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전부 외지에 있기도 하고 각자 제 몫이 다르므로
무설재 쥔장 둘이서 오롯이 지키는 뜨락.
신선은 일찌 감치 출근길을 나서고 홀로 남은 쥔장은 밀린 빨래를 하며 청소 중이라
오늘 만큼은 죄다 부모님 모시느라 찾아들 사람이 없을 것 같아 한적하고 여유롭게 망중한을 즐기려는 찰나
일본 여행 전문가이자 무설재 매니아인 박인숙님이 전화를 해왔다.
이런 저린 긴 이야기를 나눈 끝에
"오늘 뭐 하세요? 바쁘지 않으면 우리끼리 점심 할까요?"
"으응, 오늘은 어쩐지 한가할 것 같은데 그럼 우리 둘이 어버이날 자축할깝쇼?"
"아하하하...자축 좋죠.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존중하며 점심 먹자구요, 어버이 날도 자축 할겸"
이 얼마만에 맛보는 어버이 날의 자유란 말인가.
늘 어버이 날이면 윗 세대 어른들을 챙겨야 했던 날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금쪽 같은 하루 다.
그래서 날아갔다...박인숙씨 집 근처로.
그리고 다시금 계동에 자리한 삼계탕 집으로 휘리릭.
안성으로 거처를 옮기고 나서는 자연 그대로 그야말로 지천에 나는 먹을거리가 풍부한 시골살이 덕분에
웬만해서는 외식 문화를 즐기지 않고 혹시 찾아 나선다고 해도 검증된-소문 무성한 곳 일지라도 스스로 확인사살한
결과로 인정한 곳만 찾아간다- 음식점만 찾는 고로 번듯하게 찾아갈 만한 곳이 사실 많지 않다.
식성이 특별히 까다로운 것은 아니나 맛에 관한 한은 또 고집이 있는지라 아무리 유명한 곳이라 할지라도
내 입 맛에 맞지 않으면 노탱큐 라 만만한 곳이 많지 않다 뭐 그런 말이다.
허나 간만에 진국의 삼계탕을 만난 식탐의 즐거움을 느끼자니 혼자만 알고 지내는 것이 아쉬울 것 같아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요즘 어디든지 국물을 먹어야 하는 곳이라면 이미 가루로 만들어진 손쉬운 국물이 대세라서
오랜 시간 고아져 진국으로 나와 걸죽함을 느끼게 하는 곳이 별로 많지 않다.
특히 이영돈의 먹거리 파일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거의 전멸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안성 미양면 가는 길 계동엘 가면 입장에서 16년 동안 그리고 지금의 장소에서 6년을
오로지 삼계탕과 영양탕만을 주 요리로 선보이는 소소한 식당이 있는데 그간의 노하우 내공이 묻어나는 곳이다.
가볍지 아니 한 국물이 일단은 굿이요 퍽퍽하지 않은 쫄깃의 식감을 자랑하는 어린 닭의 맛이 일품이다.
길게 설명할 일도 아니니 기회가 된다면 직접 시식해 볼 일이겠다.
암튼 찾아든 삼거리 영양탕-031 675 7542-에서 삼계탕을 먹으며 어버이날을 자축하는 자리에
보신과 어울리는 진한 이야기가 오갔다.
나름 간만에 홀가분한 식사를 하였다는 말이니 그 하루가 또 어찌 즐겁지 않았겠는가.
더불어 신선의 저녁까지 챙겨주는 센스...박인숙씨의 배려다.
그리고 그 저녁,
신선 또한 정말 맛나게 먹었다.
첫댓글 그래요? 30년 넘게 살아도, 가까워도 모르고 사는 곳이 참 많네요. ^ ^
하긴 안성으로 거처지를 옮긴 후 십년이 지나서 알게 되는 것이 한둘이 아니어요.
암튼 그집 괜찮았어요...진한 국물이 일품이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