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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부터 오빠가 소설을 썼습니다. 사암도인의 이야기인데요. 작년 내내 오빠의 책을 읽고 수정하느라 모기쫓으며 컴퓨터앞에 앉아 이 소설과 내내 씨름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가 4월초에 이렇게 나왔습니다.
오빠와 저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영향을 받고 자랐습니다. 신학을 하시고 무교회주의자였던 아버지는 결핵요양원을 하시다가 돌아가셨는데요.(저는 이런 사실도 잘 모릅니다. 어려서 제 옆에는 아버지가 안계셨거든요. 밖에서 무슨일을 하는지 집에는 잘 들어오시지 않으셨죠. 그게 제겐 대단한 상실감이었지만 커서는 그 상실감을 메워줄만한 아버지의 행적을 이해하게 되었지요.)
저는 어려서 잘몰랐던 아버지의 삶이 당시 대학생이었던 오빠에게는 큰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선생님으로 있다가 사람들의 건강에 관심을 가졌던 오빠는 30년전 수지침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동양의학에 심취하여 대체의학을 공부하다가 나름대로 색채치유법을 만들어낸 돌팔이 의사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쉰이 넘은 나이부터 나름대로의 자기 삶을 정리하고 그동안 대체의학을 하면서 고심했던 부분을 사암도인이라는 인물에 투영하여 자기 삶의 길을 모색한 것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빠의 책을 읽을 때마다 저는 아버지와, 엄마, 오빠, 우리 가족의 모습들이 자꾸 그려져 눈물이 나와서 책을 잘 못읽겠더라구요.
2년만에 이렇게 좋은 책이 나와서 한편으로는 대단히 기쁘기도 합니다만 여전히 현실의 삶 속에서 대체의학을 하는 돌팔이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오빠가 영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세상이 병들면 사람들도 병들고 사람의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는 그래서 세상과 마음과 몸은 하나이고 몸이 건강하려면 세상도 건강해야한다는 생각과 그 생각을 몸소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오빠에게 마음으로 깊은 사랑과 존경을 보내고 싶어요.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여러 신문 지면에 많이 소개되어 있네요. 그중 경향신문의 내용을 올려서 책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침객(3권)…박광수 | 정신세계사 | 360·360·400쪽 | 각권 1만3000원
허준, 이제마, 사암도인은 흔히 조선의 3대 의성(醫聖)으로 불린다. 허준(1539~1615)은 <동의보감>을 통해 조선의학을 집대성했고, 이제마(1838~1900)는 사상의학을 제창해 같은 질병이라도 체질에 따라 다른 처방이 필요함을 밝혔다. <침구요결>이란 책으로 알려진 사암도인은 몸의 부조화를 바로잡아 질병을 고치는 독특한 침법을 고안했다. 그런데 앞의 두 사람과 달리, 사암도인에 대해서는 어떤 역사적 근거도 남아있지 않다.
<침객(針客)>은 사암도인의 생애를 상상으로 구성한 역사소설이다. 작가는 사암이 사명대사의 제자였다는 속설을 근거로 삼아 그를 조선의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대인 임진왜란 시기로 데려간다. 그리고 무능한 왕실과 당파 싸움만 일삼는 조정에 실망해 낙향한 뒤 대동계를 조직했다가 역모자로 몰려 처형된 정여립(1546~89)의 외손주로 설정한다. 정여립의 딸 수련은 어느 날 태기를 느낀다. 하늘은 장차 많은 사람을 살릴 아이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대동계의 일원인 승려 의연을 수련과 맺어준다.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훗날 사암인 연학이다. 그런데 기축사화(1589)로 정여립은 참형되고 대동계는 와해된다. 곧 전쟁이 닥쳐올 것을 예감한 의연은 의병을 조직했다가 탄금대에서 목숨을 잃는다. 어린 연학은 자신의 신분을 모른 채 전쟁의 화마와 양반의 횡포를 견디며 살아간다.
열다섯 살 되던 해에 어머니 수련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연학은 어머니의 고향인 전주를 찾아갔다가 가문의 비극을 알게 되고, 외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못다한 꿈을 가슴에 품는다. 아버지의 사형(舍兄)이던 사명당에게 몸을 의탁한 연학은 서산대사로부터 사암이라는 법명을 받는다. 복수심에 불타던 그는 불법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한편 아픈 백성을 구하는 의원이 되라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홀로 의술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사암은 아버지의 도가 스승인 지리산 도인 청운거사를 만나 본격적으로 의술을 배운다. 7년간의 혹독한 공부를 마친 뒤 사명당을 통해 교분을 맺었던 허균과 동행해 새로 즉위한 광해군이 개혁을 시도하고 있던 한양으로 올라온다. 사암은 허균의 딸 보현과의 첫사랑에 실패하고, 괴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어머니 무덤을 찾았다가 어린 시절 누이처럼 지냈던 간난이가 비참하게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의원으로서 자신의 사명을 깨닫는다.
다시 한양으로 돌아온 사암은 내의원이 되려 하나 어의 김응탁의 견제와 시기로 좌절된다. 대신 내시부 상약의 눈에 띄어 비밀리에 전수되던 왕실양명학의 후계자가 된다. 궁에 들어간 사암은 의술의 경지를 더욱 높이고 광해군의 병을 고쳐 신망을 얻지만, 거세하지 않은 채 내시부에 몸담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처형 당할 위기에 놓인다. 그러나 광해군의 선처 덕분에 귀양 명목으로 명나라 사신단에 합류하게 되고, 명황실 의원들의 비웃음과 시기 속에서 명황후의 신장병을 고친다.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 사암은 왕실을 떠나 전국을 떠돌며 병자를 고치고 의서를 집필하다가 허균이 위험에 처했음을 알고 한양으로 향한다. 허균의 딸 보현이 세자빈으로 거론되자 대북파의 수장 이이첨이 허균에게 누명을 씌우고 허균은 참형을 당한다. 사암은 보현과 함께 문경 지방의 의적 길삼봉 패를 찾아가 몸을 숨긴다. 임금 곁에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보려다 거듭 실패한 사암은 반정에 성공한 인조마저 허균을 복권시키고 전국의 탐관오리를 숙청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자 절망하지만 그 끝에서 대동세상의 참된 의미를 깨닫는다. 모든 집착을 내려놓고 떠돌이 의원, 곧 ‘침객’이 된 그는 민초들의 삶으로 들어간다.
작가는 임진왜란 직전의 극심한 당쟁과 선조, 광해군, 인조로 이어지는 반정의 시기를 배경으로 삼는다. 또 정여립이나 동시대를 살았던 허균이나 사명대사, 서산대사, 허준 등 역사적 인물의 사이에 사암도인을 배치한다. 그는 진정한 의술은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을 고쳐주는 인술임을 강조하는 한편, 중국에서 전래돼 전통적으로 내려온 침법 대신 음양오행의 원리에 입각해 마음을 다스리는 사암침법의 독창성을 강조한다.
작가 박광수씨(55)는 처음 소설을 발표했다. 2007년까지 서울 수도여고 등에서 영어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명예퇴직한 그는 대체의학에 심취해 20여년 전부터 사암도인에게 관심을 가졌다. 박씨는 “김남수옹, 장병두옹 등 실력있는 침구사들이 불법의료 행위로 범법자가 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고 우리 침의 우수성에 대한 인식을 넓히기 위해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출판사 리뷰 《소설 동의보감》의 허준, 《태양인 이제마》의 이제마에 이어
드디어 소설 속 주인공으로 모습을 드러낸 조선 3대 명의 사암도인,
그는 왜 이름 없는 떠돌이 의원의 삶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가!
“굳이 저를 기억해주시겠다면, 침이나 놓고 다니는 떠돌이일 뿐이니
그저 침객(針客)이라 불러주시면 그것으로 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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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침구요결」이라는 책 한 권만을 남기고 흔적 없이 사라져간
미스터리의 명의, 사암도인의 삶을 재구성하다
사암오행침이라는 독특한 침술을 창안해낸 전대미문의 의학자였음에도 그 행적은 물론이고 본명과 생몰년도조차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사암도인. 지금 우리가 그의 삶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침구요결」(鍼灸要訣)이라는 의서(醫書)에 적힌 ‘사암도인’이라는 이름뿐이다. 아마도 그는 가난한 백성들의 틈바구니에서, ‘의술(醫術)은 곧 인술(仁術)’이라는 참된 의원의 도리를 온몸으로 실천하다가 홀연히 세상을 등졌던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사암이라는 법명과 함께 전해지는 ‘도인’이라는 호칭이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
제 몸을 던져 생명을 구하는 것은 곧 어머니의 마음이며,
이것이야말로 바로 세상을 구원할 대동의 씨앗이다
「침구요결」의 행간에서 생명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 불교(佛敎)과 도가(道家)를 넘나드는 드높은 정신적 사유를 읽어낸 저자는 소설 속의 사암도인을 ‘대동세상’을 꿈꾸다 역모로 몰려 참수당한 정여립의 외손자로 설정하였다. 비록 제 신분을 숨기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으나 가족의 비극을 통해 대동세상의 꿈을 물려받은 사암은 어린 시절 임진란을 겪으며 삶의 극한으로 몰리는 백성들의 고통을 두 눈으로 목격한다. 그리고 인연에 따라 선승(禪僧) 사명당과 지리산 도인 청운거사의 제자가 되어 생명의 이치에 대해 눈을 뜨게 된 후 진정한 의술, 곧 인술(仁術)로써 세상을 바꾸어보려 당대의 문제아 허균과 함께 한양으로 향한다.
빈부귀천을 따지지 않고 생명 앞에 하심(下心)하여 더불어 사는 지혜를 실천한
사암도인의 삶이야말로 물질만능주의에 젖은 오늘날 우리의 귀감이자 희망이다
우리는 물질만능주의와 출세지상주의가 극에 달한, 즉 더불어 사는 지혜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의술이 이미 상술로 전락해버린 모습이야말로 바로 그 단적인 예이다. 물론 조선시대도 다를 바 없이, 입신양명과 출세에 제 삶의 초점을 맞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암도인은 그런 이들의 삶을 조롱이나 하듯 자신의 본명조차 후세에 전하지 않았다.
소설 속에서 사암은 밝은 눈으로 그 의술의 경지를 알아본 허준의 추천으로 내의원과 왕실을 오가며 광해군의 총애를 받게 되고, 명나라로의 사신단에 합류하여 명황후를 고침으로써 중국의학과는 결을 달리하는 조선의학의 명예를 드높이고, 훗날 인조가 될 능양군의 생명까지 구해주지만, 결국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혁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굶주리고 병든 백성들의 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진정한 대동세상의 참된 의미를 깨닫는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란 한두 사람의 마음이 바뀐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민중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 생명존중과 대동세상의 씨앗이 심어져 꽃을 피울 때 실현될 수 있음을. 그리하여 사암은 이름 없는 떠돌이 의원, 곧 침객(針客)으로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첫댓글 엄청 재미있겠네요. 역사인물에 미스테리에 침술에 제가 좋아하는 요건을 다 갖추고 있으니...
박광수님 책 침객 대박 나시기 바랍니다.
사암도인은 마음과 몸을 하나로 보지요. 특히 환자를 고치는 방법들이 참 특이한데요. 예컨대 자궁에 병이 생긴 여인에게 사암도인이 이렇게 이야기하죠. “자궁은 남편을 받아들이는 곳입니다. 그런데 남편을 미워하니 자궁에 스스로 혹을 만드신 겁니다. 용서하세요. 그것만이 살 길입니다.”
세상과 몸과 마음은 하나라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프다~~우리들에게 적절히 적용되는 말이네요. 허준 드라마를 보고 울고 또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픈이들을 고치겠다는 오직 그 마음 하나로 모함을 여러차례 받으면서도 굳굳하게 치료에 매진하는 허준의 모습은 너무도 경이로웠지요~` 요즘 병원 의사 선생님들에게 그런 모습을 볼수있으면 ~~ 하는 바램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