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9일 연중 제24주간 (목) 복음 묵상 (루카 7,36-50) (이근상 신부)
그 고을에 죄인인 여자가 하나 있었는데, 예수님께서 바리사이의 집에서 음식을 잡수시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왔다. 그 여자는 향유가 든 옥합을 들고서 예수님 뒤쪽 발치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분의 발을 적시기 시작하더니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고 나서, 그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어 발랐다. 예수님을 초대한 바리사이가 그것을 보고, ‘저 사람이 예언자라면, 자기에게 손을 대는 여자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 곧 죄인인 줄 알 터인데.’ 하고 속으로 말하였다.(루카7,37-39)
이야기는 극적이다.
만천하에 알려진 죄인. 숨어야 할 그가 만천하에 등장하고 있다. 몸에서 가장 불결하고 더럽다 여겨지는 발을 몸에서 가장 내밀하고 고유하다 여겨지는 눈물, 머릿카락으로 닦는 자는, 스스로 발보다 못한 자라고 고백하는 중. 그리고 값비싼 향유을 쏟아내는 넘치는 마음으로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건 불에 기름을 붇는 짓, 죄인의 죄를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만다. 사람들의 마음은 한 목소리. '사람이 변하더냐!'
이 격한 사태 속에서 예수는 편을 들고 있다. 격정에 출렁이는 위태함이 빤히 보일텐데, 그러지 말라고 달래는 대신 예수는 오늘밖에 없는 죄인과 함께 출렁거리고 있다. 내일 다시 죄를 지으며 꼬르르 가라앉기 십상인 대책없는 자들의 편을 들고 있다.
예수는 땅이 아니라 물 위에 선 자들의 편. 내일 땅으로 오를지라도 오늘 우리도 물 위로 나서는 걸로. 누군가의 회심. 그 위태한 하루, 한 순간을 온몸으로 믿어주기로. 나의 한 순간에도 화관을 주실 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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