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8시 대구스타디움에서 우리나라와 온두라스 국가대표팀 간에 축구 평가전이 열린다. 러시아 월드컵대회에서 우리와 맞붙을 멕시코 팀에 대비하여 실시하는 실전 훈련이다 본선 대진표는 절망적이다. 조 추첨 결과 우리(FIFA 랭킹 61위)는 독일(1위)‧멕시코(15위)‧스웨덴(23위)과 함께 F조에 편성되었다. 본선에 올라온 팀 가운데 만만한 팀이 어디 있으랴만, 다른 팀이 우리보다 월등해도 너~~~무 월등하다. 심지어 오늘 저녁에 평가전을 치를 온두라스조차 FIFA 랭킹 59위로 우리보다 두 계단 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일제히 본선 성적을 3전 전패로 예상하고 있어 가뜩이나 뒤숭숭한 선수단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었다.
나는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선수에 대해서도 TV 연예오락 프로를 통해 알게 된 ‘대박이 아빠 이동국이 전북 소속’이라는 사실 외에는 누가 어느 구단 소속인지 잘 모른다. 프로야구라면 원년부터 지조 있게 두산베어스를 응원해오고 있지만, 프로축구는 좋아하는 팀도 없다. 나도 잠시나마 축구를 열심히 공부한 적이 있었다.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 공식보고서』를 집필할 때였다. 월드컵조직위원회로부터 집필 의뢰를 받은 뒤부터 집필을 끝낸 6개월 동안, 나는 축구 및 월드컵의 역사에서부터 경기 방식, 지역별 예선 전적, 참가국별 선수, 공인구, 세계의 축구경기장 등에 대해 평생에 걸쳐 공부할 분량을 한꺼번에 다 공부했다.(룰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뿐, 집필이 끝나고 원고료가 입금되자마자 까맣게 다 잊어버렸다.
내가 우리 대표 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한 적이 딱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두말할 것도 없이 2002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월드컵대회 때였고, 다른 한 번은 한 경기가 아니라 일본과 벌이는 모든 국가대표 대항전이다. 지금이라도 일본과 경기가 벌어진다면 열 일 젖혀놓은 채 TV 중계방송을 틀어놓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응원할 것이다. 운동경기든 바둑이든 일본에게는 무조건 이겨야 하니까! 1994년 우리나라의 반도체 제조기술이 일본을 앞지른 뒤 지금껏 우위를 유지해오고 있다는 사실보다 내게 더 큰 기쁨과 위안을 주는 것은 없다.
물론 FIFA 랭킹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2002년 월드컵대회 조별 예선리그에서 우리가 이긴 포르투갈은 당시 FIFA 랭킹 1위였다. 박지성이 현란한 발기술로 따돌리고 그 경기의 유일한 골을 성공시켰던 ‘포르투갈의 마지노선’ 콘세이상은 세계 최고 수비수로서, 그의 연봉은 우리나라 프로축구 팀의 모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연봉을 합친 금액보다 많았다. 우리가 16강전에서 이긴 이탈리아와 8강전에서 이긴 스페인도 우리보다 FIFA 랭킹이 까맣게 높은 팀들이었다. 선수들의 정신력이 그때만큼 강력하게 결속된 적도 없었다.
오늘 우리와 맞붙을 온두라스는 중앙아메리카의 만년 다크호스다. 이번 중남미 지역예선에서도 강호 멕시코와 1승1패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중남미에는 워낙 세계적 강호들이 몰려 있다 보니 우리보다 FIFA 랭킹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본선에는 세 번(1982. 2010. 2014)밖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약체들만 모여 있는 아시아에 속한 덕분에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다소 민망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우리보다 더 많은 연속진출 기록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브라질(21회)‧독일(16)‧이탈리아(14)‧아르헨티나(11)‧스페인(10) 등 5개국뿐이다. 모두가 월드컵대회에서 1회 이상 우승경험이 있는 국가들이다.
온두라스는 남한에 경상남도가 하나 더 붙은 11만 2492㎢의 면적에 인구 약 875만 명이 살고 있는 중앙아메리카의 저개발국(2016년 1인당 국민소득 2361달러)이다. 1821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했는데, 스페인의 영향으로 식민지 시절부터 온 국민이 축구를 열광적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축구를 얼마나 좋아했느냐 하면, 1969년에는 이웃 나라인 엘살바도르와 월드컵 지역예선 경기를 치르다가 응원전이 지나치게 과열되어 두 나라 간에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육해공군 전력에서 절대 약세에 있던 온두라스는 단 5일 만에 엘살바도르에게 점령당했는데, 미주기구의 중재가 없었더라면 나라가 영영 사라질 번했다.
온두라스는 건기와 우기가 뚜렷이 구분되는 아열대성 기후다. 커피와 바나나가 수출액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부조자원도 거의 없고 농산물도 단조롭다. 국토의 80%가 산악지대이다 보니 발전 가능성도 크지 않다. 오랜 식민 지배에도 불구하고 스페인계 백인들이 거의 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유럽계 백인과 아메리카 토착민의 혼혈종인 메스티소가 인구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코판지역에는 거대한 신전과 계단형 피라미드 등 마야문명의 유적들이 남아있는데, 마야유적 중 가장 크고 역사적 가치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이 ; 신부 7살 ↑, 키 ; 신랑 22㎝ ↑
에피소드 하나. 부상으로 오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배우 한혜진의 남편이 중국의 한 프로축구 팀으로부터 거액의 연봉을 제의받고 이를 거절했다 하여 화제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다른 팀으로 이적하기로 되어 있는 그는 현재 영국 스완지시티에서 약 30억 원의 연봉을 받고 있는데, 중국 상해의 프로팀인 상강에서 세금을 제외하고 220억 원을 제의했지만 이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주장으로서 연봉을 아무리 많이 준다 해도 우리보다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선수로 뛸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ㅉㅉㅉ. 오늘 저녁에 벌어질 평가전, 친선경기답게 수준 높고 화기애애한 경기를 펼쳤으면 좋겠다.
5. 28. 17:00
※ 경기 결과 ; 직접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은 말할 것도 없고,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본 시청자들도 본전을 뽑고도 남았을 듯. 한국은 손흥민(영국 토터넘)과 문선민(인천)이 한 골씩을 넣어 온두라스에 2:0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대표팀의 골잡이 손흥민은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차고 출전하여 역시나 귀중한 결승골을 터뜨렸으며, 깜짝 발탁으로 본선에 나가기도 전에 일찌감치 유명세를 탄 막내 문선민은 A매치 데뷔전에서 골 맛을 봄으로써 앞으로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들 3전 전패를 예상하고 있지만, 일찍이 독일의 명감독 요셉 헤르베르그는 ‘공은 둥글다’고 하지 않았던가. 러시아에서 벌어질 본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대구스타디움 6만 6422석 중 절반에서 41석을 초과한 3만 3252명이 입장하여 열렬한 응원전을 펼쳤다니 그 또한 반갑고 고마운 일.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첫댓글 페업신고를 하기 위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민원인 으로 창구가 붐빈다는 강남구청,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과 인건비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인한 요즈음의 경기를 봅니다. 폐업율이 창업율 보다 몇배가 더 많다는 징조 또한 이러합니다. 양재 신분당선 지하상가의 어느 분식점은 손님이 모니터를 보고 메뉴를 고른후 신용카드로 결제 주문하는 식권자판기를 도입하여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는 실정, 슬기롭게 잘 극복 되어갔으면 합니다. 날씨 고르지 못한 요즈음 건강관리 잘하시며 즐거운 일상 만들어 가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