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세계사]
[앤드루 존슨]
링컨 암살 뒤 대통령 승계…
3년 후 1표 차이로 탄핵 모면
당시 부통령 존슨, 17대 대통령 올라… 노예제 해결과 남북부 통합이 숙제
남부의 여전한 흑인차별 묵인하며 민심 달랬지만 남북부 모두에 미움 사
의회 동의 없이 국방부 장관 해임해… 하원서 탄핵안 통과, 상원 투표서 모면
미국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가결했고 상원 투표만 남겨 두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2020년 대선에 우크라이나를 개입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핵심입니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이 탄핵으로 자리에서 쫓겨난 일은 없지만, 그 직전까지 간 대통령이 있습니다. 17대 앤드루 존슨(1808~1875) 대통령이었죠.
◇링컨 사망하며 대통령이 된 남자
1865년 4월 14일 밤 워싱턴의 포드극장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총탄에 목숨을 잃습니다. 재선에 성공한 링컨 대통령의 새 임기가 시작된 지 불과 40여일 뒤였습니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앤드루 존슨이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됩니다.
▲ 에이브러햄 링컨(왼쪽)과 앤드루 존슨이 각각 대통령·부통령 후보로 나온 1864년 미국 대선 홍보물. 앤드루 존슨은 링컨이 1865년 암살당한 뒤 대통령 자리를 이어받습니다. |
앤드루 존슨은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세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렸을 때부터 양복 재단사 견습공으로 일해야 했어요. 18세에는 테네시주 그린빌에 자기 양복점을 열고 이웃 구둣방 딸과 결혼합니다.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해 아내에게서 읽고 쓰는 법을 배웠어요. 존슨은 20세에 그린빌 시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22세에 그린빌 시장이 됩니다. 이어 테네시주 하원 의원, 테네시주 주지사, 테네시주 상원 의원을 차례로 맡아요.
존슨은 가방끈은 짧았지만 타고난 연설가였어요. 그는 즉흥 연설을 통해 청중 분위기를 띄우는 재주가 있었어요. 그는 양복 재단사 출신이라는 것도 연설에서 활용했어요. "저는 옷을 만들 때도 손님과의 약속을 꼭 지켰고, 제 옷은 언제나 최고였습니다."
1861년 링컨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노예 해방을 선언하자 미국 남부 주들은 잇달아 미 연방에서 탈퇴했어요. 당시 존슨이 상원 의원으로 있던 테네시도 연방 탈퇴를 선언합니다. 그렇지만 존슨은 남부 출신 상원 의원 중 유일하게 링컨을 지지합니다. 링컨은 남북전쟁 중이던 1864년 재선에 도전하는데, 줄곧 자신을 지지해준 존슨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발탁해 선거에서 승리합니다.
◇남북 양쪽 모두가 싫어한 대통령
존슨은 해묵은 노예제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전쟁으로 분열된 미국을 통합해야 했어요. 문제는 그의 정책은 북부도 남부도 만족하게 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존슨은 미국 정계의 '왕따'가 됩니다.
대통령에 취임한 존슨은 남부 주들의 빚을 탕감해주는 등 남부를 달래며 갈등을 봉합하려 했어요. 그 과정에서 노예 해방 이후에도 해방된 노예를 차별하던 남부의 행태를 어느 정도 눈감아줍니다. 북부 공화당 급진파는 존슨이 흑인 노예들의 인권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가졌어요. 남부 주들이 해방 노예의 권리를 제한하는 주(州) 법안을 만들어도 존슨은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거든요. 그렇다고 남부가 존슨을 지지하지도 않았어요. 남부 입장에서 존슨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를 배신하고 북부와 링컨에게 붙은 정치인이었으니까요.
존슨과 의회의 마찰이 계속되던 와중에 당시 에드윈 스탠턴 미 전쟁부(현 국방부) 장관이 '군 지휘관이 충성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라고 선언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존슨은 대통령의 권위에 도전한 스탠턴을 해임합니다. 그런데 당시 법에 따르면 장관을 해임하려면 상원이 '해임 동의'를 해야 했어요. 존슨은 상원의 반대에도 해임을 강행했고요. 미국 정계는 이를 이유로 탄핵안을 발의합니다.
미국은 하원에서 '50% 이상 찬성'으로 탄핵안을 가결하고,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이 유죄라고 판단하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돼 있어요. 하원은 1868년 2월 126대47로 탄핵안을 가결합니다. 그렇지만 이어진 상원 표결에서 상원 의원 3분의 2(당시 전체 54명 중 36명 이상)에서 1명이 부족한 35명만 유죄라고 하면서 대통령직을 지키게 됩니다.
그렇지만 존슨의 위엄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죠. 그는 같은 해 재선에 도전하려고 하지만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합니다. 정계를 떠났던 존슨은 1875년 테네시주 상원 의원으로 복귀합니다. 임기를 마친 미 대통령이 상원에서 일한 유일한 사례입니다.
[알래스카 매입, 존슨이 했죠]
존슨의 가장 큰 치적은 '알래스카 매입'입니다. 1867년 러시아에서 북아메리카 북서쪽 끝에 붙어 있는 알래스카(152만㎢)를 단돈 720만달러에 사들입니다. 당시 미 의회가 '쓸모없는 냉장고 같은 땅을 산다'며 비웃었지만, 지금은 석유, 금 등 지하자원의 보고(寶庫)로 평가받지요.
서민영 경기 함현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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