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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마크 코머는 달라스 윌라드, 존 오트버그로 이어지는 영성의 3세대 목회자이다. 달라스 윌라드, 존 오트버그라는 좋은 멘토들에게 영향을 받았기에, 그의 삶에서 가장 위험한 시간에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멀티 사이트 대형교회의 담임목사의 자리를 내려놓고, 좀 더 작은 한 교회를 맡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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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 흐른뒤 그가 자신의 삶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안식의 기술인 '느리게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 해준다. 이 책의 원제는 <The ruthless elimination of hurry> 이다. 이 말은 달라스 윌라드가 존 오트버그에게 해준 조언을 그래도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 존 오트버그가 시카고 월로크릭의 설교목사로 부임해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설교자로 명성을 얻기 시작할 때, 무언가 자신의 삶을 재검검 받고 싶어 멘토인 달라스 윌라드에게 전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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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달라스 윌라드는 존 오트버그에게 "지금의 삶에서 바쁨을 가차없이 제거해야 하네" 라고 조언해 주었다. 혹시 또 다른 것은 없냐는 질문에 달라스 윌라드는 "다른 것 없어, 바쁨은 우리 시대에 영적 삶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이야" 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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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지향적인 사회에서 바쁨은 성공의 또 다른 대치어가 되었다. 성실과 열심과 노력이 바쁨으로 대표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바쁨을 제거하지 않으면, 즉 느리게 살지 않으면 삶에서 중요한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된다. 칼 융은 "바쁨은 마귀의 것이 아니라 마귀 그 자체"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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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쁨은 내 삶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소명을 잃어버리게 한다. 오늘 내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 내 삶의 상황을 통해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놓치게 된다.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 미래의 꿈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바쁨은 사람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사랑에는 시간과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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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사랑이시기에 천천히 걸으신다. 사랑이 아니시라면 훨씬 빨리 걸으셨을 것이다. 느리지만 하나님의 시간과 속도는 언제나 정확하며 가장 많은 일을 성취하게 한다. 무엇을 위해 바쁜지 모르겠지만 현대인들은 바쁘기 때문에 충분히 기도하지 못한다. 월터 애덤스는 "바쁨은 곧 기도의 죽음이며, 우리의 일을 저해하고 망칠 뿐이다. 절대로 우리의 일을 진척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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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도는 내가 일하지 않아도 하나님이 여전히 일하신다는 것을 신뢰하는 행위이다. 기도가 부족하다는 것은 내가 너무 많은 일을 스스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하나님의 자리에 올라가서 하나님처럼 내 힘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삶의 교만이 우리를 더욱 바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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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 교수는 <피로사회>에서 오늘날 바쁜 사회에서 멀티태스킹을 열심히 하지만 원래 멀티태스킹은 들짐승에게 필요한 자질이라 말한다. 멀티태스킹이 사회의 진보가 아니라 오히려 퇴보에 가깝다는 것이다. 들짐승들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한 번에 두 가지 감각을 개발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짐승들은 사색하지 못한다. 하나의 생각에 깊이 골몰할 수 없다. 멀티태스킹은 어느하나 깊이 를 추구하지 못하는 넓은 피상성을 가져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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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브루그만은 멀티태스킹은 나의 한계보다 더 많은 일을 하려고 할 때 생기는 영적 교만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하나님을 의지하지 못하고 내 힘으로 살아보려는 삶의 노력은 결국 탈진에 이르게 되고 밤이 맞도록 수고하지만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는 베드로의 고백처럼 살아갈 확률이 높다. 내가 일하지 않아도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삶의 고백과 신뢰가 오늘 더 많은 것을 하지 않아도, 우리의 삶을 여유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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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두려움과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느리게 살아가면서 하나님이 내게 말씀해주시는 모든 것을 돌아보고 느끼고 맛보아야 한다. 그것을 위해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영적 일기를 쓰는 것이다. 단순히 후회하는 반성하는 글들만이 아니라 시편의 고백처럼 하나님을 향해 편지를 쓰듯이 자신의 하루를 반추해 보는 것이다. 그침과 머뭄을 통해 우리는 오늘 하루 중에 내 삶에 역사하셨던 하나님을 음미하며 누릴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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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런 홀로있음 뒤에 우리는 늘 함께 있음을 누려야 한다. 본 회퍼는 <신도의 공동생활>에서 홀로 있지 못하는 사람이 함께 있을 수 없고, 함께 있지 못하는 사람의 홀로 있음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하나님과 인격적인 교제를 충분히 누릴 때 우리의 영혼은 안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의 은혜를 함께 나누는 공동체가 필요하고 가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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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을 온전히 지킨다는 것은 다른 모든 활동을 그친다는 것이다. 유진 피터슨은 월요일에 안식하면서 아내와 야외에 차를 타고 가서 산책을 한다고 말했다. 먼저 서로 기도하고 각자 다른 길을 따라 걸으면서 꽃, 바람, 풀내음, 하나님이 주신 모든 것을 몸으로 경험하고 맛보고 누린다는 것이다. 이어폰을 꼽고 산책이나 조깅을 할 때 다른 정보를 듣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앞에 있는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움을 누리고 맛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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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 후에 아내와 함께 돌아본 은혜들을 함께 나누고, 저녁에는 가족들을 위해 편지를 쓴다고 말했다. 영혼의 안식은 느리게 사는 삶의 방식을 선택할 때 비로소 보이게 된다. 속도를 늦추지 못하면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하나님의 역사는 자세히 보아야 한다. 그럴려면 반드시 속도를 늦추고 음미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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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제시하는 바쁨을 제거하는 S로 시작하는 4가지 방식은 적용하기에 유용하다. Silence and solitude (침묵과 고독) Sabbath (안식훈련) Simplicity (단순한 삶) Slowing (속도를 늦추는 삶) 은 바쁜 오늘의 현실 속에 꼭 필요한 영성의 방식일 것이다. 예수님처럼 되고 싶다면 예수님의 삶의 방식을 따라 살아야 한다. 안식을 누리고 싶다면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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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과 동행하는 길을 함께 달리는 삶이 아니라, 걷는 삶이다. '슬로우 영성'은 오늘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바른 길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회개와 소망을 함께 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삶의 속도는 조금씩 늦추어질 것이다.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