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김주형, 우즈보다 빨리 PGA 2승… “슈퍼스타로 직행”
美PGA 슈라이너스 오픈 우승
20세 3개월 김주형 두달만에 PGA 2승
“톰 김(Tom Kim)이 슈퍼스타덤으로 직행하는 급행열차가 됐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10일 끝난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정상에 오른 김주형(20)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톰’은 영국 장난감 기차 ‘토머스’에서 따온 김주형의 영어 이름이다.
이날 김주형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PC서멀린(파71)에서 열린 PGA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로 5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24언더파 260타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공동 2위 패트릭 캔틀레이(30), 매슈 네스미스(29·이상 미국)를 3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144만 달러(약 20억5000만 원)를 챙겼다. 이날 발표된 남자 골프 세계랭킹에서 김주형은 지난주 21위보다 6계단 오른 15위가 됐다. 19위인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30)를 제치고 아시아 선수 중 톱 랭커로 올라섰다.
김주형은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투어 첫 승을 올린 데 이어 두 달 만에 2승째를 거두면서 ‘빅스타’ 탄생을 알렸다. 김주형은 20세 3개월 19일 만에 투어 2승을 기록했다. 자신의 우상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보다 빨랐다. 우즈는 1996년 10월 월트디즈니 월드 올드모빌 클래식에서 두 번째 우승을 했다. 당시 20세 9개월 20일이었다. 김주형이 우즈의 기록을 26년 만에 갈아 치운 것이다. 김주형의 기록은 PGA투어 최연소 2승 부문 역대 2위에 해당한다. PGA투어가 미국프로골프협회에서 분리(1968년)되기 전인 1932년 랠프 굴달이 당시 20세 2개월 10일에 2승째를 챙겼다. 김주형은 윈덤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했을 때도 당시 20세 1개월 17일로 우즈(20세 9개월 6일)보다 빨랐다. PGA투어 한국 선수 최연소 우승 기록이기도 했다.
PGA투어는 김주형의 이번 대회 활약을 두고 “거울에 비친 우즈를 보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20세의 어린 나이에도 안정감과 자신감 넘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김주형은 4라운드 72홀 동안 한 번의 보기도 없는 무결점 플레이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리 트레비노(1974년), J T 포스턴(2019년)에 이어 PGA투어 역대 세 번째 ‘보기 프리(Boggy-free)’로 우즈도 작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김주형이 10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PC서멀린(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최종 4라운드 18번홀(파4)에서 파 퍼팅을 성공시키고 우승을 확정한 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라스베이거스=AP 뉴시스
김주형은 우승자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우즈와 비교하는 질문이 이어지자 “우상인 우즈와 내가 비교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꿈이 현실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아직 약점도 많고 가다듬어야 할 게 많다. 우즈, 로리 (매킬로이) 등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열심히 연습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어린 나이에 우즈와 비교될 정도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김주형은 경기를 즐기면서도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과 강한 멘털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스무 살 나이로 투어를 소화해야 하는데 힘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김주형은 “나는 디즈니랜드에 있는 다섯 살과 같다”고 했다. 그만큼 투어를 즐기면서 부담 없이 대회를 충분히 소화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김주형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감기 기운으로 하루에 9홀밖에 연습하지 못했는데도 “대회 내내 전체적으로 평화로웠다. 안정감과 자신감도 있었다. 지금껏 잘해 왔던 만큼 멘털을 잘 지키며 경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2002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주형은 2년 뒤 티칭 프로인 아버지를 따라 한국을 떠나 중국, 호주, 필리핀, 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지냈다. 현지 인터뷰에 막힘이 없을 정도로 영어가 유창한 것도 PGA투어에 빠르게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김주형은 13일부터 일본 지바현에서 열리는 조조챔피언십에 출전해 투어 3승에 도전한다.
강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