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비움의 실천이라고 할까?
2022년 10월 14일 금요일
음력 壬寅年 구월 열아흐렛날
"허허~ 세월 참 빨리 간다! 그쟈?"
아침에 일어나 아랫층에 내려 아침 음료를 준비한
아내에게 했던 말이다. 어영부영 지내다보니 그새
시월도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세월 흐르는 속력은
나이와 비례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시속 67km, 세월 흐름의 속력치고는 상당히
빠르게 달리는 셈이다. 그만큼 이 촌부도 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라고 해야겠지 싶다. 마음은 아직도
청춘인데 말이다. 그건 그렇고 오늘 아침은 기온이
조금 올라가 영상 6도에 머문다. 종일 흐린 하루가
될 것이라고 하니 바깥일을 하기에는 좋을 듯하다.
이따금씩 우리집에 놀러오거나 일을 도와주러 오는
마을 아우가 늘 하는 말이 있다. 21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 그 말이 맞구나 싶다. 나무에 관한 말이다.
"형네 단지에는 나무가 너무 많아! 사방이 산이라서
나무들이 지천인데 뭔 나무를 많이 심었는지 몰라?
건물 가까운 곳의 나무와 밭에 그늘이 지는 나무는
전부 베어야 될 것 같은데..." 그 말이 전혀 틀리지는
않은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더니, "바쁜 일 끝나고
나면 11월이 될 것 같으니 그때 올라와 자릅시다."
라고 했다.
이제 촌부의 텃밭농사도 거의 마무리가 되어간다.
어제는 작은밭 고춧대를 뽑아 퇴비장으로 보냈다.
김장용 가을 채소 제외하고는 남은 일은 거의 없다.
밭 설거지는 가을 채소를 수확한 이후에 하면 된다.
그래서 마을 아우가 했던 말이 생각나서 자잘하게
자란 나무를 베어내기로 했다. 나름의 생각으로는
'비움의 실천'이라고 할까? 아님 시행착오로 인한
뒤늦은 깨달음이라고 할까? 아무튼 나무를 자르는
일로 하루가 지나갔다. 주인 잘못 만난 나무들에겐
미안하지만 내가 편히 살아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크고작은 나무들을 베어내는 일을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대충 이렇다. 왜 베어내야 했는지 이유까지...
첫번째, 모닝가든 입구 제멋대로 자라 볼상 사나운
주목을 베고 며칠전 베어놓은 잡목과 함께 정리하여
땔감용으로 쓰려고 한쪽에 모아두었다. 조금 마른 후
장작 크기로 토막을 낼 생각이다.
두번째, 모터울 주변의 앵두나무를 자르고 얼마전
이서방이 전지한 조팝나무 크기를 고르게 잘랐다.
앵두나무는 도대체 앵두가 열릴 생각을 하지않고
회양목 사이에 자라나 오히려 경관을 해치는 것이
보기가 싫어 베어버렸고 조팝나무는 경험이 없는
이서방이 자르면서 크기가 들쭉날쭉하여 고르게
정리를 한 것이다.
세번째, 앞마당의 축대 위에 저절로 자라난 오가피
나무 세 그루와 멀대처럼 자란 사과나무 한 그루를
베어냈다. 오가피나무는 백숙을 할때 넣어서 끓여
먹으려고 햇볕에 말려두었다. 사과나무는 어느해
군청에서 모종을 주어 심은 것인데 영 볼품이 없을
뿐더러 영주에서 사과농원을 하는 막내네에서 늘
사과를 줘서 일년 내내 먹을 수가 있으니 굳이 기를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베어버린 것이다.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나니 앞이 확 트인 느낌이라서 좋고 또한
장독대에 그늘이 지지않아 잘했구나 싶다.
네번째, 큰밭가의 아주 오래된 앵두나무를 잘랐다.
언젠가는 모르겠으나 꽤나 수령이 많은 나무라서
그런지 몰라도 앵두가 잘 열리지 않으면서 가지가
크게 뻗어 밭에 그늘을 지게 하는 쓸모없는 나무라
가차없이 베어버렸다. 베어내고 나니 밭이 반듯한
느낌이라서 오히려 좋다.
다섯번째, 큰밭과 수영장 뒷쪽 자그마한 밭 사이의
울타리같은 조팝나무와 단풍나무 한 그루, 마가목
한 그루를 베어버렸다. 이 나무들 또한 밭에 그늘을
지게 하는 것이라서 과감하게 베어버렸다. 애초에
구절초를 심어 기른 자그마한 밭은 세월이 흐르며
온갖 야생초와 잡목들이 뒤섞여서 자라 지난해부터
조금씩 삽과 괭이로 힘들게 개간하여 채소를 심고
있다. 올해는 배추를 심었는데 아주 잘 자라고 있다.
나머지는 내년 봄에 마을 아우가 밭갈이하러 올때
갈아서 반듯한 밭으로 만들어 주겠다 하여 나무를
베어버린 것이다. 나무를 베어내고 나니 훤한 느낌,
확 트인 느낌이고 밭이 연결되어 더 좋은 것 같다.
요즘 친구들 덕분에 식구들에게 촌부 인기가 좋다.
어젠 고향 남해에서 '우리밀 영농조합'을 운영하며
우리밀로 국수와 밀가루, 밀쌀 등을 가공 생산, 판매
하는 것은 물론 직접 뽑은 국수로 남해의 맛집으로
소문난 '남해국수'를 운영하고 있는 친구가 근사한
선물을 보내왔다. 택배상자를 열어보니 우리밀국수,
우리밀쌀, 우리밀마늘국수가 들어있었다. 이 산골
사는 친구까지 챙겨주는 너무나 고마운 친구 부부,
고맙고 감사하고 면목이 없다. 감사 전화를 했더니
"서로 나눠 먹어야 될 것 아이요, 맛있게 잘 잡수면
된께 부담갖지 말고 사모님하고 맛나게 드시다!"
라고 했다. 이 친구는 자식농사도 잘 지은 친구이다.
아나운서 하지혜와 트롯가수 하동근의 엄마이다.
촌부가 품질과 맛을 보증하는 우리밀 제품이 필요
하시는 분은 아래 연락처를 참고하십시오.^^
♡연락처♡
우리밀 영농조합, 남해국수
경남 남해군 남해읍 망운로 195-4
(아산리 오동마을)
전화 055-864-5193, 010-4366-5757
첫댓글
또 다시 정리의 시간이시군요.
늘 한해 것을 정리하고 다음해를 준비하는 촌부님!
처음에는 나무가 소중했지만 농사에는 도리어 걸림돌이
되었으니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더 시원하게 뻥 뚫린 밭을 보러 평창에 갈날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