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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섬진강 편지 원문보기 글쓴이: 섬진강
“한국 최초의 여성 작곡가 김순애 씨. ‘목련꽃 그늘 아래.....’지다” 지난 2007년 5월 어느 날, 아침 신문을 뒤지다 이 기사를 보았다. 순간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향년 87세. 그 정도면 천수를 누린 셈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부고 앞에 담담할 수 없었다. 특별히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에 다닐 때 그녀가 강의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수업을 듣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런데도 그 부고에 가슴이 미어졌던 것은 남편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으로 점철된 그녀의 삶, 그 통한의 세월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작곡가 김순애. 그녀는 한국 최초의 여성작곡가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하지만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그녀의 삶을 돌아보면 ‘통한’이라는 말 이외에는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불행했다. 김순애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 한국 최초의 베이스base 김형로와 결혼해서 장안의 화재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남편과 산 기간은 겨우 4년 남짓, 그 후 60여 년의 세월을 그녀는 오로지 남편을 그리워 하며 보냈다. .................................. <중략> .......................................... 이런 사연을 알고 난 후로 나는 그녀가 작곡한 가곡 <그대 있음에>를 예사로운 마음으로 들을 수가 없다. 이 노래는 지아비를 기다리는 한 여인의 처연한 그리움의 기록이다. 그대의 근심이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그대 있으메 내 맘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리움이여,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세 번씩이나 애절하게 반복되는 그리움이여, 그리움이여, 그리움이여. 그녀의 말처럼 인생은 음악과 달리 반복도 없고 변주도 없다는데, 아! 오로지 한 사람을 그리워하며 보낸 60 여년의 세월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을까. -「나를 위로하는 클래식 이야기」<진희숙 지음>중에서 ‘슬픈 사랑도 아름답다’
밑줄을 치고 싶은, 그러나 누군가에게 주고 싶어 밑줄을 치기에는 아깝다는 책, '나를 위로하는 클래식'
-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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