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애경역사를 지나며 – 박설희
아버지의 자랑은 영동대교
마지막 작품은 구로애경역사
“내가 그것들을 지었다”고 말할 때
그의 얼굴은 빛났다
다리와 역사와 빌딩들은 자라
열 살, 스무 살...
할 일은 끝났다고
이제 그만 집에서 쉬라고
등짐 지고 오르내릴 시간이 얼마인데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 했다고 담담히 전할 때
몸은 수척했다
숨어 있던 이목구비가 드러났다
평생 받아본 적 없는 긴 휴가
도로리를 줍는다, 풀을 꺾는다,
아버지는 분주했다 소년처럼
점점 작아졌다
그리고 돌아갔다
오늘도
63빌딩, 올림픽대로가 자랑인
박씨 김씨 이씨로 불리는 이들
불콰한 한 잔에 허물어지듯 몸을 부리는
구로애경역사를 지나며
당신이 할 일은 끝났다는 환청을 듣는다
아버지의 마지막 작품을 되돌아본다
첫댓글 빗새님이 설계하셨다는 예술의 전당
그 작품들이 생각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