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아침. 새벽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다. 발코니에서 본 붉은 태양은 새해 아침 큰 희망을 주둣 힘차게 떠올랐다. 아들 집에서 아들 내외와 딸 그리고 아내와 조금 준비한 부침 음식을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먹었다. 열흘 전 연로하신 누님들 아우들과 함께 미리 성묘를 다녀왔다. 조카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마음이다. 아우들과 조카들이 장성하고 결혼 및 출가와 삶의 주기가 모두 다르니 보니 모이기가 수월치 않아 각자 추석명절을 보내기로 했다. 물론 빠르게 변하는 삶의 형태와 세대 간의 생각이 다르다 보니 긴 명절연휴라도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고 우리 가정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스스로 노인 세대에 이르러 보니 육체적인 한계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형편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올 추석은 며느리의 임신이라는 기쁜 소식이 더해 조금이나마 육체적 마음적으로 덜어 주기로 했다.
전날 처남한테 전화가 왔다. 화천에 함께 가자고. 하기야 아내가 며칠 전 가자고 했다. 그렇지만 이유도 없이 안간다고 했다. 강원도 화천이 고향인 아내는 진즉 올해는 장인 장모 묘소에 좀 가자고 했다. 10년도 지났다며 말이다. 인천에서 출발했다는 처남의 전갈이 왔다. 주섬주섬 과일과 약간에 음식을 마련해 기다렸다. 외곽순환도로가 밀린다는 연락이다. 멈춰 있던 모든 차량이 다 운행하니 때가 때인지라 어느 곳이던 미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다. 올가을 날씨는 생각보다 맑은 날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전형적인 청명한 하늘이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에게 길고 길었던 찜통 더위는 가을이라는 어른 앞에 썩 물러서고 말았지만, 적지 않는 후유증도 남겼다. 과일을 달콤하지만 알이 크질 않았다. 주변의 어느 나무는 시름시름 하던 이파리를 모두 떨어뜨리더니 며칠 동안 많은 비를 먹은 후 다시 새 이파리를 돋우며 이모작 이파리가 되어 꽤 크게 성장했다.
출발 후 한 시간이 지나 처남과 처남의 댁이 도착했다. 도봉역 일대도 도봉로와 골목길까지 차들이 꽉차 있다. 일단 출발. 조금 돌아서 30분 만에 포천 -구리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었다. 포천 구리 방향으로 가는 차량들이 생쌩 달린다. 이용하는 차량이 생각보다 많치 않던 고속도로가 한가위를 아는지 속도의 지장을 줄 만큼 밀리지는 않았다. 출구에 다다르니 차츰 밀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만세교다. 조금 지나 일동 길명리 얕은 산에 모신 처남 댁 아버지 묘소에 먼저 성묘하기로 했다. 성묘를 마치고 일동방면으로 향했다. 서파 방면에서 이동방면으로 가는 준 고속국도에 올랐다. 도평리 까지는 신호가 두 개다. 아내와 처남 처남의 댁은 이야기가 끝이 없다. 자주 통화하는 형제 들인데 무슨 그렇게 할 말이 마는지. 허나 지루하지는 않다. 듣든 것도 싫지는 않다. 이곳 지명을 아는 나는 눈으로 산행을 한다. 저기는 운악산. 멀리 산정호수 뒤 시야에 들어 오는 명성산과 백운산. 관음산 사향산 오른쪽에 제일 높은 국망봉 청계산 길매봉 까지. 진짜 안구정화다.
도성고개 아래 연곡리 전차 사격장을 뒤로 하니 이동 시내 갈비촌이 보인다. 정삼각형 모양의 저 높은 봉우리는 세 번 시도했으니 끝내 정상을 밟아 보지 못한 아쉬움을 주는 국망봉이다. 경기도에서 늘 두 번째라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산정호수 뒷편 구절양장에 여우고개는 양쪽에 진한 녹색의 나무들과 함께 지나가는 외지인들의 눈요기하기에 충분하다. 잊을 수 없는 것은 어느 해 여우고개 정상에서 자동차를 세우고 본 맞은편 국망봉 능선에 단풍이다. 1000미터가 넘는 국방봉 능선에 단풍은 정말 아름답다. 마치 붉은 내화벽돌과 진한 갈색으로 폭 넒은 현숙한 여인이 입은 한폭의 한복 치마같기 때문이다. 국망봉 능선은 매우 가파르다. 그때 찍은 사진은 어디서 잠자고 있을까! 새삼스럽게 생각이 난다. 국도에서 본 한북정맥의 산들이 고향을 지날 때마다 봐왔기에 정도 많이 들었다. 한 시 방향에 우뚝 서 있는 신로령은 국망봉에 동생 산처럼 흔들림 없이 물고기 입을 벌리며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백운계곡 입구인 도평리를 지나니 4차선 국도는 일단 끝이다.
좁은 2차선 좁은 국도로 들어섰다. 4키로미터 만 가면 강원도 경계선 자등리 고개다. 오른편 성신여대 수양관을 뒤로 하며 왼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도마치봉 각흘봉 광덕산 상해봉으로 이어지는 주 능선이다. 해골 바가지 험한 인상으로 놀라게 한다. 자등현이며 강원도이며 백골부대 주둔 지역이다. 정예의 백골부대 .명성 만큼이 중부전선을 튼튼히 지켜 주는 후배 전우들이 믿음직 스럽다. 백골부대 검문소를 지나니 먼 수평선인 북한지역 대성산이 떡 버티고 위압감을 준다. 그러나 우리의 백골부대는 그 정도 위압감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1970년대 초 박정인 사단장의 명령하에 아군지역에 침투했다가 백골 포병에게 크게 당했기 때문이다. 백골사령부 앞을 지나 사창리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오른쪽 잠곡리 댐(저수지 규모)을 지나 잠곡터널로 들어섰다. 매월대(가보지 못한 폭포)가 소재한다는 곳도 지났다. 아쉬움을 뒤로 했다. 하오재 터널을 빠져 나오니 높은 산에 안테나가 보였다.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화악산이다.
10분 정도 내려오니 서울과 사창리 갈림길이다.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광덕리. 이기자 부대 검문소 삼거리에서 서울방향으로 광덕고개 까지 광덕계곡으로 이어진다. 검문소 아래 북쪽방향은 사창리를 앞두고 철원 명월리와 오른쪽 방면은 화천방면이다. 삼일리 입구다. 화악산 능선이 넓게 뻗어 내리고 있다. 삼일리 계곡 입구를 지났다. 한 여름 많은 계곡여행을 오는 어느정도 알려진 이기자 용사들의 삼일계곡입구다. 오후 2시가 지났다. 아침식사가 아직 소화는 덜되었지만, 일행은 사창리 소재 큰 식당으로 향했다. 갈비탕 설농탕 막국수 등을 파는 백 석도 넘을 제법 규모있는 식당이다. 이기자부대와 승리 부대 장병 몇 명이 갈비탕을 먹고 있었다. 손님이 꽤 있다. 군에 온 아들 가족들과 어느정도 좌석에 손님이 맛나를 먹고 있었다. 비빔막국수와 물막국수가 이내 나왔다. 먹을 만 했다. 명함 몇 장을 챙겨 나왔다. 단체관광으로 이곳 근처에 올 경우를 생각해 기억해야 할 적당한 음식점이다.
이제부터 꼬불꼬불 한 시간 남짓이면 장인장모 산소에 도착할 것 같다. 삼일계곡과 용담계곡을 끼고 화천군 쪽으로 달렸다. 처남의 운전이 좀 거칠다. 뒤에 앉은 처남댁이 불편한 표정이다. 2차선 계곡 국도에 커브가 심한 국도인데, 6.70속도로 달리니 뒷좌석은 불편하다. 머리가 아프다는 처남댁이 불만이다. 처남댁이 운전대를 잡았다. 역시 부드러웠다. 50~60 속도로 운전해야 흔들림이 덜하다는 것을 처남댁은 알고 있는듯하다. 춘천호반 끝이 보였다. 구만리 다리를 건너니 화천발전소 송전탑이 쭉 이어진다. 화천읍내에 북한강 양편엔 호수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겨울이면 전국 지방에서 제1휴일 관광지인 화천 빙어 낙시터와 붕어섬을 뒤로하고 구만리를 지나 유촌리로 향했다. 왼편에 이어지는 화천댐 파로호 가을 햇볕에 시커먼 모습에 지난 9월초에 내린 많은 비로 충분하게 가둬져 있었다. 내년 농사와 가뭄은 준비되어 있었다. 도로변 조금 넓은 논에 벼를 베어 깔았고, 잔잔한 바람에 황금물결이 넘실거렸다. 전형적인 강원도의 산천과 전원은 아름다웠다.
굽이굽이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시퍼런 파로호는 대형 산수화다. 장인 어른 산소에 도착할 시간이 되어간다. 좁은 농로를 따라 조심조심 내려갔다. 땅콩밭은 벌써 갈아 어펐다. 기계로 파낸 땅콩밭 주변에는 누런 땅콩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얼마 되진 않았지만 산소에 가는 중에 줏어 비닐 봉투에 담았다. 소천 하신지 십여 년. 그 사이 두 세번 성묘 다녀 왔으까! 그 사이 산에 나무들은 많이 커 있었고 짧은 오르막 길은 터널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오랫만에 사위 왔다고 인사를 드렸다. 생전의 모습이 그려졌는지 아내 눈에선 굵은 눈물을 떨구고 있다. 처남과 처남댁 아내와 함께 기도 드리며 한줌에 흙으로 되어 본향에 가신 장인 장모님을 기렸다. 생전에 예수님을 영접하고 인천에서 교회에서 성도들에게 따뜻한 사랑도 많이 받으셨다. 살아 계실 때 좋아하는 막국수를 사주신다며 사위와 함께 운천으로 나가셨던 어르신과 대화가 통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유촌리에 연로하신 처남의 사촌형이 사신다. 차를 세우고 방문하니 내외분 모두가 안계셨다. 아내가 전화 드리니 조금 먼곳에 계신다는 말씀이다. 큰 마음 먹고 왔는데 뵙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다. 그런데 집 울타리 에 밤나무가 많이도 열렸다. 어른들이 딸 수가 없어 방치하며 그냥 줒기만 하셨나 보다. 일행 넷이 밤을 따며 줒기로 했다. 지붕위에 올라가 장대로 닿는데 까지 흔들고 가지를 치며 한 시간 여 동안 흔들고 따고 줒고 까니 한 말 정도 되었다. 고양을 등지고 객지로 나온 후 밤 따는 일을 한 것은 생전 처음이다. 싱거울것 같던 모습이 재미로 변해 있었다. 어느 새 해는 남아 있지만, 집을 나서야 했다. 몇 알 남아있는 붉은 대추 몇 개를 따 먹어 봤다. 입벌린 아람드리 밤 송이 셋이 붙어있는 가지를 꺽어 인증도 했다. 어릴 적 아무것도 모른 체 뛰놀며 집 뒤 야산에서 밤 따던 추억이 지금도 어렴푸시 생각난다. 함께 했던 아내와 처남 처남댁 모두 올 추석날 모처럼 좋은 힐링의 시간이 되었다. 배후령 터널을 지나 경춘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서울가는 고속도로는조금 주춤하더니 탄탄대로였다.
@음악과 대화감사합니다. 혹시 "토담" 집이 샘밭에 있나요? 배후령 터널 나와서 춘천시내방향과 소양댐방향 삼거리 근처에 춘천 토박이들은 다들 알고 있는 "유포리막국수"집은 아주 오래 되었는데 막국수와 수육이 아주 맛있는집으로 춘천토박이들이 즐겨찾는 곳입니다. "토담"집 닭갈비 맛이 좋다면 오봉산 산행하고 오는길에 들려 봐야 겠네요.
첫댓글 청춘방 친구 여러분
거운 시간 보내셨어요
저는 어제 이렇게 시간을 보냈답니다.
남은 연휴 행복의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맹호
글을 재미있게 잘쓰셨네요.
더구나 제가 군생활하던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도 있고
오봉산이 있는 배후령터널(터널이 없을때는 배후령고개)도 있고
30여년전에 제가 사업하던 포천이동과 일동도 나오고
일동 이동 근처의 모든산들을 다 기록하셔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항상 행복한 나날 되세요.
감사 합니다.
교통 원할하고 막힐 일 없으니 마냥 좋은 시간이었답니다.
배후령 터널 나오면 춘천 시내 입구와 소양강 가는 길 오른쪽에
매우 유명한 닭갈비 집이 있지요. 이름하여 "토담"
시간 날 때 가족끼리 꼭 가보시기 바랍니다.
그야말로
"토담" 집 만 고객이 부글부글 합니다.
경운산 님. 맹호
@음악과 대화 감사합니다.
혹시 "토담" 집이 샘밭에 있나요?
배후령 터널 나와서 춘천시내방향과 소양댐방향 삼거리 근처에
춘천 토박이들은 다들 알고 있는 "유포리막국수"집은 아주 오래 되었는데
막국수와 수육이 아주 맛있는집으로 춘천토박이들이 즐겨찾는 곳입니다.
"토담"집 닭갈비 맛이 좋다면 오봉산 산행하고 오는길에 들려 봐야 겠네요.
혹시 전화번호도 아시는지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추석연휴에 오랜만에 장인 장모님에산소다녀오셔군요
소설간은글 잘보고갑니다 9월도2틀남앗네요 이틀남은 9월도
잘지내시고요 10월애 멋진 단풍이야기가기다려지네요
추석명절 잘 보내셨죠. 시골땅님.
아마 저 생각엔 가족끼리 만나시면 편안하게 해 주실 뿐 같은 시골땅님
올 추석도 솔솔하게 보냈습니다.
형제 들 각자 명절 보내기로 하고 저도 아내 아내들 며느리 딸과 함께 가볍게 아침식사 했답니다.
위에 글처럼 화천 춘천으로 삥 한 바퀴 돌며 밤도 따고 파로호 구경도 하고
사창리에서 막국수 먹기도 하고, 마지막 날을 서울 남산에도 올랐지요.
10월에도 행복하실 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