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옛 직장 동료부부가 한국을 떠난지 20여년 만에 고국을 찾아 연락오기를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냈던 부산의 기장리 대변항을 같이 가보자고 한다.
그래서 동행해서 대변항에 있는 모텔에서 1박하면서, 은빛 만선을 꿈꾸는 어부들의
“멸치잡이”를 가까이서 보았고, 주위의 어부들에게서 줏어 들은 이야기와 팜프렛 등
자료를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을 곁 드리면서 여기에 그 느낌을 적어 본다.
부산 기장군 기장리 대변항은 우리나라 멸치의 70%를 걷어 올리는 멸치 최대 항구다.
이제 “기장멸치”는 멸치의 고유명사가 되었고 대변항에 멸치가 많이 잡히는 이유는
멸치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수심 200m의 대륙붕에 떼 지어 서식하는
멸치는 청정해역인 이곳 기장에서 산란을 한다. 또한 멸치는 봄에 연안 가까이
들어왔다가 가을에 남쪽바다 멀리 이동해 겨울을 나고 봄에 다시 연안으로 돌아오는
습성이 있다.
새벽 5시, 동틀 무렵 대변항은 가장 분주하다. 대변항 선적 20~30톤급 멸치잡이 배
10여 척이 조업에 나선다. 길이 2km의 유자망을 던질 곳은 대변항에서 16km정도
떨어진 해상이라 한다. 이즈음 멸치 떼는 부산~울산 앞바다에 출현한다. 이른 아침
출항하면 보통 점심 무렵 만선이 돼 돌아온다.
만선으로 귀항한 멸치잡이 배의 어부들은 그때부터 그물을 터는 작업을 시작한다.
일정한 운율에 맞춰 억센 손아귀로 그물을 잡아 터는 어부들의 재빠른 손놀림에
멸치와 멸치비늘이 허공으로 튀고 어부들의 땀방울도 함께 튄다. 항구엔 어느덧
비린내 대신 땀 내음으로 가득 찬다.
턴다, 털어낸다. 유자망에 가득 물려 올라온 남녘의 봄을 턴다. 어부들이 그물을
털어낼 때마다 봄 멸치들은 하늘로 튀어 오르며 은빛 춤을 춘다. 대략 10명씩
마주보며 “앵여라 엥헤야 앵여라 해야, 앵여라 엥헤야 앵여라 해야…”소리 건너편에서는
어~ 야어~야 어요디요 어요디오 …, 어~야어~ 야 어요디요 어요디요…”로 맞장구 치는
어부들의 멸치털이 노동요는 파닥파닥 튀는 생멸치 보다 더 생기가 돈다.
대변항 이쪽저쪽에서는 어부들의 멸치털이가 계속 이어진다. 만선의 봄 멸치털기
장단이 끊어질 줄 모른다. 은빛 봄 멸치가 털린다. 노래장단을 맞추는 어부들의 구리 빛
얼굴이 햇빛에 빛난다. 그들은 시름도 세월의 무게도 함께 턴다. 지금 부산 대변항의
봄이 파닥거린다.
오는 4월하순에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는 “기장 멸치축제”가 열린다.
기장멸치를 이용해 멸치 낚기, 까기, 널기와 젓갈 비비기 시합 등이 펼쳐지는
“멸치 기네스 코너”, 멸치 등 기장의 특산물로 만든 요리를 직접 먹어보고 심사하는
“대변항 맛자랑 대회”등 다양한 프로그램 속에 봄 기운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수고하섰습니다 잘보았습니다
좋은 작품 感謝합니다. 늘 建康하고 幸福하세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_^*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