸어요.”
“그랬어요…….”
어떤 말로도 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서류를 제출하고 나오는 길, 화단에 작은 보라색 국화가 피어 있었습니다.
장난꾸러기 바람이 귀찮다는 듯 새침한 꼬마 국화들을 보니 가을이 오긴 한 모양입니다.
가을이면 국화가 피고, 여름이면 백일홍이 피고, 봄에는 벚꽃이 피듯, 같은 햇빛과 비바람 속에서도 나무들은 자신의 계절에 꽃을 피웁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배움이라는 햇빛과 바람과 물을 주고, 그 곁에 쉽지 않은 기다림을 심고 싶었습니다.
너무 성급하게 나무를 잡아 흔들지 않고,
꽃 피우기를 재촉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깊이 뿌리내릴 때까지
오래 그 곁에서 지켜보기를.
작년 12월, **이의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짧은 안부 뒤에 **이가 선생님을 그리워한다고.
사춘기가 시작된 후로는 묻지 않으면 절대 먼저 말하지 않던 아이가 얼마 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엄마, 우리 샘 보고 싶어. 다시 오시면 좋겠어……
근데 나 때문에 우리 선생님이 학교를 그만두신 것 같아…….”
그 말에 온 가족이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며 엄마의 목소리가 젖어들었습니다.
“샘, 저희 **이 때문에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노력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가 2학기에 많이 좋아져서 선생님들에게 칭찬받고 학교생활도 잘하고 있어요.
선생님께서 아시면 기뻐하실 것 같아서 전화드렸어요.”
전화를 끊고 울었던 것 같습니다.
주차장에서 차를 타려다 뒤돌아 교실을 바라보았습니다.
‘작은 시냇물 같은 아이들아.
맑게, 방글방글 싱글거리며 살아라.
그렇게 졸졸 흘러
기어이 바다에서 만나자.’
- 집으로 가는 길, 고속도로를 달리며 롤링스톤즈의 Ruby Tuesday가 흘러나왔습니다.
조용히 흥얼흥얼 따라부르다 Goodbye Ruby Tuesday 대목에서 멋대로 몸을 흔들며 목이 터져라..
Goodbye Ruby Tuesday
Who could hang a name on you?
When you change with every new day
Still I'm gonna miss you
Still I'm gonna miss you ...
첫댓글 오랫동안 교단에서 수고 많으셨어요.
삐삐님을 제자들이 오랫동안,영원히 기억할 겁니다.
저도 푸른밤에 들어와서 삐삐님의 글과 음식으로 행복했거든요.^^
초록별님 늘 다정한 인사를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푸른밤에 글을 올릴때면 모두 잠든것같은 적막함이 조금 슬펐는데 초록별님의 댓글이 많은 위로가 되었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