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s)
원제: No Country for Old Men
감독/각색: 조엘 코엔 & 에단 코엔 형제
배우: 조쉬 브롤린, 하비에르 바르뎀, 토미 리 존스, 우디 헤럴슨
제작사: 파라마운트 빈티지
수입/배급: CJ 엔터테인먼트
국내개봉: 2008년 2월 21일 개봉 예정
코엔형제가 <블러드 심플>, <파고>의 핏빛 세계로 돌아왔다. 코엔형제의 신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과거 코엔형제식 갱스터 누아르의 공기를 담고 있지만 답보나 재탕이라 부를 수 없는
원숙한 시선을 보여주는 영화다. 2시간 2분을 넘는 다소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응집력 높은 이야기 구조와 토미 리 존스, 조쉬 브롤린, 하비에르
바르뎀 등의 열연으로 비평가와 관객들 모두에게 호평을 받으며, 2007년 최고의 영화로 선정된 작품이다.
영화는 사막 한 가운데서 사냥을 즐기던 모스(조쉬 브롤린)가 총격전이 벌어진 듯
출혈이 낭자한 사건 현장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모스는 물 한 모금을 갈구하는
단 한명의 생존자를 외면한 채 떠나다가 우연히 이백만 달러가 들어있는 가방을 발견한다.
횡재를 했지만 물을 달라는 요구를 거절한 게 내심 꺼림칙했던 모스는
새벽녘에 현장을 다시 방문하게 되고, 때마침 마주친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여기에 2백만 달러가 든 가방을 찾는 살인마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와 보안관 벨(토미 리 존스)가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혼돈과 폭력의 결말로 치달아 간다.
시종일관 장르적 재미로 충만한, 그러나 재기발랄하다기 보다 가슴 한 구석을
스산하게 만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코엔형제의 영화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코맥 맥카시가 쓴 동명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적극적인 사건 해결의 역할보다 상황을 관조하는데 그치고 있는
토미 리 존스의 시각을 쫓다보면, 코엔형제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감지할 수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세상을 바꾸지 못한 노인의 자괴감 어린 시선으로 무분별한
폭력이 잠식해버린 현실세계를 비관하는 영화다.
감상평-
코헨형제^^
그들을 세상에 알린 <블러드 심플>의 세계 그리고 그들에게 최상의 영광을 안겨준
<바톤핑크>와 <파고>의 세계로 그들이 돌아왔다.
돌아온 그들은 이제는 더이상 재기발랄한 컬트악동들이 아닌 늙고 현명해진 대가의 눈을 가지게 된다.
돈을 둘러싼 아귀다툼속에서 그들을 쫓는 보안관 에드 톰 벨(토미 리 존스)의 눈은
언제나 먼곳을 향해 있다.
놀랍게도 영화는 자신만의 원칙을 가진 살인마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의
엽기적 살인행각을 끝까지 단죄하지 못하고 끝이난다.
두번의 그의 위기(한번은 우연한 사고다)가 있었지만 그는 큰 부상만당하고 물러난다.
직접적으로 영화를 끌어나가는 를르윈 모스(조쉬 브롤린)는 악전고투끝에 결국
어이없게도 안톤도 아닌 다른 멕시칸에게 죽임을 당한다
게다가 '그를위한 화면은 이 영화에 없다' 그는 죽음의 순간을 담은 총격전도
관객에게 보여주지 못한채 죽음을 맞이한다.
사실적인 주인공인 그는 수많은 살아나려는 노력을 뒤로하고 그만
보안관 에드에게 주검으로 발견된다.
안톤시거는 그를 잡기위해 고용된 왠지 대단하게 보였던 해결사(우디해럴슨)를
너무도 간단하게 죽이고(어이가 없는 상황)
그를 죽도록 고생캐한 모스의 아내를 마지막으로 죽인다.
여기에 그를 잡던지 죽이던지 영화에서라면 필요한 뭔가 해결을 지워져야할
현명한 보인관 에드는
그의 부상당해서 은퇴한 전직 보안관 아버지를 찾아가 자신의 선조
보안관들의 비극적 최후에 대해 듣는다.
그리고 그는 은퇴해서 아내의 여유있는 식사를 먹으며 유유자적하면서 끝난다.
사실상 영화내에서 결론지어야 하고 보여줘야할 모든것을 포기한 이 영화가 가지는 미덕은 무엇일까?
코헨형제는 데뷔작 <블러드 심플>에서 그들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가 있는
핏빛 환타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들의 시선은 너무도 차갑고 조소에 가득차 있다.
이러한 거리가 그들이 이후에도 일관되게 유지해온 인물과의 틈이다.
그러한 거리가 정말 잘 나타나있는 영화가 그들의 최고의 영화중 하나인 <파고>다.
무엇보다도 <파고>를 연상케 하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그 지점에서 좀더 더 나아간다.
해결을 해야할 인물들은 우연이라도 해결하지 못하고 악인은 다시금 세상에서 활보한다.
(<파고>는 적어도 우연이지만 해결한다)
에드의 시선은 시종일관 무엇도 하지 못하는 무력한 모습을 유지한다.
그는 젊은 사람보다도 현명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는 먹고 먹고 또 먹을 뿐이다.
노인들은 이제 세상을 바꾸지도 못하고 그저 초월적인 현명한 눈으로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그는 늙은 윌리엄 머니 처럼(용서받지 못한자)마지막 전투를 벌이지도 못하고 그저
은퇴해서 아내와의 식사를 즐길뿐이다.
코헨형제는 이제 누군가가 악인을 처단하여 세상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다.
다시금 악인은 태어나고 악인도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좀 재수없게 휘말리면 죽는거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일도 없듯이 살아가는것이다.
우연과 우연으로 점철된 사건들은 쓴웃음을 짓게 만들고 그런 웃긴 세상속에서 사람들은 아웅다웅 살아간다.
물론 대다수의 관객들은 극장에서 조차 그런 비참한 현실을 목도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극장에서는 좀 신나게 악인도 물리치고 세상도 그리하여 좋아지는 것을 보고 싶은 거지
그러나 이 영화 말고도 그런 영화들은 너무도 넘치고 넘친다.
삶이란 것은 충돌하고 반복되고 우연이 중첩된다. 는 코헨형제의 인생지침^^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