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離巢
박정인
행장이라면 거무죽죽한 총 한 자루 뿐
나의 주식主食은 필사의 속도를 지녔다
느닷없는 허기는 잡식으로 떼우지
입맛이 새콤달콤해지는 날 과육을 찾을 때처럼
먹이를 찾다 보면 집터가 다져지고
집터를 파다 보면 성찬을 얻는다
나무 비늘 밑 날것들을 한 방에 제압하려면
총구에 집중해야 해
속사포처럼 부리를 잘 쏘아야 나를 믿는 애인이 생길 테니까
설골*은 우리 종족만의 고유한 유산
나의 두통에 대한 당신들의 염려는 불필요한 편견
숲속의 일상은 순간처럼 날카로워서
느슨하게 살아야 진짜 위험할 때 덜 억울하다
내가 식재료를 향해 총부리를 겨눌 때도
맹금들은 바위에다 제 부리를 갈지
그러거나 말거나
몰래 스미는 건 성미에 맞지 않아
나는 굉음을 내며 둥치의 절벽에 집을 짓는다
검푸르게 지워지는 밤의 정적 속에서는
사랑도 겁에 질려
네가 그리운 날엔 함께 하고 싶은 시간을 나 혼자 탕진하곤 해
내 집 좁은 출구는 널 기다리는 다초점 망원랜즈
그 안에서는 혼자 노는 캄캄한 문이 따로 열리고
숨죽인 안락이 말을 터오지
네가 만일 내게로 와 준다면
반클리프 목걸이 대신 부드러운 내 가슴털을 뽑아, 깔아줄게
부리에 실금이 갈 때까지 널 위해 필사의 속도로 쏠게
* 설골: 혀뼈, 두개골을 감싸고 있어 뇌의 충격을 막아준다
- 웹진 『시인광장』 2024년 7월호 발표
* 박정인시인: 2018년 제17회 김포문학상 대상 수상으로 작품 활동 시작.
2020년 《시와산문》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마침내 사랑이라는 말』외 공저 다수』가 있음. 《김포미래신문》「시향」게재( 2021~2023).
현재 김포문예대학 강사. 2022년 김포문화재단 지원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