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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나는..영혼을 적시며 서있다 원문보기 글쓴이: 빛나는 생애
매번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 남깁니다. 이게 몇 년 만인지....^^;;
이 영화 봤어요. <색, 계> Lust, Caution 직역하면 색 욕정을 경계 조심하라 정도.. 여러 우연이 겹치면서 보게 된 영화입니다.
갑자기 친구가 애인에게 바람 맞는 바람에 대타로 보게 되었지요. 처음엔 <식객>인줄 알고 안본다고 했었는데^^
더군다나 양조위가 나온다고 해서, 또 이안감독의 영화라고 해서 믿고 보게 됐어요. <와호장룡>,<브로크백 마운틴> 훌륭한 전작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찐한 영화라는 사탕발림에 넘어가서 보게 됐답니다.
이유야 어쨌든 안 봤으면 어쩔 뻔했나 싶은..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네요^^
↓ 1938년 홍콩에서 영화는 시작합니다. (스포일러가 있어요) 시대적 배경은 2차 세계 대전과 일제 치하의 중국... ↑ 처음 본 배우 여주인공 탕웨이. 조금은 촌스러운듯 했지만 연변아가씨처럼 묘하게 아름다운 배우. 볼수록 빠져드는 예쁜 배우입니다. 이 청순한 탕웨이가 팜므파탈의 요부가 되어 연기를 합니다. (영화 속 연극배우로 나옵니다.) 가슴 속에는 가장 순수한 애국심을 품고... 자신의 삶을 걸고 위험한 연기를 시작하죠.
↓아래 사진은 말이 필요없는 배우 양조위입니다. 쓸쓸한 눈빛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페르소나를 가진 배우. 양조위는 유독 왕가위감독의 영화에 많이 나왔었죠. <해피투게더>,<화양연화>,<2046> 등.. 그의 매력에 빠져 아직도 허우적대고 있는 영화들. 이젠 <색계>까지 하나 더 늘었네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배웁니다.
이런 양조위가 이 영화에선 철저한 매국노로 나옵니다. 40년대..불안한 정세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과 언제 암살 당할 지 모르는 불안함에 떠는, 철저하게 경계를 하는 잔혹한 인물. 그래서 더 쓸쓸한...불쌍한 인간으로 나와요. 그래도 양조위가 밉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난감합니다. 만약 같은 내용으로 우리나라에서 영화를 만든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봤습니다. 아마 논란이 크겠죠?
아~요런 눈빛, 눈빛..(들뜬 내 모습이 웃겨서 잠시 웃습니다 ㅋㅋ살짝 맛이 갔음ㅋ)
↓ 이 멀쩡하게 잘생긴 배우는 왕리홍입니다. 암만 잘 생기면 뭐하나요?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지켜주지도 못하며, 사랑하는 여자를 적에게 내주는... 뒤늦게 뽀뽀는 왜 한답니까? (괜히 신경질 ㅋㅋ) 아무튼 올해의 최고 소심상을 주고 싶군요.
↓ 1941년 상해,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됩니다. 아래 보이는 파란 차이나 드레스..아름답죠? 늘 경계를 풀지않는 양조위의 우산으로 냉큼 뛰어들던 탕웨이. 탕웨이가 이 드레스를 벗고 원래 입던 옷으로 갈아입으려고 할 때 양조위가 말하죠.
"입고 가요."
아악~~~여성관객들의 엄청난 호응이 밀려오던 느끼함의 초절정! 친구와 나는 입을 틀어막고 느끼함에 몸부림 쳤습니다.
↓어쩔 수 없이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두 사람. 양조위가 말해요. "당신을 기다리는 것으로 나를 고문하고 있었소..." 아~~이런 초절정 느끼한 대사 느끼한 눈빛이라니...순식간에 콜라 반 컵을 마셔버렸답니다. 아~이 영화 참...수 많은 여인네들 잠 못자게 만들 문제작입니다.
이 영화, 처음부터 야한영화라고 사탕발림을 하던 친구의 말대로 정사씬은 파격적이었어요. 순간 당황. 하지만 영화의 흐름을 굳게 해주는 꼭 필요한 장면이었죠. 양조위를 암살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탕웨이.. 정사 중에 옆에 놓인 권총을 바라봅니다. 그러나 눈을 돌려버리죠. 그 기회를 놓쳐버립니다. 아~사랑이란....^^ 제목처럼 그토록 색을 경계하라고 했지만...결국 두 사람 다 빠져들고 맙니다.
↓양조위가 탕웨이에게 온전히 마음을 내주고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던 장면. 그녀의 묘하게 흔들리는 눈빛. 불안한.. 아픈 눈빛. 그날 그 곳에서 양조위의 암살이 계획되어 있었죠. 탕웨이는 식은땀을 흘립니다. 그의 마음이 담긴 반지... 너무나 투명하고 아름다운 반지입니다.
결국, 그녀는 양조위에게 도망가라고 말을 하고 말지요.
↓눈치빠른 양조위! 곧바로 뛰어내려가 "문 열어!"하고 소리치며 일자로 날아 차에 탑니다. 그렇게 암살의 위기를 모면하게 됩니다. 숨도 쉬지 않고 지켜본 그 장면. 생사가 서로 뒤바뀌는 장면...결국, 사랑이 끝나는 장면입니다.
↓사랑을 선택한 댓가, 아니 욕망을 경계하지 못한 댓가는 결국 이렇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의연한 탕웨이...다이아 반지는 돌려줍니다. 양조위는 반지를 보며 내 것이 아니라고 말하죠.
영화의 후반부를 보면서 피터 브룩의 1960년도작 <모데라토 칸타빌레>가 떠올랐어요. 브루조아 계급의 유부녀 잔느 모로는 노동자 장 뽈 벨몽도와 사랑하지만 그는 떠나죠. 손님이 도착한 어느 저녁,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에게 남편이 물어요. "손님들에게는 뭐라고 하지?" "죽었다고 하세요."
영화의 마지막. 양조위가 텅 빈 탕웨이의 방에 들어가 침대를 쓸어봅니다. 마작만 하며 놀던 아내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묻죠. "무슨 일이에요?" 양조위가 대답합니다.
"당신은 내려가서 계속 놀아..."
그 텅 빈..쓸쓸한 목소리는 오래 잊혀지지 않을 것 같군요.
러닝 타임 157분.. 그 긴 영화가 숨막히게 짧았습니다. 여운때문에 자막이 다 올라가도록 앉아 있었지요.
누군가는 나가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재밌다는 사람 뭐야!" 역시 개인차는 있나 봅니다.
OST 역시 훌륭했어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에서 숨 막히게 아름다웠던 그 영화의 OST를 담당했던 알렉상드르 데스플레가 맡았다고 하네요. 역시!
아무튼 오래 여운이 남는 영화네요. 영화 평이라는 거 난생 처음 써봅니다. 행복하네요^^
색, 계OST "Wong Chia Chi`s The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