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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흔들리는 인생을 감싸줄 일흔일곱 번의 명시 수업
저자 장석주
출판 포레스트북스
발행 2024.10.25.
시가 교훈을 전하거나 목소리가 높을 이유는 없다.
시의 목소리는 속삭임이어야 하고,
시의 규모는 작을수록 좋다.
시가 삶과 우주에 대한 비범한 통찰과
언어의 발명이어야 한다고 하지는 않겠다.
시는 가난과 비루함을 강철같이 꿰뚫고,
우리를 늠름하게 단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는 싹트고 뺏고 솟구치고 춤추며
일상과 낡음을 무찔러 미래를 열어젖혀야 한다.
내가 사랑하고 추앙한 시들을 한데 모았다.
이것은 시를 교재로 삼은 인생 수업이자
마음의 기쁨을 위한 희귀한 것이고,
당신이 이제껏 겪지 못한 놀라움들일 것이다. (pp.7-
<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는
50년 가까이 시를 읽고 써온
시인들의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장석주가
가려 뽑은 77편의 명시가 담긴 시집 시선집이다
- 참으로 좋은 어른은 자기 혼자서만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어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생도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동행해주는 어른이라고 생각
- 시는 그토록 무용하지만 우리를 계속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1장 '괜찮다'는 말보다 더 깊고 진한 위로가 필요할 때
<풀잎> 서문 중에서/월트 휘트먼/"사람들에겐 참고 너그럽게 대하라" "땅과 태양과 동물들을 사랑하라, 부를 경멸하라" "자유롭게 살면서 당신 생애의 모든 해 모든 계절, 산과 들에 있는 이 나뭇잎들을 음미하라"
<슬픔에 너를 맡기지 말라> 오마르 하이얌/ "책과 사랑하는 이의 입술을 풀밭의 향기를 저버리지 말라"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소년> 윤동주/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내가 제일 예뻤을 때> 이바라기 노리코/"내가 제일 예뻤을때, 몹시도 불행했고, 나는 몹시도 모자란 사람, 나는 무척이나 쓸쓸했다" 노리코는 한국어와 윤동주 시인을 사랑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을 전쟁의 불행에 빠뜨린 일본 제국주의 시민이라는 걸 부끄럽다고 고백한 최초의 일본 시인이다
<봄비> 김소월/"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소월은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서른 두 살에 다량의 아편을 삼키고 설움 많은 생을 끊었다.
<파랑새> 한하운/"푸른 하늘 푸른 들 날아다니며, 푸른 노래 푸른 울음 울어 예으리" 1944년 열일곱 살 때 얻은 한센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직한다. 1949년 잡지 <신천지>에 나병환자가 겪는 고통과 슬픔을 노래한 '전라도 길'을 포함한 시 열세 편을 내놓으면서 깜짝 주목을 받는다. 1975년 쉰넷의 나이에 나환자로 육신이 썩고 무너지는 삶을 마친다
x 시는 심상한 것의 심상치 않은 발견이다. 무심히 지나치는 익숙한 것에서 낯선 사유를 끄집어내는 게 시인이다
2장 어느 날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온 문장들을 읽는다
<진정한 여행> 나즘 히크메트/"무엇을 해야 할지 더이상
알 수 없을 때, 그 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사랑에 대하여> 칼릴 지브란/"사랑은 우리의 생명 자본이자 미지의 가능성이다. 사랑은 불이자 얼음, 생명이자 죽음이다. 사랑은 아름답고 위대하고, 다른 한편으로 그 무엇보다 위험하고 무서운 것, 그러므로 사랑이 그대를 이끌 때는 부디 그 첫걸음을 아주 조심스럽게 떼어야 한다"
<고독> 엘라 윌러 월콕스/"웃어라, 그러면 세상이 너와 함께 웃는다. 노래하라, 그러면 산천이 응답한다. 즐거워하라, 그러면 사람들이 너를 찾지만. 기뻐하라, 그러면 친구가 많아지지만. 잔치를 열어라, 그러면 집안 북적거리지만.. 우리는 하나 둘 고통의 좁은 회랑을 지나가야 한다"
<봄> 빈센트 밀레이/"땅 밑에선 구더기가 사람의 머리통을 갉아먹을 뿐만 아니라 인생 그 자체가 무"/봄은 땅속에 묻힌 주검들을 밟고 무심히 돌아온다. 그러니 4월이 꽃을 뿌리며 돌아온다고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칠월의 양귀비꽃> 실비아 플라스/"이제 막 피로 물든 입. 작은 피투성이 치마!"/8살 때 '보스톤 헤럴드'에 시를 발표하며 조숙한 재능을 뽐냄, 대학 졸업 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로 유학을 떠남. 영국 시인 테드 휴즈와 결혼하지만 그의 외도로 32살의 나이에 두 아이를 남긴 채 자살
<고독한 이유> 김현승/"고독은 정직하다. 고독은 자유다. 고독은 마침내 목적이다" 시인은 고독의 신봉자, 고독의 전도사다. 소독은 시인의 변려, 영혼의 은신처다
<행복> 유치환/"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유치환은 통영에서 중학교 교사를 하던 음전한(안전하고 점잖은) 여성 시인 이영도를 사랑했다. 편지의 달인이라 할 만하다
* 우리 인생에는 천 개의 벼랑이 있고, 천 개의 벼랑을 넘으면 천 개의 희망이 필요할 테다. 다만 시는 그토록 무용하지만 우리를 계속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3장 시란 그토록 무용하지만 우리를 계속 살아가게 만드는 것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황인숙/"가시덤불 속을 누비며 너른 벌판으로 나가리라"/작은 고양이가 갈망하는 것은 들판에서 쥐를 쫓고 참새를 사냥하는 삶이다
<결혼에 대하여> 칼릴 지브란/"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서로의 마음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마음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1960년대 미국 청년들 사이에서 반문화의 물결을 타고 '예언자'는 성경만큼 널리 읽혔다
<죽음의 푸가> 파울 첼란/"새벽의 검은 우유를 우리는 마신다 저녁에도. 우리는 마신다 정오에도 또 아침에도 우리는 마신다. 밤에도. 우리는 마신다. 또 마신다" 파울 첼란은 1920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가족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뿔뿔이 흩어져 결국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살아서 돌아왔지만 1970년 파리 센강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질문의 책> 파블로 네루다/"짐작하는 것만이 산더미 같다 그토록 열심히 배우건만. 우리는 단지 질문하다 사라질 뿐"/ 물음을 품지 않은 시는 좋은 시가 아니다. 그러므로 천진한 물음은 좋은 시의 새싹이다
<두이노의 비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아름다움은 우리가 간신히 견디어 내는 두려움의 시작이기 때문이다"/이 수수께끼 같은 물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내기까지 거의 40년이 걸렸다. 내가 명석한 머리를 타고나지 못한 탓이겠지만 그만큼 이 물음이 심연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길> 김기림/"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 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1908년 함경북도 성진에서 출생.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조선일보 기자를 하며 시와 비평을 썼다
4장 어쩌면 시를 잊고 살았기 때문에 그토록 외로웠던 것일지도
<저 하찮은 돌멩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에밀리 디킨
슨/"성공에 얽매이지도 않으며 위기에도 결코 떨지 않으며""태양인 듯 자유롭게 합쳐하고 또는 저 혼자 빛나며"/19세기 혼자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시대의 억압을 송곳처럼 뚫고 나아가려는 시인의 무의식적 욕망이 숨길 수 없이 드러난다
<대숲 아래서> 나태주/"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이 가을"/나태주 시인이 젊은 시절에 '대숲 아래서'를 신춘문예 공모에 제출해서 당선한 것은 1973년이다
<두 번은 없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우리 존재가 숭고하고 애틋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일회성으로 휘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주> 김사인/"찌부둥한 생각들 다 내려놓고 오모가리탕에 소주 한 홉쯤은 해야 맞으리" 딱히 바쁜 일도 없으니 몸을 건들거리며 걷는다. 한량처럼 천변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오모가리탕에 소주 한 홉 마실 기대가 간절해지는 것이다
<부부> 함민복/"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긴 상을 부부가 들어 옮기는 일은 얼마나 평범한 일상의 일인가. 무심히 지나치는 익숙한 것에서 낯선 사유를 끄집어내는 게 시인이다
<절정> 이육사/"어디다 무릎을 끓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
딜 곳조차 없다"/한 점의 망설임도 없는 단호한 자기희생에의 각오도 스민다
* 우리의 생에서 반복되는 하루는 없다. 태어나서 사는 동안 똑같은 입맞춤, 똑같은 눈빛을 만날 수는 없다
5장 그래서 모든 날, 모든 순간에 저마다의 시가 있어야 한다
<다른 이들을 생각하라> 마흐무드 다르위시/"네 아침을 준비할 때 다른 이들을 생각하라" "말하라, 내가 어둠 속의 초불이라면 좋으련만"/우리가 목전의 필요와 자기 갈망에만 사로잡혀 이웃의 불행에 한 줌의 연민이나 분노가 없다면 그건 의롭지 못한 일이다
<낙화> 이형기/"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꽃이 져야 무성한 녹음을 거쳐 열매를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아갈 수 있다
<언덕 꼭대기에 서서 소리치지 말라> 올라브 H. 하우게/"거기 대장간을 지어라. 거기 풀무를 만들고, 거기 쇠를 달구고,망치질하며 노래하라. 우리가 들을 것이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옳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자들이 아니라 대장간에서 풀무를 만들고, 쇠를 달구고, 망치질하며 노래하는 자들이다
<검정뱀> 메리 올리버/"검정뱀 한 마리, 아침 도로에 갑자기 나타났는데, 트럭이 미처 피하지 못했지- 죽음, 그렇게 된 거지" "차를 몰고 떠나지,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서.죽음의 돌연함, 그 끔찍한 무게, 그리고 필연성. 하지만"/모든 생명체에겐 이성 아래 불타오르는 빛이 있다. 그건 우리를 살아 있게 만드는 빛이다.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밖에는 갈잎의 노래"/소년이 엄격한 위계 관계에 있는 부성보다 너그러운 모성에 이끌리는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그 꿈은 이루어지기 어려워 보인다
<일곱 번째 사람> 아틸라 요제프/"세상에 나가면 일곱 번 태어나라-, 생존을 위한 싸움을 할 때에는 적에게 일곱 사람을 보여라, 사랑하는 사랑을 원하면 일곱 남자를 보내라-,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시인이 되어라"/시간 다양성을 품은 신체의 무의식과 욕망의 생산이라면 시인 한 사람은 이미 '일곱'이다/ 시가 다양성을 품은 신체의 무의식과 욕망의 생산이라면 시인 한 사람은 이미 '일곱'이다. 시인은 복수로 현실을 가로지르로, 항상 리좀적 다양체로 살기 때문이다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석정/"깊은 삼림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전북 부안 출생으로 47년 동안 낭만주의적 정서를 담은 서정시를 썼다. 내 기억에 이만한 목가풍의 서정시는 없다. 먼 나라에 대한 동경은 역설적으로 현재의 삶에 드리워진 황폐함과 곤핍감을 환기시킨다
<가을 저녁의 말> 장석남/"불을 때고 등을 지지고, 배를 지지고 걸게 혼잣말하며 어둠을 지졌다" 가을 저녁의 적막과 소동에 귀를 기울이던 찰나는 우리 생애가 잠시 머물던 영원한 찰나가 아니었을까?
* 시는 가혹할 정도로 언어를 깎고 덜어낸 끝에 겨우 완성에 이른다.취소의 언어로 최대의 의미를 지향하는 것. 바로 시다
소년 / 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숱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기러기 / 메리올리버
착하지 않아도 돼.
참회하며 드넓은 사막을 무릎으로 건너지 않아도 돼.
그저 너의 몸이라는 여린 동물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게 하면 돼.
너의 절망을 말해봐, 그럼 나의 절망도 말해주지.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가지.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투명한 조약돌 같은 비가
풍경을 가로질러 지나가지.
초원들과 울창한 나무들.
산들과 강들 위로.
그러는 동안에도 기러기들은 맑고 푸른 하늘을 높이 날아
다시 집으로 향하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너의 상상에 맡겨져 있지.
저 기러기들처럼 거칠고 흥겨운 소리로 너에게 소리치지 -
세상 만물이 이룬 가족 안에 네가 있음을
거듭거듭 알려주지.
저 하찮은 돌멩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에밀리 디킨슨
얼마나 행복할까 저 하찮은 돌멩이들은
길에 저 혼자 동구는
성공에 얽매이지도 않으며
위기에도 결코 떨지 않으며
그가 입은 겉옷은 자연의 갈색,
우주가 그를 위해 걸쳐 준 것
태양인 듯 자유롭게
합쳐하고 또는 저 혼자 빛나며,
절대적인 신의 섭리를 따르며
아무런 꾸밈도 없이
슬픔에 너를 맡기지 말라 / 오마르 하이얌
슬픔이 너를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
쓸데없는 근심이 너의 날들을
뒤흔들게 내버려 두지 말라
책과 사랑하는 이의 입술을
풀밭의 향기를 저버리지 말라
대지가 너를 그의 품에 안기 전에
어리석은 슬픔으로
너 자신을 너무 낭비하지 말라
그 대신 축제를 열라
불공정한 길 안에
정의의 예를 제공하라
왜냐하면 이 세계의 끝은 무이니까
네가 존재하지 않다고 가정하라
그리고 자유롭다고.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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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푸가 / 파울 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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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검은 젖 우리는 그것을 저녁에 마신다.
우리는 그것을 한낮에 마시고 아침에 마신다 우리는 그것을 밤에 마신다
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
우리는 공중에 무덤을 판다 거기서는 사람이 갇히지 않는다
한 남자가 집에 산다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는 쓴다
날이 저물면 그는 독일을 향하여 마아가렛 너의 금빛 머리라고 쓴다.
그가 그것을 쓰고 집 앞으로 나오면 별이 빛난다 그는 제 사냥개를 휘파람으로 부른다
그는 제 유대인을 불러내 땅에 무덤을 파게 한다
그는 우리에게 명령한다 이제 춤곡을 연주해라
새벽의 검은 젖 우리는 너를 밤에 마신다
우리는 너를 아침에 마시고 한낮에 마신다 우리는 너를 밤에 마신다
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
한 남자가 집에 산다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는 쓴다
날이 저물면 그는 독일을 향하여 마아가렛 너의 금빛 머리라고 쓴다
슬람미 너의 잿빛 머리라고 쓴다 우리는 공중에 무덤을 판다 거기서는 사람이 갇히지 않는다.
그는 소리친다 땅 속 깊이 꽂아라 너희들 이쪽 너희들 저쪽은 노래하고 연주해라
그는 허리띠의 쇠붙이를 움켜잡고 그것을 휘두른다 그의 눈은 푸르다
삽을 더 깊이 꽂아라 너희들 이쪽 너희들 저쪽은 계속해서 춤곡을 연주해라
새벽의 검은 젖 우리는 너를 밤에 마신다
우리는 너를 한낮에 마시고 아침에 마신다 우리는 너를 밤에 마신다
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
한 남자가 집에 산다 마아가렛 너의 금빛 머리
술람미 너의 잿빛 머리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는 소리친다 더 달콤하게 연주해라 죽음은 독일이 낳은 명인이다
그는 소리친다 더 어둡게 켜라 그리고 너희들은 연기되어 공중으로 올라간다.
그러면 너희들 무덤은 구름 속에 있고 거기서는 사람이 갇히지 않는다
새벽의 검은 젖 우리는 너를 밤에 마신다
우리는 너를 한낮에 마신다 죽음은 독일이 낳은 명인이다
우리를 너를 저녁에 마시고 아침에 마신다 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
죽음은 독일이 낳은 명인이다 그의 눈은 푸르다
그는 총알로 너를 맞춘다 그는 너를 정확히 맞춘다
한 남자가 집에 산다 마아가렛 너의 금빛 머리
그는 제 사냥개를 풀어 우리를 몰이한다 그는 우리에게 공중의 무덤을 선사한다
그는 뱀을 가지고 놀고 꿈꾼다 죽음은 독일이 낳은 명인이다
마아가렛 너의 금빛 머리
술람미 너의 잿빛 머리
*'해를 거듭할수록 고통은 고문당하는 사람이 울부짖듯이 표현의 권리를 갖는다. 때문에 아우슈비츠 이후에는 어떠한 시도 쓰여질 수 없다는 말은 잘못이었다.' - 파울 첼란에 대한 아도르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