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의 하늘이 달라진다.
100층이 넘는 빌딩을 비롯해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한 저마다 특색 있는 초고층 건물들이 밀집돼 현대건축의 경연장을 방불케 할 전망이다. 이들 건물의 설계 컨셉트는 ‘연등’ ‘승무’ ‘구름’ ‘칼날’ 등으로 다양하고 이채롭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시행사인 용산역세권개발은 2일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23개 초고층빌딩과 상업시설의 최종 디자인을 발표했다. 발표장에는 직접 설계에 참여한 해외 18개국의 건축 가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랜드마크 빌딩인 ‘트리플원’. 620m(111층) 높이로 두바이 부르즈칼리파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건축물이다. 바람·지진 등에 견딜 수 있는 ‘원추형’ 모양이고 대각선 형태로 잘린 타워 상층부 첨탑은 정남향이다.
설계를 맡은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는 “한국인이 예로부터 남향을 중요시하는 전통을 고려했다”며 “서울의 상징적인 건축물로 위치와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상문제가 관건
트리플원 주변에 연등 모양의 하모니타워(47층, 243m), 칼날 형상의 블레이드타워(56층, 293m), 마름모 모양의 다이아고널타워(64층, 362m) 등이 지어진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 두번째로 높은 건축물은 부띠크 오피스텔로 88층(437m), 77층(378m) 2개동이다. 최고급 오피스텔 2000여실로 지어지는데 우리나라 전통 처마와 기와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모습이다.
주상복합 아파트인 스카이워크타워(52층, 333m)는 ‘구름 위 산책로’라는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상 116m, 260m 높이에 건물을 휘감으며 360도 조망이 가능한 구조물을 만든다.
6성급의 랜드마크 호텔(72층,385m)은 ‘Y’자형으로 설계해 모든 객실에서 주변 경관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전체설계를 총괄한 미국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는 “용산은 한강과 남산이 이어지는 교통의 요지로서 에너지가 넘치는 지역”이라며 “전통을 살리되 경제·문화·창조성의 허브(중심)가 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건축물의 설계비용은 국내 설계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3269억원이다. 외부 디자인을 맡은 해외업체에 821억원(25%)이, 내부의 세부설계를 맡은 국내업체게 2448억원(75%)이 각각 배정됐다. 이번에 발표된 설계는 외부 디자인이고 아직 세부설계는 끝나지 않았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오는 9월까지 내부설계를 마치고 내년 상반기 건축허가를 받아 착공할 계획이다. 전체 공사는 2016년 말 완공이 목표다.
하지만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에 걸림돌이 남아있다. 일부 주민들의 사업 반대로 서부이촌동 토지보상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현재 용산역세권개발은 보상계획을 마련해 서울시와 협의 중이며 이달 안에 주민설명회를 계최할 예정이다.
보상문제가 해결돼야 다음 사업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용산역세권개발 김창대 부사장은 “보상이 순조로울 것으로 보고 있고 용산국제업무지구에 관심이 많은 해외 투자자들이 많아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