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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여 한 애기의 무나로 글로리데이를 관람하고 왔어. 그 여시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후기는 영화를 여시들이 영화를 봤다는 가정 하에 쓴 글입니다!
그러므로 스포 엄청나게 많음!!!
0.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 중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 두 가지는 영화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감독이 '상징'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야. 영화 첫 부분을 보면 상우(수호)가 차에 치여서, 그것도 뺑소니를 당해서 피를 흘리고 있는데 그 옆으로 글로리데이라는 영화 제목이 떠. 사람이 죽어가는데 찬란한 날이라니. 여기서부터 나는 저 위에 두 가지를 느꼈지. 이 영화가 생각이랑 다른 영화겠구나. 그리고 감독이 좋아하는 걸 알겠다.
1. 내가 생각했던 영화는 와, 청춘! 와, 우정! 이었어. 영화 자체가 홍보 단계에서 넷의 친분에 초점이 많이 쏠려 있어서인지 우정을 기대했었고, 영화 카피 문구 자체가 '스무살, 세상과 마주하다.', '그 날 우리의 스무살은 잔뜩 구겨졌다.' 이 두 가지라서 스무살을 저렇게 강조하는 걸 보면 청춘, 젊음과 관련된 것이겠구나 했지. 그래서 나는 넷의 우정과 청춘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 근데 그게 엄청나게 큰 착각이었던 거야.
2. 내가 의심이 드는 부분은 왜 넷의 관계를 그렇게 강조했냐는 거야. 그 넷의 우정은 솔직히 좀 얄팍해. 겉으로 강해 보여서 쉽게 부러져버린 건지 모르겠지만, 곤경에 처하자 아이들은 혼수 상태인 상우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자고 제안했을 정도로 우정이 얄팍해.(그 장면에서 진짜 머리를 쥐어뜯었어.) 그들의 관계를 우정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없을 정도지. 그럼 영화가 가리키는 곳은 스물이라는 어린 청춘들의 우정은 얄팍하다, 청춘은 쉽게 부서지고 내동댕이 쳐진다이냐. 영화는 그런 주제와는 거리가 멀어. 오히려 영화는 우정과 청춘보다 사회 비판적인 면에 대해 말하고 있어. 청춘이 사회라는 냉정하고 무서운 세상을 마주했을 때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 의도와는 다르게 초점이 너무 사회 비판에 편중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했어. 영화는 넷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아. 넷이 처한 상황이 사회라는 감독을 만나면 어떤 시나리오로 바뀌는지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거지. 넷의 우정과 스물은 사회 비판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대조적인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영화의 주제는 청춘이 사회와 만났을 때 일어나는 일이 아닌 이 시대의 어른들의 세계인 셈이야. 근데 왜 영화를 전자, 즉 청춘이 사회와 만났을 때 일어나는 일인 것 처럼 만들었을까 싶어.
3. 저 문구 자체는 틀리지 않았어. 스무 살이 세상과 마주한 이야기긴 해. 근데 저런 식으로 마주할지는 몰랐던 거야. 잔뜩 구겨졌긴 해. 근데 구겨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찢어발겨진 정도라서... 솔직히 그런 트라우마를 가진 아이들이 앞으로 남은 생을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사망 사건에 연루되었고, 살인죄를 뒤집어썼고, 그 누명을 벗어나오기 위해 죽은 친구를 살인자로 몰아갔어. 이 일련의 과정을 겪은 스물이 앞으로 남은 날들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절대 그러지 못 할 거야. 죄책감 속에 살겠지. 가끔은 상우가 꿈에 나와 왜 그랬냐고 물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인데. 저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거야. 스무살, 세상과 마주하여 인생이 산산조각나다. 정도로는 해줘야지.
4. 개인적으로 현실적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게 살면서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그들에게만 너무 집약적으로 일어나. 우연과 우연이 너무 많이 겹친다는 거야. 세상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 그건 현실적이야. 수많은 부정과 부패 그리고 돈과 권력에 굴복하는 인간. 이런 것들 역시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을 정도로 사회에 만연하지. 근데 포항에 놀러 갔다가 포항 방송국 아나운서가 맞는 일을 볼 확률, 그 아나운서가 바람을 피고 있었을 확률, 심지어 경찰서에서 그녀가 거짓 진술을 할 확률, 그 남편이 죽을 확률, 내 친구가(혹은 내가) 도망가다가 차에 치여서 죽을 확률. 이런 지극히 낮은 발생 확률의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 이건 결코 현실적이라고 할 수 없을 거 같아. 산 넘어 산인 경우, 살다보면 미친 듯이 많지. 세상이 왜 나한테만 이러나 싶을 정도로 답답할 때 많아. 근데 이렇게 큰, 태산 넘어 태산인 경우는 흔치 않아. 영화이기 때문에 '진짜 현실'보다 극적인 상황 설정을 했을 수는 있어. 그렇다면 우리는 이것을 현실적으로 부를 수 있느냐. 글쎄. 나는 조금 의심이 들었어.
5. 마지막에 상우가 편지를 쓰고 그게 나레이션으로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은 상우가 가진 순수, 효심, 의리에 대해서 보여주기 위해 넣은 것 같아. 근데 그 방법이 너무 진부하고 신파극인가? 라고 생각될 정도로 생뚱맞았어. 다른 방법으로 그걸 전달할 수 있었을텐데, 그런 너무 뻔하고 어울리지 않는 장면을 넣은 게 너무 아쉬웠어.
6. 그리고 마지막에 쓰러진 지수 앞에 수호가 환영처럼 나타나는데 나는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거든. 아, 이제 이 새끼가 정신을 차리겠구나. 근데 차리긴 개뿔, 안 하겠다고 한 놈이 오히려 그걸 보고서 마음을 돌려? 이건 뭐 어쩌자는거얔ㅋㅋㅋㅋㅋㅋㅋㅋ
7. 감독은 진짜 상징성애자야. 일단 처음에 영화 제목이 나올 때도 그랬고 출발할 때 라디오에서 나오는 CCM도 그랬고, 자연과 그들이 처한 상황을 계속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는 것도 그랬고, 한 쪽에선 사건 수사하는 경찰과 족발 시키는 경찰도 그랬고, 지수가 수호의 환영을 보는 장면도 그랬고, 마지막에 수호가 편지 쓰고 집에서 나올 때 벽에 붙어있던 넷의 학생 시절 사진도 그랬고, 마지막에 조문도 지 수 혼자 오는 것도 그랬고 영화 자체가 모순과 역설과 반어라는 상징의 연속이야. 넘나 많이 나와서 아, 이 감독 상징 진짜 좋아하는구나 계속 느껴져. 맨 처음 등장하는 넷의 웃음 장면이 뒤에 또 나오는 수미상관 구조며, 처음 수호가 차에 치였을 때 지수가 와서 한 대사를 똑같이 나중에 수호(의 환영)가 지수한테 한 것도 그렇고 이런 장치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란게 느껴져. 근데 내가 그런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그걸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어. 나중에 정리해보고 싶을 정도 였지.(하지만 내용이 고구마라 다신 보지 않을 것이다.)
8. 넷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어. 지수라는 배우는 생활 연기가 좀 어색한데 화내는 연기랑 우는 연기는 잘 하더라. 그냥 아무 말 안 하고 입 다물고 있어도 분위기가 좋아서 그 아우라가 좋더라. 류준열도 깐족거리는 연기 진짜 잘했고 나머지 두만이도 진짜 잘 소화했어. 수호는 대사 같은 게 약간 어색하긴 해. 작위적인 느낌이 난다고 해야 되나. 근데 진짜 잘 생겼어. 고물상 일을 도우며 없는 살림에서 자랐다고는 느껴지지 않을 모습. 귀티가 좔좔 흘러. 땡볕에서 일하는 남자애 목덜미가 너무 하얗고 깨끗해. 거기 나오는 어떤 사람들보다 잘생겼어. 수호가 원컷으로 잡히면 분위기가 달라지더라. 진짜 잘생겼어.
9. 나는 지금 스물이 지난지도 꽤 지났고 그렇다고 완전히 어른이라고 칭할 만한 나이도 아닌 어중간한 나이야. 스물보다는 세상을 많이 알았고, 나이 지긋한 어른들보다는 아직 순수한 마음이 남아 있어. 그래서 보면서 계속 그런 생각이 들었어. 저 아이들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저 어른들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어른들은 말하지. 일단 공부부터 해. 나중에 크면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 거야. 그리고 애들은 말 해. 지금부터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요. 근데 나는 그 두 말에 모두 동감해. 그거랑 똑같이 어른들이 하는 말도 모두 이해가 가는 거야. 그래서 나라면 저기서 어떻게 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봤어.
10. 영화는 오히려 어른이 되는 길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아. 어린 아이들은 이제 갓 성인의 길목에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과 만나지. 어른이 된다는 건 아직 희망 차고 순수하고 역동적이면서 행동 우선적인 어린 아이 같은 내가 사회라는 냉정하고 비겁하고 더러운 세상과의 타협점을 찾아가는 거라고 생각해. 누구는 완전히 손을 맞잡고, 누구는 겉으로만 고개를 끄덕이고, 누군가는 그런 세상에 등을 돌리지.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어른이 되어 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영화인 것 같아.
11. 만약 이 영화에서 청춘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면 나는 그거 아니라고 생각해(전진짤). 청춘은 이런 게 아냐.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청춘이, 인생이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가까이서 봐도 희극인 청춘은 있어. 청춘이라고 해서 꼭 더러운 세상에 맞서고 타협하는, 더러운 세상과 엮일 필요가 없단 말이야. 게다가 이 사건은 멀리서 봐도 비극 가까이서 봐도 비극이야. 그런 점에서 영화가 청춘이라는 단어와 연관이 있다면 차라리 아니에요 관련 없어요 라고 말하는 편이 나을 거라고 말하고 싶어. 그렇게 되면 영화는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고 하는 거라 복잡해지고 만다고 생각해. 차라리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12. 글을 넘나 길게 썼는데 중구난방으로 써서 복잡하기 까지 하다. 나도 내가 뭐라고 썼는지 모르겠어. 아무튼 영화는 고구마 백개 천개 먹은 내용이고 전혀 현실적이지 않으며 홍보한 것과는 거리가 멀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고 하고 싶어... 넘나 용두사미인 내 감상은 여기서 마칠게!
마지막으로 나도 감독처럼 수미상관 기법을 사용하여 무나해준 여시 정말 감사합니다!!!
문제시
나는 한 마리의 예민한 아기 고라니 같은 성격이니까 조심스럽게 대해줘...
첫댓글 여시 감상평 보니까 영화 다 본 거 같다 마지막에 청춘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이 참 맘에 와닿고 좋네!!! 좋은 리뷰여써
아 고구마가튼 영화구나...안봐야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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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222 나이는 어른인데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상태인거 그 경계에 있는거 나타내는게 진짜 현실감있었어
음 보고싶었던 영화인데 고구마 구나;; 여시 평 잘 봤어! 스포당했는데도 내눈으로 봐보고싶다 ㅋㅋ
감상 잘 썼다 나도 진짜 동감 중간에 잘생겼다라고 계속 말하는 거 귀여워 여튼 진짜 청춘 전혀.... 신산조각....
우와 글 진짜 잘썼당!!!! 잘 보고가욧!
ㅁㅈㅁㅈ 여시 글에 진짜 공감ㅠㅠ 여시가 내맘읽고 글쓴가같아! 청춘이 구겨진정도가 아니라 찢어발겨진 정도라는거 특히 진짜진짜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