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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왜 그래?"
"내가 뭘?"
"아까부터 계속 틱틱대고 있잖아."
"내가 언제?"
"아까부터, 쭉, 내내!! 오피스텔에서부터 지금까지 일관성있게 틱틱거리고 있잖아. 혼자해도 된다는데 새벽같이 찾아와서는........왜 그러는 거야?"
"그냥..... 그냥 짜증나서 그래!"
입이 댓발은 튀어나와선 툴툴거리는 희진을 보며 시연은 그 짜증의 원인이 왠지 윤호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희진의 뒤를 쫓아나가던 윤호의 뒷모습을 보며 알아서 화해했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생각만큼 잘 안된 모양이다.
"너 설마, 지금 그 짜증의 원인이 윤호씨는 아니겠지?"
"무....무슨!!!!"
맞네. 일반적인 질문에 오버스러운 반응은 예스를 뜻한다. 역시.........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시연을 보며 희진은 하얗게 눈을 흘긴다.
"나쁜 년!! 그런건 좀 모른척 해 줄 것이지."
"그러기엔 니 짜증이 도를 넘어섰거든."
"망할 것..... 이 정도도 못 받아주냐?"
"원인제공자가 나라면 얼마든지 받아주지. 근데 아니잖아. 내가 왜 윤호씨가 제공한 원인 때문에 너의 히스테리를 감당하고 있어야 하니? 이건 누가봐도 책임 전가야.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결과도 받는 거야."
"그래! 너 잘 났다. 너 똑똑하다!"
"그런 의미에서 윤호씨 불러줘?"
"욕이 고프지?"
"화해 안 했어? 그 날, 윤호씨가 사과하겠다고 너 쫓아갔었는데, 못 만났어?"
"사과는 개뿔........ 에이~씨!! 짜증나!!!"
희진은 그날 일을 떠올리자 잠시 수그러들었던 짜증이 다시 확 몰려오는 것 같았다. 그 날, 자신의 뒤를 쫓아 쪼르르 집 앞까지 찾아온 윤호를 보란듯이 개 무시해주려 했지만 그 모습을 덜컥 할머니에게 들켜버리고 말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할머니한테!!!
남자든 여자든 언제, 어느 때고 이뻐야한다는 어느 개그맨의 말처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하디 귀한 손녀 딸을 예쁘다는 이유 하나로 호시탐탐 시연과 맞바꾸는 꿈을 꾸시고, 그저 잘 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처음 본 윤호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덥썩 집 안까지 끌어들이셨던 그런 할머니다.
"너도 알잖아. 우리 할머닌 그저 이쁜게 장땡이신 거, 윤호씨만 보면 어디서 저런 킹카를 잡았냐구, 도망가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결혼하라고, 결혼이 안되면 동거라도 하라는 게 우리 할머니야. "
"와~우!!! 역시 할머니는 기대를 저버리지시 않는다니깐!"
"우리 할머니 말씀이 내가 학생만 아니었어도 목에 목줄을 채워서라도 벌써 결혼시켰을거라고 그러시더라. 그날도 윤호씨 보자마자 집으로 끌어들이셔선 저녁 차려주시는데, 그 비싼 황태찜까지 해주시더라. 난 올들어 맛도 못 봤구만."
그 날 희진의 할머니는 윤호를 보자마자 함박 웃음을 지으며 굳이 말리는 손녀 희진을 깨끗하게 무시하시곤 팔을 잡아끌고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셨다. 윤호 역시 넉살좋게 살랑살랑 할머니 비위를 맞춰가며 집 안으로 들어가선 저녁에 과일 대접까지 톡톡히 받고나서야 돌아갔다.
"할머니 반응이야 당연한거잖아. 너랑 사귀는 사람이고, 나중에 손녀사위 될지도 모른다 생각하시니깐 이뻐보여서 그런거지."
"솔까 우리 할머니가 나랑 사귄다고 아무한테나 그러겠냐? 이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귀하디 귀한 손녀딸을 바꾸라고 하셨어. 너랑!!"
"그거야, 할머니 눈에도 내 미모가 워낙에 출중하니깐."
"슬슬 제삿날이 다가오는 거 같지?"
"에이~ 무슨 그런 살벌한 농담을.........야, 할머니가 말씀만 그렇게 하시지, 널 얼마나 챙기시냐? 맨날 원장님 몰래 용돈 쥐어주고, 맛있는거 있으면 챙겨놓고, 그리고 원장님한테서 너 구해주는 사람도 할머니잖아."
"그거야..... 그럼 손녀딸인데 그것도 안할라구?"
"그래서 결국 둘이 얘기는 못했다는 거네."
"무슨 할 말이 있다구. 에이~씨!!! 오늘 집에 가면 당장 헤어졌다고 해야겠어."
"헐! 그러고도 무사 할 수 있을까?"
진심을 담아 고개를 가로젖는 시연을 보며 쓸데없는 객기는 참사를 부르는 법이라는 사실이 뼈저리게 다가 온다.
"부고장 뜨겠지?"
"아마도!"
"에이~씨! 진짜.... 하여튼 우리 할머니 남자고 여자고 간에 이쁜거 너무 밝힌단 말야."
시연은 짜증 가득한 희진을 보며 짐짓 심각하게 다가 앉았다. 지금까지 가까이서 지켜본 봐 두 사람은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 그 쯤 어디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못 본 것일까?
"너 정말 윤호씨, 맘에 없는 거야?"
"맘에 있고 말고 할게 뭐가 있어? 그냥 무늬만 남친인데."
"그래도 그 전까진 괜찮았잖아."
"그거야 생긴게 반반하니깐....... 그래!! 내가 친탁 했다! 그래서 우리 할머니처럼 눈 호강 시키는 꽃돌이들이 좋은 거 뿐이야."
"그래, 윤호씨 니가 좋아하는 꽃돌이잖아. 그 꽃돌이가 너 좋아한다 그러구."
"그건 그냥 안구 정화용이야. 난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야. 아무리 정당화를 시킨다고 해도 지금 저 오빠들 하는 일 결코 평범한 일 아니야. 막말로 범법자들이야.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언젠가는 경찰한테 잡힐거고, 그럼 호적에 빨간줄 긋는거 시간문제라구."
"그것 때문이야?"
"난 꽃다운 나이에 죽고 싶지 않아. 만약에 우리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아시는 날엔 아마 그날로 날 목매달아 죽여버리던가 아님 내가 자는 사이에 쥐도 새도 모르게 안락사 시키실거다."
"물론 원장님이시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겠지만.......너는 원장님이랑 상관없이 윤호씨가 별로야?"
"당연히!!!"
"하지만 그 여자 나타나기 전까지, 아니 윤호씨가 그 여자 역성들기 전까지 너 윤호씨한테 꽤 호의적이었던거 같은데, 내가 잘못 본거야?"
"그거야.......내가 선천적으로 남자 얼굴을 좀 가린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얼굴 값하는 것들은 인정 안 해. 아니 못해!! 과거에 연애를 하든 연정을 불태우든 상관없어. 내가 안봤는데, 안보는 곳에서 뭔짓을 하든 상관 없지만, 나랑 엮이려면 모두 청산해야지. 과거는 과거일뿐이지만 그게 지금까지 ing인 사람은 No, Thank you 거든. 흥!!!! 용감하게도 나를 상대로 양다리를 걸쳐보겠다 생각했겠지만, 너도 알다시피 내가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잖아. 어디서 씨도 안 먹히는 개 수작을, 어림 반푼어치도 없지!!!"
백번 공감이 가는 말이긴 하지만 시연이 보기에 윤호는 다소 억울한 감이 있는듯 하다. 하지만 평소의 희진의 성격을 고려해본다면 저런 과민반응 역시 관심의 일환임이 확실하다. 희진은 별로 믿음이 가지않는다는 듯 자신을 쳐다보는 시연의 시선에 오히려 눈을 흘긴다.
"넌 어쩔건데?"
"뭘?"
"몰라서 물어? 큰 아저씨 말야!"
"........."
"니가 지금 겉절이 꽃돌이 따위를 걱정 할 때가 아니잖아? 실상 알짜배기는 따로 있는데."
"알짜배기는 무슨........"
"말이야 바른 말이지 윤호씨야 거 뭐냐, 옆에서 좀 거든 거, 그거 밖에 없는거잖아. 실제로 행동에 옮긴 사람은........"
"알아. 큰 아저씨지."
"그래, 실제로 액션은 큰 아저씨가 다 한거야. 처벌을 받아도 윤호씨랑은 비교도 안될거잖아."
"그래서 내가 뭘 어쩐다고 그래."
"아무것도 안했지. 그냥 임자 있는 감이 툭 떨어져서는 저절로 굴러왔지. 근데, 문제는 니가 그 감을 찔러봤다는 거야. 얼마나 익었는지 궁금해 하면서."
"너는 비교를 해도 꼭.........."
"내가 주제 넘게 충고 한마디 할까? 임자 있는 감일랑 일찌감치 담 넘어로 던져버리고 탱탱하고 잘 익은 새 감을 찾아. 오랜 친구의 진심어린 충고야."
".........."
"응?!"
"그럴거야."
"대답이 시원찮아."
"알았다구!"
"그럼 큰 아저씨, 다시 여기 찾아오면 아주 사생결단을 내버려."
".........."
"왜 대답이 없어?"
"집이 너무 깨끗하다. 한달 넘게 비워뒀는데....."
대답을 피하는 시연을 보며 희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리고 시연의 시선을 따라 집을 둘러보았다. 시연이 말대로 오랜만에 돌아온 집은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그날 식탁에서 윤성과 함께 밥을 먹었던 흔적도 깨끗이 사라졌고, 수상한 그림자가 침입한 거실 역시 발자국 하나없이 깨끗하기만 하다. 그러고보니 지난번 집을 다녀가셨던 아줌마에게서도 별다른 말을 듣지못했었다. 아마도 윤성이 사람을 보낸듯 하다.
"아무튼 오랜만에 다시 돌아온 집이 깨끗해서 다행이다. 난 솔직히 어수선해서 무서울까 걱정했는데, 유리창까지 다 닦아놓은걸 보면 청소하는 사람을 부른거 같네."
"응, 그런거 같아."
구석방으로 들어가는 시연을 보며 희진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최대한 편안하 자세로 널브러져 있던 희진의 눈에 목 장갑을 찾아 끼고 나오는 시연이 보였다.
"뭐 하려구?"
"화단 좀 보려구."
"잡초 올라 올 시기도 아닌데 뭐 벌써부터 부지런을 떠냐?"
"내 방쪽 화단에 꽃나무 가지가 부러졌을거야. 제대로 잘라줘야지. 꽃 모종도 죄다 밟혔을 거고...... 아무튼 좀 보고 와야겠어."
기어이 화단으로 나가는 시연을 보던 희진은 아침이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부엌으로 향했다. 윤성과 괜히 부딪히기 싫다는 시연의 말에 새벽부터 밥도 안먹고 몸을 움직였더니 배가 고프다. 희진은 냉장고에서 남은 반찬을 꺼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대답은 찰떡같이 한다만, 그런다고 큰 아저씨가 여길 모르는 것도 아니고, 보려고만 하면 금방 찾아낼건데, 어쩔려는 건지..... 아니 평생 안볼거도 아니면서 뭣하려 새벽부터 부시럭거려서 사람 피곤하게 하는거야? 아우~ 근데 엄마는 뭔 김치를 이렇게 많이 줬대? 묵은 지도 많은데 부대찌게나 끓여 먹을까?"
부시적거리며 냉장고를 뒤지는 희진의 뒤로 소리없이 다가서는 검은 그림자가 있었다.
조 규현이 식당으로 들어섰다. 신문을 펼쳐 놓은채 식사를 하고 있는 김 의원 곁으로 그의 아내가 앉아 있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잘 손질된 머리와 가벼운 메이컵의 그녀는 50대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이다.
"조 실장, 어제 늦게 들어오는거 같던데, 술 마셨나?"
"네, 후배가 찾아와 한잔 했습니다."
"후배? 조 실장한테 찾아올 후배가 있었나?"
"어휴~ 당신도..... 조 실장도 사람인데 왜 찾아오는 사람이 없겠어요?"
"그게 아니라 여지껏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으니 하는 말이지."
"옛날 고향에서 함께 살던 후배놈이 찾아와 한잔 했습니다."
"고향 후배라..... 오랜만에 찾아온 후배들은 조심해야 하는 거야."
"네."
"자네같은 사람에게는 냄새가 풀풀 풍기는 법이지. 또 그걸 귀신같이 잘 맡는 놈들이 있고."
"조 실장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요?"
"가족도 없이 평생 일밖에 모르는 사람, 돈 쓸데가 없잖아."
"아! 그렇구나. 근데 조 실장이 가족이 왜 없어요? 20년을 넘게 우리랑 한 집에서 같이 살았구만. 그럼 당연히 우리 가족이지. 안그래요?"
곱게 눈을 흘기는 그녀를 보며 김 의원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조 규현은 곱게 눈을 흘기는 그녀를 보며 세월이 흘러 다인이 나이가 들면 지금의 저 모습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 의원이 신문을 접으며 자리를 권하자 조 규현은 김 의원을 향해 보일듯 말듯 고개를 숙여보이고는 자연스럽게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맞은 편에 앉아 있던 김 의원의 아내가 그런 규현을 보며 싱긋 웃어보였다. 식사를 하는 간간히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대담하게도 그녀는 식탁 밑으로 그의 다리를 슬쩍 건드리고 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규현은 잠깐 미간을 찌푸린다. 요즘들어 갈수록 대담해지는 그녀의 행동에 주의를 줄 필요가 있는 듯 하다.
"다인인 아직 자고 있는거야? 아침 식사 함께 하면 좋을텐데."
"글쎄요? 후훗훗!!"
"뭐야? 지금 그 웃음은?"
"다인이 지금쯤 아마 날아다니고 있을걸요?"
"아직 자고 있다는 건가?"
"아뇨! 벌써 일어나 나갔는걸요. 이 검사랑 함께!"
이 검사라는 말에 묵묵히 식사를 하던 조 규현이 흠짓 놀란다.
'이 검사라면.....이 윤성!!! 생전가야 먼저 전화 한번 한적이 없는 무뚝뚝한 놈이 새벽같이 다인이를 찾아왔단 말인가? 왜? 무슨 일로?'
조 규현의 표정이 굳어져 김 의원의 아내를 쳐다보았다. 그와 눈길이 마주친 김 의원의 아내는 매력적인 눈 웃음을 그에게 흘리고는 이내 남편을 쳐다보았다.
"이 검사가 찾아왔었단 말야?"
"다인이랑 같이 아침 먹고 싶다면서 새벽같이 찾아왔더라구요. 다인이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지금쯤 아마 구름 위를 걷고 있을거예요."
"허~참! 딸자식 키워놔 봤자 소용없다더니, 속 썩인다고 징징거릴때는 언제고 그렇게 낼름 쫒아가 버렸단 말이지."
"전에 없던 일이라 저도 좀 놀라기는 했는데, 한참 좋을 때잖아요."
"며칠 전에 내가 이 사장한테 싫은 소리 좀 했지. 다인이가 그 놈 아니면 안된다 난리만 안 쳤어도 벌써 혼을 내줬을텐데."
"다인이가 좋다는데 무슨 상관이예요. 사내가 너무 밋밋한거 매력없어요. 요즘 검사도 그렇고 의사들도 그렇고 좀 한다는 사람들 보면 죄다 책벌레에 재미없는 사람들 뿐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보면 이 검사 꽤 매력적이예요. 놀줄 알고 즐길줄 알고 그러면서도 능력있고, 요즘 그런 남자 쉽지 않잖아요."
"사위를 삼고 싶은거요 아님 그 놈이랑 연애를 하고 싶은거요?"
"아이~ 당신은....내 말은, 젊어서 한때라고 해볼거 다 해본 사람들이 결혼해서 딴짓 안하는 거라는 거죠. 간간히 들리는 여자 소문에도 내가 가만히 있었던 건 젊어서 실컷 즐기란 거였어요. 봐요. 이제껏 이 여자, 저 여자 많이 만났지만 우리 다인이 만큼 이쁘고 매력적인 여자 없다는 걸 이젠 깨달은 거 같잖아요. 생전에 전화 한통 먼저하는 법이 없던 이 검사가 새벽부터 다인이 찾아온 것만 봐도 알죠."
"하긴 지 놈이 어디가서 우리 다인이만한 얘를......그 놈이 복이 겨운거지. 그래서 어딜 데려간거요?"
"글쎄요. 얘들도 아니고 이제 성인인데 뭐가 그렇게 걱정이세요?"
"다인인 아직 얘야!"
연신 투덜대는 김 의원을 보며 조 규현은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녀의 말처럼 이제껏 이 윤성이 먼저 다인을 찾아온 적은 그리 많지가 않다. 공식적인 자리에 초대됐을때 에스코트를 위해 몇 번 찾아온 걸 제외한다면 데이트니 뭐니 하는 명목을 앞세워 찾아온 적은 단 한번도 없는 것이다.
그런 놈이 하필 이런때에 새벽같이 다인을 찾아와 함께 나가기까지 했다니, 아무래도 뭔가 상쾌하지가 않다. 그때였다. 조 규현은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넣어놓았던 핸드폰의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진동을 느꼈다.
'놈을 잡을 미끼를 손에 넣었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면......'
엄 기홍에게서 온 메시지다. 미끼라니, 무슨 미끼를 손에 넣었다는 건지, 가만히 있어도 제발로 찾아올 놈인데, 그런 놈을 피할 생각은 않고 먼저 끌어들이겠다니, 스스로 제 명을 제촉하고 있다니 정말 멍청한 놈이다.
"의원님, 오늘 특별한 일정이 없는 걸로 아는데 제가 자리를 비워도 되겠습니까?"
"무슨 일 있어?"
"큰일은 아니고, 잠깐 개인적인 볼일이 생겨서요.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으니깐 가봐."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조 규현의 등뒤로 여자의 시선이 머물러있었다. 조 규현은 그녀의 시선을 느끼며 잠시 주춤 망설였지만 이내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엄 기홍의 메시지를 보며 어쩌면 그녀를 볼수있는 날이 오늘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다."
<좋은 미끼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 어차피 놈이 제 발로 찾아올거라고."
<작정하고 제 발로 찾아오는 거랑 이성을 잃고 달려오는 거랑은 다르죠. 어느 쪽이 유리하겠습니까?>
"이성을 잃어?"
<그 놈이 이성을 잃고 찾아올 만한 미낍니다. 간도 한 번 봤었고.....>
"기다려라."
전화를 끊은 조 규현의 머리 속으로 커피 전문점의 알바 여대생의 얼굴이 지나갔다. 여지껏 이런 저런 소문에도 담담히 흘려 넘기던 다인이 파르르 해선 달려갔었던 그 여대생. 조 규현은 한숨과 함께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당장 다인을 데리고 나간 이 윤성의 행방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엄 기홍쪽이 먼저인듯 하다. 김 의원을 봐서라도 이 윤성이 섣불리 다인을 다치게 하지는 않을테지만, 엄 기홍이 말한 이 윤성이 이성을 잃을만한 미끼가 다인을 위험에 빠드릴수도 있다. 이 사장의 말처럼 엄 기홍을 처리해 모든 일을 바로 잡아야한다.
첫댓글 웬지 희진이를 잡아간 느낌이 드네요~~~ 윤성이든, 윤호든... 이성이 잃겠네요~
2초동안님! 눈치가 백만불이라는ㅋㅋㅋ 아무튼 끝까지 즐감해주세요.^^
드뎌!!엄기홍 저 미친넘이 뭔일을 냇군요!!! 희진이를 잡아간거 맞죠?? 바부탱이!!!엄기홍!!!
윤성이 나름 일을 꾸미고 잇어네요~조규현이 엄기홍을 처리할거 같은데요~~작가님 담편 넘궁금하여요~~^*^
미루님! 싱숭생숭 봄바람이 자꾸 밖으로 불러내 방해하네요.ㅠㅠ 빨리 다음편 올리도록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