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정월 나흘에 청계산 간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같은 산에 가는데 무슨 코스 요리 해먹 듯이
올라가는 방향도 가지가지냐?
오늘 한 줄의 글을 써서 모두를 현혹하여 한 곳에 집결, 한 방향으로 가보고자 사기 한 번 쳐볼란다.
속지않고 우직하게,아니 미련하게 가는 친구들도 있겠지. 할 수 없다. 원하는 대로 해라. 하지만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황량한 겨울 산을 걸어보자.
아니 겨울 숲을 걸어보자. 달림이들에게 청계산을 산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
지금의 청계숲, 그곳에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있다.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也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
날씨가 차가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듦을 알겠노라. 산행을 하면서 이런 깊은 황량함과
고독감을 느끼려면 새울음조차 끊겨져야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있겠지. 그곳을 지금부터 글로 안내해 볼란다.
하지만 글보다는 그 코스에 진짜 묘미가 깃들어 있다. 채근담에 유명한 귀절이 있다.
"사람들은 글자있는 게시판만 읽을 줄 알지 글자없는 산은 읽을 줄 모른다"
새해 첫 일요일,
서울,경기도 인근 모든 산행객들의 1/3 은 만만한 청계산으로 온다.
사람이 많다 보니 모처럼 조용히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해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속의 소음과 먼지만 뒤집어 쓸 뿐이다.
58 멍들은 이런 것들을 피해 양재동 화물터미널을 들머리로 하고 출발하자.
40여분 오르기 시작하면 松栢이 시든 세한도를 머리에 그릴 수 있다. 그리고 첫 기착지인 옥녀봉에 도착하게 된다.
이 곳에서 물 한 모금 마시면서 멀리 보이는 관악의 정기를 한몸에 받기를 바란다. 때마침 햇살이라도 비추면
관악의 바위들이 붉게 물드는 진경도 볼 수 있으리라.
이제 옥녀봉 앞에 철조망이 놓여 있다.
우린 슬쩍 옆길로 샌다.몇몇 청계산 산꾼들만이 안다는 혼돈의 코스,
일명 카오스 코스로 들어선다. 이제 부터 진짜 청계산의 속살이 드러날 것이다.
끝없는 내리막 절벽으로 떨어지다 보면 카오스 제1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장소가 협소한 곳이니 서로 서로
양보해서 발아래 펼쳐지는 자작나무 숲과 서울 대공원을 시원하게 감상할 것이다. 관악의 봉우리들이 그랬던 것처럼
눈부신 햇살이라도 흐른다면 우린 자작나무의 하얀 살를 볼 수도 있겠지.
동아마라톤 뛰는 것도 아닌데 기록 의식할 일 있나? 천천히 청계의 맛을 느끼면서 다시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카오스 제2경인 옥매폭포가 나온다. 옥녀봉과 매봉이 만나는 지점이라서 이름을 그리 내가 만들어줬다.
임경업장군이 말했지.
왕후장사씨 따로 있냐고? 능력있는 놈이 왕도 되고 왕비도 된다고. 청계산 이름없는 골짜기에 있는 폭포수
내가 먼저 봐서 이름 불러주었으니 그것이 김춘수 말대로 꽃이고 옥매폭포라고 불리워 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는가?
한 여름에 장대비라도 쏟아지는 날이면 폭포의 높이가 무려 7M인 옥매폭포 꼭대기에서 쏟아 내리는 물줄기는
설악의 그 어느 폭포에 견주어도 한점 부끄러울 것이 없다.
여기 봄 날에 찍은 사진으로 긴 설명을 대신하도록 한다.
(한여름의 옥매폭포)
이제 혼돈 코스의 참맛을 즐기는 침묵의 산책이 시작된다.
오가는 이 없는 인적 끊어진 시냇물 졸졸 흐르는 숲속 오솔길 산책이 시작된다. 그곳에는 바람소리도 멈추었다.
나뭇잎을 다 떨궈낸 나무들은 불어온 바람도 그냥 흘려 보낼 뿐이다. 새들도 세한의 그림자 때문에
자취를 감춘지 오래일 것이고. 이따금 보이는 것은 오직 사철 푸른 몇몇 산죽 뿐.
걷다가 힘이 들거나 외로움과 황량함을 이기지 못하겠거든 한그루 나무에게 기대보길 바란다.
하지만 그들도 모두가 묵언수행중이라 위로는 되지 못할 것이다. 새봄에 다시 토해내야할 연둣빛 잎사귀들과 꽃
그리고 열매를 맺기 위해,
긴 겨울 내내 추위와 바람과 맞서 침묵의 수행을 하기도 힘겹기에 다정한 위로의 말 한마디 얻기 어려울 것이다.
정히 묵언수행이 어려우면 긴 입김이라도 만들어 보면 짧으나마 침묵의 시간이 깨질 수도 .....
(늦가을의 옥매폭포)
이제 오솔길 끝나는 순간이 온다.
숲속의 부드럽고 긴 침묵을 뒤로 하고 거친 호흡을 토해 내야할 시간이다.
세상이 다 그렇지 않은가.
아름다운 삶은 죽음에서 나오는 것이고, 찬란한 봄의 새 생명은 긴겨울의 묵언수행 끝에 나오듯이.
우리의 거칠어진 호흡 뒤에는 정상을 오른 기쁨이 주어질 것이다.
자 ! 이제 일년 동안 닦아온 달림이들의 실력을 발휘해보자.
기울기 45도의 저 높은 가파른 청계산 매봉을 향해 오직 돌격 앞으로
드디어 우리 모두는 카오스 제3경이자 청계산에서 가장 조망이 좋다는 까마귀바위(오암) 옆에 올라서게 된다.
그곳에서는 한 호흡 길게 들이키면 발아래 펼쳐진 모든 풍광들이 한순간에 빨려 들게 될 것이다. 너무나 아름답고
찬란해서 혹시 부작용으로 아래로 뛰어 내리지 마시게나 들. 거기까진 책임질 수 없다네.
이 곳에서 정상주 막걸리 한잔하면서
운이 좋으면 옆에 있는 까마귀바위에 사는 부부 까마귀의 애정 행각 덤으로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네. 기대들하시라.ㅋ
이제 모두 청계산 매봉에 올랐다.
우린 다시 사람들을 피해 발길을 마왕굴로 가본다.
망국의 아픔을 달래고자 청계산에 올랐다가 석간수 한모금 마시고 그곳에서 자릴 잡은 고려 충신 조견의 이야기가
잠시나마 우릴 숙연케 할 것이다. 지금도 한 여름에는 석간수가 흘러 나올 뿐더러 , 더운 날 그곳에
자리하면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시원한 곳이기도 하다.
이제 마왕굴을 뒤로하고 시산제가 펼쳐질 이수봉 정상으로 출발한다.
한 20여분 걷다보면, 헬기장 거쳐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등산객 원없이 보게된다.
두시간여 침묵수행이니 세한도니 저절로 잊게될 것이다. 이제부터 우린 모두 하나만 생각하면 된다.
시산제.
새로운 쥔장 초이스가 거행할 새부대에 새술을 담는 엄숙한 식이 남아있다.
조금은 소란하고 산만하더라도
산행의 대미인 시산제에 주목하자. 강신 ..축문 ..초헌, .종헌. ,.. 흠향,,,,,,,, 단체사진
그때쯤 조금은 배들이 출출할 것이다. 가자 오리마을로.
한잔 하면서 새해 덕담도 하고 새로운 기축년의 설계도 같이 생각하면서,
우린 52년 생애 가장 힘들고, 가장 어려운 한해일지도 모를 2009년.
풀코스의 마지막 37km 지점으로 생각하고 완주를 위해 이 대목에서 건배 한잔.
이래도 청계산행 이 코스로 안하려나.
십여분씩만 시간 더 할애하면 청계산 최고인 혼돈의 코스를 경험할텐데.
다시 정리한다 이 코스를.
화물터미널 -옥녀봉 - 카오스 1경 -카오스 2경 -카오스 3경 - 매봉 -이수봉
올해 이 글이 내글로는 마지막 글일 것이다.
매월당 김시습의 시 한수 올리면서 마무리한다.
남아가 관뚜껑 덮지 않았다면
일이 벌써 끝났다고 말하지 마라
마음을 세우는데 조급해 말고
끝을 삼가기를 늘 처음처럼 하라
(초여름의 혼돈코스)
첫댓글 나도 작년에 비좁은 협곡을났다 무셔벼 죽는줄 알았다 올홰도 하늘달에서 동참한다
카우스!!~~멋쪄..
쓰는 것도 어렵지만 수정은 더 어렵네.
역시 카오스의 글은 깊이가 있다. 주당 답고.........
합류해서 카오스따라 가는게 좋을까? 축지 따라 가는게 좋을까? 좌우지간 즐건 상행이 될 것 같구만.
감동....또 감동....카오스1경~3경 구경 하러 가야겠다........................
신년산행에 모두 즐겁고, 행복하고, 건강한 2009년을 맞이하기를.
인덕원도 모두 카오스 뒤나 쫒아볼까? 저 위의 안개속으로...
청계산 타잔 !
너의 감흥을 함께 하지 못함이 원스러울 뿐이네~ 신년 말고 다른날 신선 만날날 없을까? 마지막 올려놓은 시한수 옮겨가네~
카오스의 박식함에 박수를 보낸다
카오스도 멋쟁이~~~
야 58게띠멍들 위주로 책한권내봐 이건대박이여 글도 어쩜그리잘쓰니 방법좀 알켜줘
근디 몇시에 가는기여 참석하마
8시 까지 양재동 화물터미널로 오면 된다. 공지상항에 잘 나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