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절 범천으로 가는 길
1 부처님은 교살라국의 사라바티카 촌을 떠나 마나사카타라는 바라문촌에 이르러 마을 북쪽에 흐르는 발접하 시냇가 나무숲에 머물러 계셨다. 그때 찬키이, 타이룩카, 포카라사티, 사노소인, 토테야 등 이름 높은 많은 바라문들이 어떤 일로 이 마을에 모이게 되었다. 포카라사티의 제자 바셋타와 타이룩카의 제자 바라드바자는 저녁 때 목욕한 뒤에 조용히 시냇가 모래톱을 거닐고 있었다. 도의 바르고 비뚠 것을 의논하며 바셋타는 말하기를, '나는 스승 포카라사티의 말씀하는 법이 진정한 도로서, 그와 같이 실행하면 바라문의 하늘에 나게 된다.'고 하였다. 바라드바자는 그의 스승 타이룩카가 말한 법이 진정한 도라고 서로 다투어 주장했으나, 그 판단을 짓기 어려웠다. 이름 높은 사문 구담을 찾아 문의하기로 하고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그 뜻을 말했다. 부처님은 그들에게 물었다.
"바셋타는 그 스승의 법을 '바라문의 하늘'에 나는 진정한 도라고 하는데, 바라드바자는 또 그 스승의 법을 진정한 도라고 하니, 어떤 점에서 의견이 서로 달라 다투게 되었는가?"
"구담님, 도의 바르고 비뚠 데 대해서입니다. 오늘 앗다리야ㆍ뎃데리야ㆍ찬도오카ㆍ차다바 ㆍ푸라마자리야 등 여러 바라문이 도를 설하는데, 그들의 가르침은 대개가 그들을 따라 도를 닦으면 바라문의 하늘에 나게 된다고 합니다. 마치 어떤 마을이나 성 가까이 몇 갈래 길이 있는데, 그것은 다 그 마을과 성중으로 들어가는 길인 것과 같습니다."
"바셋타여, 너는 그들 바라문들의 가르침이 바라문의 하늘에 나는 바른길이라고 생각하는가?"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
"바셋타여, 삼명(세 가지 베다) 바라문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참으로 바라문의 하늘을 본 적이 있다던가?"
"그것은 없습니다."
"바셋타여, 그러면 바라문의 스승이나, 또는 스승의 스승 중에 누구 한 사람이 바라문의 하늘을 본 일이 있다던가?"
"그것도 듣지 못했습니다."
"바셋타여, 그러면 바라문의 조상으로서 칠七 대 사이에 한 사람이라도 바라문의 하늘을 본 일이 있다던가?"
"그도 듣지 못했습니다."
"바셋타여, 바라문의 옛 성자인 바아마카 ㆍ바아마데카ㆍ베사밋타ㆍ야마탓키ㆍ앙기라사ㆍ바라드바자 ㆍ캇사파ㆍ박구 등 성주를 지은 사람들은 어디에 바라문의 하늘이 있고 어떻게 하여 바라문의 하늘이 되었고, 바라문의 하늘은 누가 잘 알고 잘 본다고 말한 일이 있었던가?"
"구담님, 그렇게 말한 분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2 "바셋타여, 그러면 이러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삼명 바라문의 누구도, 그 스승도, 선조도, 옛성자도 바라문의 하늘을 본 자는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자기가 알지도 못하고 가 보지도 못한 곳에 남들더러 가보라고 가르치는 것 아닌가? 바셋타여, 마치 소경이 떼를 지어 맨 앞에 선 자나, 뒤에 선 자나, 가운데 선 자나, 서로 앞길을 보지도 못하면서 끌고 끌려가는 것과 같지 않은가? 그들 바라문도 보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말하니 그것은 참으로 희롱의 말이라,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바셋타여, 이를테면, 사랑을 말하는 사람이 나라 가운데 제일 미인을 연모하고 있다고 하자. 어떤 사람이 그말을 듣고, '그것은 좋다. 그런데 너의 연인은 크샤트리아냐? 바라문이냐? 바이샤냐? 수드라냐?'고 물었을 때, '나는 그것을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그러면 그 이름과 성은 무엇이며, 키는 얼마나 크고, 살빛은 희드냐, 검더냐? 그리고 어느 곳에 살고 있더냐?'고 물었을 때 '그것은 나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러면 네가 연모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여인을 실지로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 것이 아닌가?' '실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바셋타여, 바라문이 '하늘에 가라'라고 가르침은 마치 그와 같은 것이다."
3 "바셋타여, 큰비에 아치라야테 강물이 넘쳐 들어 건너기가 어려울 때, 저쪽 언덕으로 건너갈 일이 있는 사람이 이쪽 언덕에 서서 '저쪽 언덕은 이리 오라. 이리오라'고 외친다고 하자. 저쪽 언덕이 그 소리를 듣고 과연 이쪽으로 오겠는가? 삼명 바라문이 바라문답게 하는 법을 다 버리고 바라문에 알맞지 않은 일을 하면서 제석천ㆍ소마신ㆍ바루나신ㆍ이사나신ㆍ바사바데신 ㆍ범천ㆍ대자재천신을 부르는 것은 그와 같다.
또 바셋타여, 홍수가 범람한 하수 저쪽 언덕으로 건너가려는 사내가 그 손목에 고랑을 채워 뒷짐 지워 얽어맸다면 저쪽으로 건너갈 수 있겠는가? 삼명 바라문이 자기의 할 일을 버리고 성자의 도에서 고랑쇠라고 부르는 오욕에 얽힌 것은 그와 같은 것이다."
4 "또 바셋타여, 홍수가 범람한 강물 이쪽 언덕에서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자는 사내가 저쪽 언덕에 건너갈 수 있겠는가? 삼명 바라문도 자기의 할 일을 버리고 성자의 도에서 큰 장애라고 이르는 오개에 덮여 있으니, 이러한 바라문이 저쪽 언덕에 도달할 수 있겠는가? 바셋타여, 너희들 노숙한 바라문에게 들으니 바라문의 하늘에는 가족도 없고, 재산도 없고, 그 마음에 성냄도 없고, 남을 해하려는 마음도 없고, 번뇌의 때가 없고, 가장 깨끗한 계라고 하는데, 오늘의 바라문은 네 눈에 어떻게 보이더냐?"
"구담님, 바라문은 이와 반대로 가족도 있고, 재산도 지니고, 마음에 성냄과, 남을 해할 뜻과, 그리고 불결한 행동에 차 있습니다."
"그러면 바라문의 하늘과 바라문 사이에는 서로 통할 만한 길이 없지 않는가? 서로 통할 길이 없으면서 죽어서 그들의 친구가 되려 하는 것은 얼토당토 않는 것이 아닌가. 삼명 바라문은 앉아 있으면서 아래로 가라앉는 자, 올라가기를 생각하면서 자꾸만 아래로 내려가는 자들이다. 그러면 이 바라문의 삼명은 물 없는 사막이며 길 없는 숲이라고 부르게 되었구나."
5 "구담님, 그러면 바라문의 하늘에 나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바셋타여, 마나사카타 촌은 이 숲으로부터 가깝냐? 머냐?"
"멀지 않습니다."
"바셋타여, 마나사카타 촌에 나서 그곳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그 마을로 가는 길을 묻거나 또는 미혹하는 일이 있을지라도, 여래는 바라문의 하늘에 대하여 또는 그곳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묻거나 또는 미혹되는 일이 없으리라. 바셋타여, 여래는 바라문의 하늘을 알고 또 그에 이르는 길을 알되, 그곳에 사는 사람과 같이 아느니라."
"구담님이시여, 저는 구담님께서 그것을 알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들에게 바라문의 하늘과 같이 사는 길을 가르쳐 주셔서 이 바라문을 구제하소서."
"바셋타여, 잘 들으라. 여래가 세상에 나와 법을 설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믿는 마음을 일으켜, 집을 떠나 계행을 지키고 오개를 여의고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여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쪽을 채우며, 다음 이방ㆍ삼방ㆍ사방 이렇게 시방세게를 채우되, 마치 나팔 부는 사람의 나팔 소리를 사방에 들리게 하는 것과 같이, 한량없는 사랑하는 마음으로써 시방에 가득 채우는 것이다. 이와 같이 모든 중생을 슬퍼하는 마음, 기쁘게 해 주는 마음, 고통을 여의게 하는 마음, 곱고 미움에 치우치지 않는 평등한 마음으로 온 세계를 채우느니라.
바셋타여, 이것이 바라문의 하늘에 나는 길이다. 이 같은 네 가지 한량없는 마음을 닦는 바라문은 가족도 없고 재산도 없고, 그 마음에 진심도, 사람을 해치려는 생각도, 깨끗지 못한 뜻도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라문의 하늘에 통하는 길이다. 이 길을 밟아 바라문의 하늘의 친구가 되는 것이다."
바셋타와 바리드바자는 이 설법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삼보에 귀의하여 집에 있는 제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