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만행으로 죽음과 고통의 순간을 당한 많은 이들이 기록한 책들을 읽어 본 적이 있다.
『나는 아우슈비츠의 약사입니다 』 퍼트리샤 포즈너, 북트리거, 2020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청아출판사, 2005
『안네와 마르고트 프랑크 가족의 숨겨진 이야기 SHADOW LIFE 』 베리 데넨버그, 이지출판, 2008
『안네의 일기 』 안네 프랑크, 클로북스, 2007
『해바라기 』 시몬 비젠탈, 뜨인돌
『소녀, 히틀러에게 이름을 빼앗기다 』 마샤 포르추크 스크리푸치, 천개의바람, 2016
『한나 아렌트, 세번의 탈출 』 켄 크림슈타인, 더숲, 2019
이번에 읽었던 책 『소년, 히틀러에 맞서 총을 들다 』는 『소녀, 히틀러에게 이름을 빼앗기다 』의 연장선에 있는 책이다. 당시 나치는 아리아인의 인구수를 늘리기 위해 금발 머리에 눈이 파란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납치하여 세뇌 교육을 시켜 독일인 가족에게 입양시키는 '레벤스보른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가 있다. 대략 25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소년, 히틀러에 맞서 총을 들다 』의 주인공 우크라이나 태생 '루카'도 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가까스로 탈출한다. 당시 나치는 전선을 확대하면서 스탈린이 정권을 잡고 있는 소련과도 대치하고 있었다. 그 중간에 끼인 우크라이나는 나치와 소련으로부터 이중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었다. '루카'는 수용소를 탈출하여 우크라이나 반군(UPA)에 가입하여 나치와 소련군에 맞선다. 우크라이나가 나치와 소련에 의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증언들이 시간이 흘러서야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소설은 증언들을 모아 실제로 있었던 일을 사실적으로 쓴 책이다.
왜 나치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을 무차별 살인을 저질렀을까? 소련은 왜 우크라이나인들을 나치의 수용소에 갇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처형을 했을까? 루카와 같은 소년들이 총을 들고 맞선 이유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어렵사이 나치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으나 우크라이나인들은 시베리아 수용소로 다시 끌려가 노역을 하다가 죽거나 강제 노동에 시달려 죽을 때까지 일해야만 했다. 전쟁의 상흔은 잊혀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고 역사의 거울이 될 것이다.
『소년, 히틀러에 맞서 총을 들다 』를 통해 우크라이나 소년소녀들의 아픔과 상처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반인륜적인 일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한다. 다양한 목소리를 잠재운다는 미명하에 독보적인 하나의 목소리를 관철시키는 일은 작게 보이나 결국 전체주의적인 생활 태도를 만들어갈 수 있다. 타인에게 돌을 던지기보다 먼저 자신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내 생각, 내 행동이 독단적이거나 독선적이라면 미미한 영향이지만 결국 주변에 부정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포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시대다. 소련과 나치 정권의 독일은 자국의 정치적 노선에 충실했지 주변을 포용하려는 태도가 없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것이 떠 오른다.
"철저한 사유의 고통보다 순종의 평안함을 바라는 사람은 무시무시한 공포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 모두 잠재적인 죄를 짓게 된다. 철저하게 사유하지 못한 죄를. 슬픈 진실은 선과 악 사이에서 마음을 정하지 않은 사람들이 제일 사악한 일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악의 평범성, 사유하지 못한 죄, 전체주의의 거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