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시골마을로 이사를 했다.
이삿짐이래야 옷가지랑
자전거 두대.
라꾸라꾸침대랑 이불.
김천생활이 시작되면서 하나둘 늘어난 용품들.
삼다수 몇팩.
일회용기 한봉지...
청소기....화장실용품들.
가장 문제되는게 160L짜리 소형 냉장고다.
다른건 몇번씩 오가며 실어다 나를수있지만.....
해서 용달을 불렀다.
오후...
앞뒷집 할머니와 얼굴을 이미 익혔으니 시루떡이라도 돌리며 이집에 사람사는걸 알리기로 하다.
떡 한시루...
퇴근시간 배달된 떡을싣고 집으로
벌써 날이짧아져 일곱시가 지나면 금방 어둠이 내릴 준비를 한다.
열일곱에 시집와서 평생을 이곳에서 사신다는 뒷집할머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
너무 씩씩한 걸음걸이.
참 행복하게 평생을 사셨구나...
한곳에 뿌리박고 팔남매의 자손들은 키워낼셨으니....
환한 할머니의 웃음소리.
할머니가 앞장서시고 동네한바퀴를 돌다.
이삿떡은 이렇게 동네분들 댁으로 전해지고..
시골동네에 이사를 왔으니 도움줄수있으면 드려야 하겠기에
혹시 응급상황이 벌어지면 밤에라도 대문을 두드리시라 얘기한다.
두어집 건너에 사시는 예순중반의 할머니...
대상포진을 앓는데 많이 어지럽다신다.
내일 출근길에 동승하시면 진료받기가 수월하실것같아 시간내서 오시라고 했더니 정확히 시간맞춰 오셨다.
아들형제가 대학생일즈음 혼자되신 사연을 털어놓으신다.
아이들이 어느정도 자라면 스스로 해결할테니 걱정말라고 했지만
학생때는 졸업하면...이라고 했고,
군 입대전에는 군대갔다오면...이라고 했는데
결국 장가보내서 전셋집이라도 마련해 주고나니 자기생활을 하더라..
아직은 막내아들의 집걱정에,
자신의 생활걱정이 오롯이 등짐이라시는 할머니.
혼자사는 사람을 보면 너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되신다는 할머니.
남편이 돌아가시기전
"자식들한테 기대지 말고 꼭 재혼을 해라.."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재혼을 생각할수조차없이 자식뒷바라지에 눈돌릴 찰라조차 없이 세월이 흘러버렸다신다.
초등학교 식당에서 일을하시다가
지금은 쎄콤역할을 하시는데
식당일을 그만둔 이후
생활비가 턱없이 모자라 힘이드신다는 할머니.
조은의원에 도착할때까지 할머니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되어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할머니의 삶의무게가 우리 전체의 무게인데...
이 등짐을 벗어던진다면
노후의 삶이 이렇게 고통스럽지 않으실텐데...
"혹시 병원에 청소일이라도 주실수 있나요?"
할머니의 말씀이 내내 귓전에 맴돈다.
할머니께 일을 드릴수 있었으면....
첫댓글 전원일기를 보는 느낌입니다. ㅎㅎ
김원장님 시골생활을 제대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텃밭에는 고구마가 심겨져 있구요...배추모종을 낼거랍니다. 농사일은 시간이 되질않아 텃밭은 동네아줌마한테 양보하기로 했습니다. 마당한켠엔 박꽃이 피어있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