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문 24]“조국의 함성” 들리시나요?
참 희한한 일이다. 지금 ‘택도 없는’(그렇다고 대법원의 판결을 개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죄목으로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초짜 정치인 ‘조국曺國’의 이름이 하필이면 ‘조국’이어서 나라를 뜻하는 ‘조국祖國’과 종종 헷갈리게 한다. 물론 漢字로야 다르지만, 무언가 重義的인 뜻이 있는 것만 같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이름만 해도 그렇다. 처음엔 筆名인 줄 알았는데, 한자로 한반도의 거대한 물줄기인 ‘漢江’(HAN RIVER) 그대로임을 알고, 그 아버지 한승원 작가의 慧眼에 새삼 놀랐다.
한가하게 남의 이름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오늘 따끈따끈한 신간 『조국의 함성』(조국 지음, 오마이북 2025년 2월 10일 1쇄 펴냄, 351쪽, 2만원)을 通讀했다. 우리의 祖國이 아닌 내란수괴로부터 수년 간 핍박받고 있는 曺國이 쓴 책이다. 이 책 표지의 부제는 ‘가장 뜨거운 파란 불꽃이 되어 검찰독재정권을 태워버리기 위하여 길없는 길을 두려움 없이 가다’라는 긴 서술어로 되어 있다.
‘喊聲(SHO0TING)'은 “소리 질러!”할 때의 함성인 것을.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조국이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肉聲을 담았다. 그러나 신선한 것은 아니고 2024년 12월 17일 이후 감옥에서 쓴 ‘국민께 보내는 글’은 7편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21편은 <조국혁신당> 창당선언을 비롯해 부산 서면 연설, 광주 충장로 연설 등과 기자회견, 언론 인터뷰를 한자리에 모은 것으로, 이미 공개된 것인만큼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럼에도 한 편 한 편 새로이 읽으며, 그의 다부진 決氣를 다시 확인하는데 울컥울컥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잘 알다시피, 그는 <3년은 너무 길다> <검찰독재 조기종식>이라는 슬로건으로 창당 2개월만에 비례대표 의원 11명과 함께 ‘원내 제3당’ 대표가 되어 국회에 당당히 입성했다. 그들은 ‘지민비조地民比祖’라는 신조어로 전국을 휩쓸었다. 쇄빙선碎氷船, 예인선曳引船이라는 신박한 용어로 유권자들의 눈을 붙들었다. 690만표를 획득한 것이다. 한국적 정치상황이 아니라면 奇蹟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가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회복”을 언급하니까, 어느 기자가 ‘혹시 사적인 복수를 하려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그야말로 천박한 기레기수준의 질문이다). 그는 즉석에서 명쾌하게 대답했다. “不義한 强者에 대한 公的인 復讎라고 한다면 그것은 事實”이라며 프랑스어 ‘르상티망(ressentiment)’을 거론했다. 르상티망은 ‘권력의지에 의해 촉발된 강자의 공격욕에 대한 약자의 복수심’을 일컫는 철학적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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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짧은 기간에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어쩌면 하나같이 ‘옹골찬 一當百’들을 고를 수 있었는지, 그의 眼目에 탄복한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얼마 전 국회 대표연설에서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의 16분에 걸친 연설은, 흔한 말로 ‘역대급’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을 보는 듯했다. 그는 의사 출신 정치 초년병이지만,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오랫동안 준비된 ‘당대표’같아서 한없이 미더웠다. 그가 군더더기 하나 없이 조목조목 짚어간 정치현안(내란세력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도대체 얼마나 嚴重한가?)들은 더하고 뺄 것이 없어, 여당같지 않은 여당의 ‘입’도 다물게 했다. 그의 대표연설을 두 번 경청한 것처럼, 조국이 행한 20여편의 연설문들을 새로 읽며, 나는 종일 분노憤怒를 곰씹으며, 일개 독자로서, 일개 유권자로서 우리나라의 ‘좋은 꿈’을 꾸었다.
그와 당은 ‘사회권 선진국’의 비전을 갖고 있다. 사회권 선진국이라니, 그 話頭가 낯설고 왠지 두려운가? 그의 저서 『가불선진국』에 다 나와 있다. 그 알짬을 진짜로 그 어떤 편견도 없이 들여다본 후 칭찬을 하거나 비난을 하자. 그들이 꿈꾸는 나라가 과연 어떤 나라인지? 그들의 ‘進步행태’가 얼마나 어설프고 무엇이 못미더운지를 얘기하자. 사회권 선진국은 아프면 쉴 권리, 부부가 함께 일하며 아이를 키울 권리, 집을 사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살 권리, 나이가 들어도 가족에게 신세지지 않고 돌봄을 받을 권리, 국민 모두 큰돈 들이지 않고 그 모든 권리를 보장받는 나라를 말한다.
그는 이제 교수도, 학자도, 관료도 아닌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다. 감옥에서도 ‘조국의 강’을 뚜벅뚜벅 건너고 있다. 지난해 3월 13일 지역중 첫 번째로 찾은 전주 경기전 앞에서 악수를 하며, 나는 큰 소리(함성)로 그에게 말했다. “조대표, 끝까지 밀어붙여요잉”. 그때 잘 생긴 얼짱 정치인이 웃었다. 그도 이제 제법 유머와 위트를 배운 듯하다. 고향인 부산에서 연설 말미에 부산 사투리로 “이제, 고마, 치아라 마∼!”라고 했다. 어느 지역 즉석연설에서는 검찰에 대놓고 “너그 쫄았제?”라며 놀렸다. 그랬다. 검찰의 수괴는 그들(조국혁신당)이 무서바서(무서워), 너무 많이 쫄아서 친위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렇치 않다면 가당키나 한 일인가? 감옥 아니라 그 어디에 있든, 죄 없는 자는 쫄 일이 ‘1도’ 없는 것을. 남아공의 만델라는 세상에나 28년을 감옥에서 투쟁했거늘. 다시 한번 '조국의 함성'을 들어보지 않으시렵니까? 우리의 조국이 아닌 우리의 조국, 그의 건강과 건투를 온몸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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