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하니 안달이 난다.
비를 맞으며 산을 걷는들, 이 한반도 남쪽의 온화한 동네 가을의 비를 맞으며
400여미터 낮은 산 능선을 걸는 일이 뭐 대단한 일인가?
하지만 맘량이 좁은 나는 비오기 전에 얼른 오봉산에 다녀와
술을 마시고 싶어한다.
두집 세집을 오가며 바쁜 바보는 지난밤 덕촌에서 같이 잠을 잤다.
누님이 자식 셋에 손자들까지 데리고 오고 벌교 여동생의 자식들까지 와
왁자지끌한 술을 마시고 모두 빠져 나가니 집이 조용하다.
정말 우리 둘까지 먼저 떠나버렸더라면 어머님은 혼자 아주 조용히
저녁밤을 마이하셔을 것이다.
어머님께 불편주는 하룻밤을 더 새고 추석 반찬을 가득 싣고 용머리로 간다.
바보는 바쁘다.
부산에서 오는 형제가 차가 밀려 늦겠다고 한다. 그들과 가려던 오봉산행을 둘이 가자고 한다.
난 산에 가자고 기다리는데 바보는 부엌에서 나올 줄 모른다.
비는 금방 내릴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설겆이르르 얼른 하라고 또 기다린다.
바보는 내가 화 낼까봐 서두른다.
그러면서 잠을 못잤고 일이 또 많다고 한다.
차에서 기다리는데 바보가 신발을 다 신지 못하고 가자고 한다.
난 쉬라고 하며 혼자 얼른 다녀오겠다고 한다.
같이 안가면 화낼 것 같아 나왔다며 내가 그렇게 말하니 들어간다.
차를 끌고 대보둑 길을 따라 기남 마을 지나 저수지 아래 차를 세우고
영업을 멈춘 식당 앞으로 걸어간다.
층층나무꽃과 구절초 등을 하늘에 올려두고 찍어보며 성채같은 능선을 걸었다.
칼바위 위에 서서 내려다 보고 온다.
오봉산 정상이나 용추폭포 사그막산성을 두고 저수지 위 주차장으로 내려와
둑 아래 차 둔 곳으로 15분 정도 걸어간다.
얼른 오라는 바보의 전화를 받고 안심촌 앞 예당벌 가운데 길을 과속하여
용두로 돌아온다. 이제 본격적으로 빗방울이 더 떨어진다.
장모님 모시고 부산 형제들과 낙안온천으로 목욕하러 가기로 햇는데
장모님이 다비치가 더 좋다고 해 그리로 간다.
열가재는 조성사람들에게 벌교를 넘어가기 싫어하게 하는 것 같다.
금능 해평을 지나 청암을 거쳐 선소를 지나며 처고숙이 일궈놓은 땅을 구경하고
율포 다비치 목욕탕응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