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품앗이 - 황제펭귄 허들링(huddling)
여럿이 밥을 먹고 똑같이 나누어 돈을 거두면서 '품앗이 하자' 한다. 경조사에 부조를 할때 받은대로 되갚자 하면서 '품앗이 한다'고 말한다. '거출하자' '거래한다'해도 좋을 것을 굳이 '품앗이'로 말하는 것을 보면, 돈주고 물건사는 일에 익숙해진 각박한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표현이다. 삭막한 경제논리보다는 한차원 높은 호혜정신이 세상을 밝게한다는 것을 알고있다. 우리의 일상은 '정이 있는 품앗이 정신'이 생활의 밑바닥을 흐르고 있는 것을 보아온다. 지금도 '김장품앗이' '육아품앗이' '학습품앗이'등의 이름으로 '전통품앗이'가 남아있다. 이웃이 함께 힘든 일을 서로 협력하면서 돈이 아닌 '정 나눔'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을 함께 함에 있어 돈보다는 '정과 사회적 온기'가 먼저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품앗이는 마을공동체에서 힘든 일을 거들어 주면서 서로서로 품을 지고 갚고 하는 일" 이러한 국어사전의 뜻풀이에 '정과 사회적 온기'를 보태면 그 뜻이 가슴에 와 닿는다. 여러 백과사전에서 '품앗이'를 찾아 나름대로 엮어본다. "품앗이는 일을 하는 '품'과 교환한다는 '앗이'가 결합된 순수 우리말이다. 1가족이 사회경제적 단위로 전환된 농본 사회 초기에 발생된 것으로 보여진다. 가족의 노동력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일을 이웃이 함께 노동력을 빌려쓰고 물어주는 형태다. 가래질하기, 모내기, 김매기, 추수, 풀베기, 이엉엮기, 퇴비만들기, 길쌈하기 등에 쓰여졌다." 농업이 기본이었던 사회에서 '정과 사회적 온기'인 품앗이정신이 사회적 관계망의 기둥이었다.
남극의 황제펭귄이 혹한을 이겨내는 허들링(huddling)에서 흥미롭게 '품앗이'를 읽어본다. 무리 전체가 어깨동무로 서로 체온을 보태고 순서를 정해 자리를 바꿔가며 찬바람을 막는다. 홀로 떨어져 체온을 유지하려면 먹거리 등등 훨씬 많은 에너지 공급을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허들링을 하면 각자의 에너지 소모가 덜들어 경제적이라는 것을 펭귄들은 어떻게 알고 있을까. 개별 경쟁관계가 아닌 '정과 공동체의 온기'로 뭉쳐 각자 체온을 유지해 가며 무리가 생존한다.
사람은 내온 항온동물이어서 각자의 체온(36.5도)유지를 위해 먹고 입고 자는 것을 해결해야 한다. '정과 사회적 온기'인 '품앗이'가 옛것이라 내몰리면서, 돈은 흔한데 삭막한 세상이 되어 힘들어 한다. 복잡사회에서 홀로 이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이어서 엄청나게 많은 사회적 관계망이 어우림하고 있다. 경제성장 기술발전을 위해 '돈과 경쟁' 관계만을 강조하면서 계산되지 않는 '품앗이'는 무시해 버린다. 돈과 노동만으로 계산하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잣대로는 분배 갈등과 사회적 모순을 다 해결할수 없다.
기업가가 상품을 만들면서 경제적 이윤이 첫째이니 '많이 잘팔려야 할텐데'하는 바램을 갖게 마련이다. 상품을 다듬고 포장하고 정성을 들이는 그 밑바닥에는 고객의 마음(정)을 헤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계산되지 않는 정성은 나름 이웃과 함께 힘을 보태는 '정과 사회적 온기'를 전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이러한 품앗이는 눈에 보이는 노동이나 돈이 아니라, 눈으로는 볼수 없는 '정신과 마음'의 아우름이다. 기술정보의 고속화시대에도 그 밑바닥에는 '정과 사회적 온기'가 강물처럼 도도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돈과 물질에 젖어버린 현대인들은 바닥에 흐르고 있는, 변하지 않는 '품앗이정신'을 모르는척 할뿐이다.
2022. 1. 아가동장 김만수
미래촌(美來村)-품마을 | <전통품앗이- 황제펭귄 허들링(huddling)> - Daum 카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