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절 냐그로다의 귀의
1 부처님이 여러 나라를 순회하시고 왕사성에 들어와 기사굴산에 오르셨다. 그때 마침, 우톰바리카 왕비가 기부한 동산에 냐그로다라고 하는 이교도가 삼천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있었다.
어느 날 산타나라는 거사가 부처님을 뵙겠다고 왕사성을 떠나서 오는 도중에 생각하기를 '부처님은 지금 선정에 들어 계실 것이고 비구들도 그러하니, 지금 찾아뵐 때가 아니다. 우톰바리카에 있는 냐그로다를 찾아보자'고 하고 그 숲으로 향했다.
그때 마침 냐그로다는 제자들에 둘러싸여 높은 소리로 잡담을 하고 있었다. 왕이 어떠니, 도둑이 어떠니, 대신이 어떠니, 군사 이야기, 귀신 이야기, 의식 이야기 등 여러 가지 쓸데없는 이야기로 떠들고 있었다. 산타나가 멀리서 오는 것을 보고,
"모두들 조용히 하여라. 소리를 치지 말라. 저기에 사문 구담의 제자 산타나가 온다. 저들 무리는 고요한 것을 좋아하고 고요한 사람을 칭찬하기 때문에, 이곳이 고요하면 고요한 모임이라고 생각하고 올지도 모른다."
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고요해졌다. 조금 뒤에 산타나는 냐그로다의 무리가 모인 곳에 와서 말했다.
"대덕들은 무엇인가 큰소리로 부질없는 잡담을 하고 있는 듯한데, 우리 스승이신 부처님은 고요한 숲을 가려 홀로 선정에 들어 있기를 좋아하신다."
냐그로다는 말을 받았다.
"아, 거사여, 사문 구담은 누구와 같이 말하고 이론할 만한 지혜를 얻었다고 생각하는가? 구담의 지혜는 빈 곳에 지우쳐서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편견을 안고 있으니, 마치 눈먼 소가 한쪽 갓길로만 걸어가는 것과 같다. 사문 구담이 이런 집회에 왔다면 한 번 물음에 그만 속이 보여 빈병과 같을 것이다."
2 그때에 부처님은 깨끗한 천이통으로 산타나와 냐그로다가 서로 문답하는 것을 듣고 천천히 기사굴산으로 내려와 그 숲의 스마가다 못가 공작원을 거닐고 계셨다. 이것을 바라본 냐그로다는 제자들을 조용하게 하고, 부처님이 오시면 물을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자 부처님은 그곳에 오셔서 마련된 자리에 서서 물으셨다.
"무슨 일로 이렇게 모였느냐?"
냐그로다는 스스로 낮은 자리에 앉아서
"예, 우리는 구담께서 스마가다 못가 공작원을 거니시는 것을 보고 맞이하러 나왔습니다. 구담께서는 어떤 법으로 제자들을 가르쳐 단련시키시는가를 묻고자 생각했습니다."
"냐그로다여, 교를 달리하고 의견을 달리한 그대들이 나의 법을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보다 차라리 그대들이 닦는 고행에 있어서 '어떤 것이 깨끗한 고행을 성취하는 것이며, 어떤 것이 고행을 성취하지 못하는 것이냐?'고 묻는 것이 보다 요긴하리라."
3 그때 여러 교도들은 큰 소리로
"사문 구담은 참으로 거룩하십니다. 당신의 교법을 주장하시지 않으시고 다른 이의 교법을 더 보태 말씀하려 하시니."
라고 칭찬하며 떠들썩했다. 냐그로다는 떠들지 못하게 진정시키고 나서 다시 물었다.
"구담님, 우리들은 고행으로써 이 세속을 벗어나려 합니다. 어떻게 하면 고행으로써 이 세속을 벗어나게 되겠습니까?"
"냐그로다여, 그대들은 혹은 발가벗고 살며, 먹은 뒤에 손을 씻지도 않고 빨며, 음식물에 있어서 신도가 초대하는 것을 허락지 않고, 자기에게 가져온 음식물을 받지 않고, 자기를 위해 지은 음식을 받지 않고, 두 사람이 같이 먹을 때에 한 사람이 주는 음식을 받지 않으며, 산부가 주는 것을 받지 않고, 젖먹이 여인이 주는 것을 받지 않고, 사내와 희롱하는 여인이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며, 개 기르는 집이나 개에 가까이 있는 음식을 받지 않으며, 파리 떼가 나는 집의 것을 받지 않으며, 어육을 먹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으며, 한 집에서 한 술, 두 집에서 두 술 내지 일곱 집에서 일곱 술의 음식을 얻고 돌아와서 작은 밥통의 밥으로 몸을 유지하며, 하루 한 번 혹은 이레에 한 번 혹은 반달에 한 번 먹으며, 또는 나물ㆍ가지ㆍ피쌀ㆍ입쌀을 먹으며, 혹은 수초ㆍ쌀겨ㆍ싸라기ㆍ밥물을 먹으며, 또는 쇠똥과 나무뿌리와 열매를 먹으며, 혹은 저절로 떨어진 과일을 먹으며, 그리고, 굵은 삼베옷이나 풀로 짠 옷, 나무 껍데기로 엮은 옷, 짐승의 가죽이나 털과 새 깃으로 만든 옷을 입으며, 혹은 수염과 털을 잡아 뽑으며, 늘 서 있거나 쭈그리고 앉거나, 혹은 볕에 누워 있거나, 혹은 가시 방석에 앉거나 먼지를 둘러쓰고 그 위에 있거나, 기름을 붓고 불에 그을리는 일이나, 하루 세 번씩 목욕하는 등의 고행을 하고 있으니, 냐그로다여, 이 같은 고행으로써 세속을 벗어나는 도를 성취한다고 생각하는가?"
"구담님, 우리는 실로 이 같은 고행은 성취할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