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사찰 일곱 곳이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날 따듯하고 공기 맑아 걷기 좋은 5월, 산사의 숲길을 찾아보자. 한국관광공사 추천 5월의 걷기여행길은 유네스코 등재 산사로 이어진다.
◆대흥사 다도의 길(전남 해남)
서산대사가 “만년을 허물어지지 않을 곳”이라며 자신의 가사와 발우를 전하게 했다는 전남 해남의 대흥사. 이후 사세가 계속 확장된 것은 물론 당대의 고승들을 배출한 명찰이 됐다. 특히 우리나라 다도문화를 중흥시킨 초의선사가 머물렀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명필 원교 이광사와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만날 수 있는 대흥사는 초입의 숲길 산책로가 아름다워 걷기와 더불어 역사문화탐방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코스정보: 대흥사·두륜산케이블카 대형주차장-두륜산 계곡 둑길-매표소-대흥사 숲길-부도답-대흥사 경내-일지암 9.2㎞ 4시간(난이도 보통)
◆통도사 암자순례길(경남 양산)
삼보사찰 중 불보종찰인 양산 통도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절집이다. 통도사 진입로는 온통 솔숲에 덮여 있다. 유서 깊은 큰 절이어서 문화재가 수두룩하며 절을 감싸고 있는 숲 또한 절의 품격에 어울리는 풍광을 지녔다. 숲 속 곳곳에 자리한 암자도 하나같이 풍광이 빼어나 걸음을 즐겁게 한다. 본사에서 가까운 안양암과 수도암을 포함하는 암자순례코스는 통도사계곡과 영남알프스의 영축산 조망까지 즐길 수 있다.
봉정사는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 건물인 극락전, 대웅전, 화엄강당, 고금당 등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건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봉정사에서 유순한 산길로 1.2㎞ 정도 떨어져 있는 개목사는 소박하고 단정한 사랑스러운 절집이다. 조그만 마당에 작은 원통전 하나뿐이지만 초라하지 않다.
충남 공주시 천년고찰 마곡사는 5층 석탑을 비롯해 수많은 성보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7대 사찰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그 의미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춘마곡 추갑사’(春麻谷秋甲寺)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봄의 향연이 펼쳐지는 마곡사와 함께 신록과 소나무숲길이 어우러진 솔바람길을 걸어보자.
☞코스정보: 마곡사-천연송림욕장-은적암-백련암-활인봉-생골마을-마곡사 5㎞ 3시간(보통)
◆남도삼백리 천년불심길(선암사, 전남 순천)
전국의 여느 명산들이 그렇듯 조계산은 울창한 숲과 깊은 계곡,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 맑은 약수를 간직했다. 산 기운이 강해 전국에서 이름난 큰 절도 두 곳이나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선암사와 삼보사찰 가운데 하나인 송광사가 사이좋게 동, 서로 마주하고 있다. 수려한 산수에 드높은 불심을 가진 고찰이다. 선암사에서 시작해 조계산의 고갯길을 넘어 송광사까지 이어지는 답사길, 천년불심길을 걸어보자.
속리산 아래 자리한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때 세워진 고찰로, 국보와 보물, 지방문화재가 산재한 사찰이다. 법주사에는 오래 전부터 절집을 찾는 이들이 걸었던 오리숲길과 조선 7대 임금 세조의 이야기가 얽힌 세조길이 있다. 오리숲길은 사내리 상가거리부터 법주사 입구까지 이어진 길이 십리의 절반인 ‘오리’라는 데서 유래했다. 오리숲길에서 법주사를 거쳐 세조길의 종점인 세심정까지는 호젓하고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소백산은 백두대간의 허리쯤에 해당하는 곳으로, 산의 남쪽은 선비의 고장으로 이름난 영주지역이다. 그래서인지 소백산에는 맑고 선한 기운이 흐르며, 소백산 자락길 11코스는 소백산 자락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한국 10대 사찰 중 하나인 부석사에서 시작하는 만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영주의 드넓은 사과밭을 지나 시골 사람들의 삶을 엿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