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저녁이 되면 온 가족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아 유쾌한 웃음을 지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텔레비전에서는 미취학 어린이들이 나와 푸른 잔디 위에서 신나게 공을 차는 모습이 나오고 있고, 유명 연예인들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하는 감초 역할을 했다.
바로 대한민국에 유소년 축구 붐을 일으킨 KBS TV의 ‘날아라 FC 슛돌이(이하 슛돌이, 연출 최재형)’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슛돌이가 방송된 후 시청자들은 어린이들의 ‘즐기는 축구’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중적으로 높아진 관심은 자연스럽게 많은 어린이들로 하여금 축구클럽의 문을 두드리게 만들었고, 유소년 클럽들은 신규회원 접수에 여념이 없게 됐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최재형 PD는 지난 10월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공로패를 받기도 했다.
현재 슛돌이는 공중파에서의 방송을 마치고 현재 KBS N 스포츠에서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공중파 방송 중단을 두고 수많은 시청자들이 항의할 만큼 슛돌이의 인기는 대단했고, 이는 오락 프로그램으로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다.
슛돌이를 탄생시켰으며, 1기 슛돌이의 PD로 활약했던 KBS 최재형 PD를 만나 슛돌이와 관련된 이런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위에서는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이었고 반대 의견도 많았다.”
- 슛돌이의 기획 의도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먼저 슛돌이는 월드컵을 겨냥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란 말을 많이 들었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100% 맞는 말도 아닙니다. 슛돌이는 <해피선데이>라는 오락프로그램의 한 코너였습니다. 오락 프로그램들은 거창한 슬로건을 걸고 명분을 내세워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없으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본격적인 월드컵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자체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면 월드컵을 겨냥한다는 등의 이야기는 전혀 의미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슛돌이는 2005년 8월 기획에 들어가서 2005년 10월에 첫 회가 방송 됐습니다. 프로그램이 기획될 당시 2006년 월드컵까지는 10개월도 더 남아있었고, 월드컵 열기라고 불릴만한 분위기도 없었습니다. 축구 스타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기댈만한 축구 열기도 없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프로그램 자체에 오락적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기획 당시 제작진이 오락적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요소는 말 그대로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귀여움, 당시 최고 인기가수 김종국의 남성스러움이 아이들과 만났을 때 나올 수 있는 의외성, 거기에 축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매력 등이었습니다. “꾸러기 축구단 FC 슛돌이의 좌충우돌 전국최강 도전기 김종국의 날아라 슛돌이”는 이런 기획 의도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슬로건과 제목입니다.
공영방송 KBS의 오락 프로그램이라는 특수성, 새로운 소재와 포맷, 출연자의 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의 필요성, 아직은 멀리 있지만 월드컵이라는 특수 상황 등 여러 가지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 리얼리티 오락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훈련에 열중하는 슛돌이들 ⓒKBS
- 슛돌이라는 팀명을 정하게 된 것에 대한 설명을 해주십시오. 만화영화 슛돌이에서 따온 것인지?
슛돌이라는 단어는 특정 애니메이션의 제목이라기보다 축구, 농구 등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단어 같습니다. 스포츠 기사에서도 자주 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예를 들자면 “슛돌이 박주영” 뭐 이런 식으로요.
처음 이름을 지을 때 애니메이션을 떠올리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FC 슛돌이란 이름은 제가 지었는데 저는 “축구왕 슛돌이”란 만화 영화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도 슛돌이란 단어가 처음 떠올랐고 거기에 FC를 붙여 만들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슛돌이 FC’로 할지, ‘FC 슛돌이’로 할지는 잠깐 고민했던 것 같기도 하네요.
- 최 PD님은 평소 축구를 좋아하셨나요?
독일 월드컵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엔 국가대표팀 서포터만 있다’는 비판적인 지적이 많이 나왔는데, 저 역시 그랬습니다. 남들보다 더 특별히 축구를 좋아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 덕에 밤 늦게 까지 해외축구 중계를 보는 날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 전엔 유로 2004 같은 경기도 많이 봤던 것 같고.. 유럽 리그의 유명한 선수들은 꽤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 드려서 최근 수년간 K리그 경기는 거의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 유소년 축구는 아직까지 생소한 분야이기 때문에 자문을 많이 받으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느 분들이 제작에 도움을 주셨나요?
처음 아이들을 뽑을 때 여러 축구 교실을 돌아 다녔고, 그 때 어깨 너머로 본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방송 초기에는 아이들이 이제 축구에 막 취미를 붙이는 단계여서 전문적인 자문까지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브라질 유소년 축구에 관련된 자료를 참고하기도 했습니다만, 초기에는 김종국 씨와 김종민 씨가 아이들과 함께 공을 가지고 놀았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몇 개월 후부터 우리들만으로 가르치는데 무리가 있어서 유소년 전문 코치들을 초빙해서 가르쳤습니다. 서정원 선수나 이상윤 코치 같은 분들이 직접 가르쳐 준 적도 있고, 그런 경우는 방송에 그 내용을 담았습니다.
- 기획 단계나 방송 초기에 지금과 같은 인기와 관심을 끌 것으로 생각하셨습니까?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할 당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었고,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연출자가 어떤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입니다. 스스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음을 불어 넣고 성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슛돌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고,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프로그램에 보내 주신 시청자들의 관심에 지금도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1기 슛돌이와 김종국을 비롯한 출연진들 ⓒKBS
“팀을 이끌어 준 김종국, 전진, 김종민씨에게 고마울 따름”
- 슛돌이 멤버는 어떤 식으로 선발을 하셨습니까?
수도권 일대의 축구교실, 체육특기로 축구를 가르치는 유치원들을 대상으로 오디션 제의를 했고, 응한 곳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테스트를 거쳐 선발했습니다. 일부 어린이는 오디션을 도와주던 축구교실 코치의 소개, 일부는 개별 테스트를 통해 선발했습니다.
- 슛돌이 멤버 중 한 명은 축구를 좋아하는 어린이가 아니었는데, 관심과 인기를 모으기 위해 일부러 넣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축구에 자질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있었을지는 몰라도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어린이는 없었습니다. 물론 같은 조건이라면 조금 더 호감이 가는 외모와 성격의 아이들을 선택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취지는 U-7 국가대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아이들이 하나의 목표를 갖게 되고 그 목표를 위해 뭉쳐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축구를 더 잘하지 못해 속상해 하는 아이도 있었고, 거의 벤치를 지켜야 해서 속상해 아이도 있었습니다. 골을 먹으면 의기소침해 지는 아이도 있었지만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는 없었습니다.
- 유일한 여자 멤버였던 오지우를 팀에 슛돌이 멤버로 캐스팅한 계기가 있을 듯 합니다. 최근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그 이유인가요?
해외에서는 날로 인기를 얻어 가는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그 또래 아이들의 성장기에 있어서 여자 어린이도 있는 것이 좋지 않겠나 판단해 선발했습니다.
슛돌이의 홍일점이었던 오지우 ⓒKBS
- 슛돌이 멤버를 지도한 코칭스태프는 방송에 나온 대로 감독, 코치, 매니저의 3인으로 구성되었나요?
방송 초기에는 감독, 코치, 매니저의 3인으로 구성되었고, 2006년 1월부터는 전문 코치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감독을 맡은 김종국 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일주일에 이틀씩 스케줄을 내며 가르쳤습니다. 전진 씨도 마찬가지로 애정을 갖고 열심히 했지만 ‘독일 원정대’, ‘월드컵 응원전’ 등 특집 체제에 급하게 투입되어 본인이 원하는 만큼 아이들과 함께 할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이 달랐지만 둘 다 아이들에게 굉장한 애정을 갖고 열심히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그래서 지금도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 방송 초부터 감독을 맡던 가수 김종국 씨가 군 입대를 하면서 프로그램 제작에 많은 차질을 빚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후임 감독 캐스팅 문제로 제작진 측에서는 많은 고민을 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을 부탁합니다.
당시 언론 보도대로 상당한 혼란이 있었습니다. 특히 독일 원정을 몇 주를 남겨놓고 그런 일이 벌어져 매우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 제작에 차질이 있다거나 하는 생각보다는 끝까지 함께 마무리 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김종국 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뒤 후임 감독 전진 씨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열심히 해 주었고 프로그램도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또 무리 없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데 일등 공신으로 김종민 씨를 꼽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 2기 제작은 유상철 선수가 감독을 맡아 방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1기 제작은 비축구인인 김종국, 전진 씨가 슛돌이를 지도했습니다. 어린이 대상이지만 비축구인이 지도하는 것은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모습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오락 프로그램은 경쟁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만약 김종국 씨가 감독이 아니었다 해도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하고 묻는다면 저는 그렇다고 대답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지적했고 일리도 있습니다만, 슛돌이의 성공에 있어 김종국 씨의 역할은 너무나도 컸고, 프로그램의 성공이 없었다면 유상철 씨가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2기도 없었을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슛돌이는 국가대표를 키우는 프로그램이 아니었습니다. 축구의 가장 큰 장점은 공 하나와 친구들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체계적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아버지나 형에게서도 배울 수 있는 것이 축구 아닐까요? 물론 그 단계를 지나 좀 더 전문적인 지도가 필요해 진다면 또 다른 얘기가 될 것입니다. 그것이 유상철 씨가 활약하는 슛돌이 2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첫댓글 이거 완전 끝난거..?? 아님 KBS위성 에서 해주는거..??
이분 슛돌이라는 프로를 를 만드신분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