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흥사단 동맹독서의 뜨거운 분위기에 열렬한 성원을 보내옵니다.
아래 내용은 <대구경북연구원>에서 발간하는 계간지 <대경포럼(VOL. 69. WINTER 2009>의 <책을 읽다> 코너에 게재된 저의 글입니다.
http://http://www.dgi.re.kr/datafile/ebook/dgforumVol.69/EBook.htm
리더십과 자기기만
-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Ⅰ -
아빈저연구소 저 / 차동욱, 서상태 옮김 위즈덤 아카데미 발행
독후감 쓴 이 : 김지욱(산학연구원 대외협력센터 소장)
지난 추석 때 존경하는 대학교 은사님을 모시고 십여 명의 제자들이 저녁 한 끼를 같이 하는 모임이 있었다. 그런데 저녁식사를 다 마칠 시간이 되어도 참석하기로 한 한 제자가 나타나지를 않았다. 우리는 그 제자가 우리 모임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고 있었으므로 이야기 진도도 별로 나가지 못하고 대충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 중 두어 시간이 지나고 모임을 파할 시각이 되어서야 그 제자는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서는 헐레벌떡 자리로 뛰어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리에 앉을 겨를도 없이 사과부터 하더니 오늘 늦게 된 사연을 줄줄이 늘어놓는 것이었다.
“제가 오늘 늦게 된 것은 난생 처음 겪어 보는 것이라서 한편으로는 배신감을 느껴 화가 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자기성찰의 기회가 되어 고맙기도 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귀를 쫑긋 세우고는 뒤늦게 나타난 그 제자의 사연을 듣게 되었다.
“제가 직장생활 15년 정도를 하면서 그 동안 부하직원으로 일만 열심히 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몇 년 전부터 제가 팀장이 되어 부하직원 10여 명을 거느리고 일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같이 바쁘고 즐거운 추석 하루 전날 퇴근할 무렵이 되자, 이 팀원들이 저를 불러 커피 한 잔 하자고 하더니 한결같이 그 동안 있었던 저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는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는 간단하게 커피나 한 잔 하고 일찍 퇴근해야지 하고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명 두 명 이야기를 시작하자 모두가 한 마디씩 하며 불만을 터뜨리는데 정말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오늘 이 약속도 있고 해서 마음은 바쁜데 모두가 꼭 들어야 한다며 합심하여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만을 이야기하는 바람에 팀원들에 대한 배신감과 아울러 정말 화가 얼마나 나는지 참느라 죽을 뻔했습니다. 그 동안 제가 그들에게 얼마나 민주적으로 업무를 분배하고 성과를 평가하고 또 고충을 들어가며 잘 대해 줬는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은 자기주장과 불만만 늘어놓았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그들에 대한 섭섭함이 커져 갔습니다. 하지만 회의 시간이 자꾸 흐르고 그들의 불만과 저의 해명을 거치면서 오해도 점점 풀렸고 마지막에는 모두가 잘 해결되긴 했지만, 저는 제 자신을 뒤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팀원들에게 참 잘 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받아들이는 그들은 그게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팀원을 이끌고 가는 리더로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이론상으로는 많이 알고 있지만 오늘 처음으로 직접 당하고 보니 정말 황당합니다.”
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던 우리 제자들은 나름대로는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보니 여러 충고를 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이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리더십을 연구하는 독서클럽을 만들어 보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추천된 도서가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리더십과 자기기만-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Ⅰ>이란 책이다.
그 제자는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도 받은 엘리트 관리자였으나 막상 본인이 부하직원으로 그런 불만의 대상의 되었다는 것이 한편으로 억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경우에 딱 들어맞는 도서가 바로 이 책이라는 것이 생각나서 제1회 독서모임의 책자로 정하자고 강력하게 추천했던 것이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 위의 사례 같은 경우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자신감을 갖고서 말이다.
이 책은 나도 그 동안 SK텔레콤 정만원 사장이 전 임직원에게 읽어보라고 권장하고 각종 사내 교육프로그램에서도 다루었다는 것을 알고는 관심을 갖고 읽었던 책이었다. 보통 리더십 관련 책은 어떻게 해야 하는 조건을 몇 가지 내 걸거나, 하지 말아야 하는 조건을 내 걸고 일방적으로 딱딱하게 설명을 하고 있는데 반해, 이 책은 정말 재미있는 소설형식과 생활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쉬운 사례를 들어서 설득력 있고 감동적으로 설명해 내려가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최근 이사직을 부여받고 재그럼(Zagrum)사에 합류하게 된 톰 캘럼을 통해 그려진다. 그는 가장 먼저 출근하여 가장 늦게 퇴근하고 줄곧 맡은 일에 몰두하며 누군가가 내 업무를 방해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처리하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주인공인데, 입사한 지 1개월쯤 되었을 때 회사의 리더십 개발 과정에 참여하여 부사장인 버드 제퍼슨(Bud Jefferson), 현재 사장인 케이트 스테나루드(Kate Stenarude)와 전 사장인 루 허버트(Lou Herbert)를 만나 이틀간에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칫하면 평생 동안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었던 자신의 문제점을 알게 되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 깨달아 가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커다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당사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 이유는 자기기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자기기만(self-deception)’이란 자신은 모범적이고 유능하며 성실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무능하고 게으르다고 생각하지만, 함께 생활하는 존재인 만큼 그들보다 뛰어난 내가 항상 배려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즉, 항상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다른 이들을 바라보며, 상대방이 자신과 동등한 존재인 ‘인간’이 아닌 하나의 ‘대상’으로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상자 안에 있는 것(being in the box)’이라고 표현되기도 하는 ‘자기기만’이란 설명을 하면서 200여 년 전에 있었던 한 산부인과의 사례를 들고 있다. 그 당시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종합병원 산부인과병동에서 산모들이 산욕열이라는 질병으로 죽어갔는데 의사들은 그 원인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 원인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부인과 의사 자체가 시체를 다루는 해부연구를 겸하고 있다 보니, 거기에서 세균이 옮겨서 산모들이 죽어나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숱한 산모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세균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직내부에도, 가족 간에도 항상 떠다니고 있는 존재가 바로 ‘자기기만’ 혹은 ‘상자 안에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자 안에 있는 사람’에게서 제대로 된 리더십이 나올 수 없다. 진정한 리더십은 어떤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나 부드러운 테크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진실성에서 나오는 것이고, 상대방에게서 그 진실함을 전달받았을 때에는 놀라울 정도의 힘을 발휘하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상자 밖에 있을 때에는 다른 사람을 나와 동등한 존재로 인식할 수 있게 되고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의 감정과 욕구를 자연스레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에 대하여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 하지만 때때로 사람에게는 그러한 감정을 거스르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보통 한밤중에 아이가 울게 되면 본인이 직접 돌봐 주고 싶지만 엄마가 대신 봐 주기를 기대하면서, 우는 아이를 돌보지 않고 계속 자는 척하는 경우가 많다. 잠이 부족하면 내일 회사에서 일을 못하게 된다는 등의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이런 경우처럼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무언가 해주고 싶어 하는 감정과 욕구를 순간적으로 무시하고 자신의 감정과는 반대로 행동하는 것을 '자기배반(self-betrayal)'이라고 이 책에서는 설명을 하고 있다. 자기배반 이후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고 상대방을 헐뜯는 등의 행위를 하게 되며, 이러한 성향이 반복되어 자신의 특성으로 자리 잡게 되면, 마치 세균처럼 조직 내에 자기배반을 퍼뜨리게 되고, 마침내는 조직의 생명력을 빼앗고 와해시키는 지경까지 몰고 가게 된다.
이러한 자기배반의 원인은 ‘상자 속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를 해소하고 상자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는 노력이 배제된 채 타인의 행동만을 변화시키려고 하거나, 얄팍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사용할 때에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상자 안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이 나와 같은 소중한 존재이며 다양성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것은 나에게 건전한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을 때에도 가능한 일이다. 그 후 상자밖에 머무르려는 시간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존중하고 실행하는 쪽으로 선택하기를 반복하여야 되고, 이러한 결과로 ‘자기기만’과 ‘자기배반’이 줄어들 때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병이 나아 활력을 되찾는 사람처럼, 예전보다 더 많이 성과에 그리고 결과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글 서두에 예를 들었던 그 제자의 사례 같은 경우에도 그 해결책으로는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그 동안에 팀원들과의 문제가 쌓이고 쌓였던 것은 팀장인 그 제자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고, 둘째, 지금까지 팀원들을 대상으로만 봐 온 것이 아닌가 하고 반성해 보고, 진정한 인간으로 존중하며 진심으로 팀원들이 누구인지 알아야 할 것이며, 셋째, 나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됨을 인지하고 내가 변화와 밝음 속에 있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 책 내용의 또 한 가지 특징을 찾아본다면, 보통 교육은 외부 강사에 의뢰하여 일방적인 강의 위주에다, 설사 토론이 있더라도 강사 한 명에 수강생 다수의 형태의 토론으로 이루어지는 것과는 달리, 이 책에서의 리더십 교육은 회사의 최고 경영자가 직접 피교육자와 일대일로 진행하는 대화를 통해서 본인과 회사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다 같이 모색해 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그리고 이 글을 쓰고 보니 평생 흥사단 활동을 같이 하고 있는 남병웅 단우가 남성들에게 한 말이 생각난다.
“남자들이 집안에서 설거지, 방청소, 요리 등을 했다고 해서, ‘내가 집안일을 도와줬다’고 말하지 말고, ‘내가 집안일을 했다’고 말하라.”
(끝).
첫댓글 진실성, 그리고 상대방이 나와같은 소중한 존재이며 다양성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은 인지해야 한다고요. 공부 잘했습니다.
경주 김씨 가문의 우리 누님, 할매, 숙모? 늘 열심히 사시는 모습 존경합니다. 히히.
아싸~ 내이야기도 있네요~ 며칠전 남이섬에서 서대문구 여행포럼 특강에서도 한이야기입니다만 ㅎㅎㅎ 아무튼 감사드리며, 잘 읽었습니다.
김지욱 단우님, 효과 확실히 보셨습니다. ㅎ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참고 많이 하겠습니다.)
하하하, 선배님, 더운데 고생 많으십니다. 교육 사업 잘 되어 가지요? 저도 3년 후쯤 따라하고 싶은데... 우리나라가 잘 되려면 자기기만, 자기배신이 없어야 합니다그려. 그러려면 또 상자속에서 빠져나와야겠지요.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