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마라토너 ‘베이스캠프’를 살려주십시오!
<2010년 7월 4일 새벽강변마라톤대회에서 VMK 염동춘씨와
동반주 펼치는 이기룡 해피레그 고문. 사진= 해피레그 카페>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VMK: 이하 VMK)은 앞을 볼 수 없는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참여와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달리기 모임으로, 매주 화ㆍ토요일 오전 서울 남산 산책로(북쪽)에서 정기적인 훈련을 해오고 있다.
혼자 힘으로는 달릴 수 없는 VMK회원들을 위해 주로(走路) 확보를 안내하며 동반주를 자청하는 봉사자 모임인 ‘해피 레그’ 회원들이 도움을 준다. 그리고 크고 작은 마라톤대회에 함께 출전하여 완주의 기쁨을 두 배로 즐긴다.
VMK는 2000년 10월 제주에서 열린 한 - 일 친선장애인마라톤(하프코스)대회 출전을 위해 시각장애인(1급) 이용술씨(현 회장)를 리더로 하여 8명의 회원으로 급히 만들어진데서 출발한 모임이다.
요지음과 같은 마라톤 붐이 일기 훨씬 전이고, 바깥출입도 꺼려질 만큼 제약이 따르던 당시의 시각장애인 달리기는 모험이며 도전이었다. 달리기와 스트레칭운동의 기본동작을 손으로 만지면서 배우고 반복훈련으로 익혀야 하는 눈물겨운 과정을 거쳐야했다.
입소문이 나고, 마침 불붙기 시작한 마라톤 열풍의 뒷바람에 힘입어 회원수도 늘고, 무엇보다 훈련일과 대회가 있는 날은 만사를 제쳐놓고 참석하는 회원들의 열의가 높아지면서, 현재는 회원수가 150여명에 이른다.
외형만 커 진게 아니라 회원들의 달리기 실력이 늘어났다.
발족 10여년을 보내며 동아일보(4월) 조선일보(10월) 중앙일보(11월) 등 국내의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 완주, 세계적인 사막(극지)마라톤으로 꼽히는 사하라, 고비, 아카타카(칠레), 아마존정글마라톤대회 참가회수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는 사회적약자에 대한 지원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시대의 흐름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라토너의 꿈’ 이라는 ‘서브 3’(3시간 이전 골인)를 기록 한 최초의 시각장애인도 여기서 나왂다. 선천적 시ㆍ청각복합장애인 이철성씨(45 : 마산 거주)가 주인공으로, 2010년 11월 7일 서울에서 열린 중앙일보 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59분 21초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풀 코스 완주는 물론 울트라마라톤(42.195Km 이상의 거리를 달리기)에 도전하는 이용술 회장은 작년 ‘동-서 트랜스 코리아 308Km'를 완주하는 최초의 기록도 세웠다.
그 밖에도 누구라도 뛰고 싶으면 남산 산책로로 갈 수있고, 훈련시간(매주 화ㆍ토요일 오전 10시)에 맞춰 나가면 손을 잡고 함께 뛰어 줄 자원봉사 가이드 러너가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시각장애인들에게 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들의 활동에 심각한 위기상황이 닥쳤다.
이들이 모여서 훈련을 하고 연락처로 사용해 오던 속칭 ‘녹색체육관’ 간이매점이 무허가건물이라는 이유로 7월 말 전격 철거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훈련을 위해 옷을 갈아입고, 소지품을 맡기고, 간단한 샤워까지 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마라톤의 ‘베이스 캠프’가 통째로 없어진 것이다. 당장 달리기 훈련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곧 닥쳐 올 동절기에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 예견 되고 있다.
‘디자인 서울’의 ‘명품남산’을 가꾼다는 서울시의 큰 시정방침에 이의는 없지만, 신체적 장애를 갖는 사회적소수자의 체력증진 시설로 10년 넘게 이용해온 시설이 대안없이 폐쇄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좋은 사회, 잘 사는 세상이란 무엇일까?
바로 '두루 잘 사는 사회' 일 것이다. 두루 잘 사는 사회란 지역과 계층, 연령과 성(性), 특별히 선천적이고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편견과 차별 없이, 어울려서 잘 살 수 있는 사회야 말로 ‘좋은 사회’요 우리가 함께 도착해야 하는 목표점일 것이다.
이 땅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큰 핸디 캪 인가를 보아 온 비장애인들인 우리 모두가, 일 주일에 한두 번 남산길을 찾아 서로 손 잡고 뜀박질 하며 이웃과의 소통을 꿈꾸는 시각장애인마라토너들의 희망에 격려와 배려로 화답 할 때라고 생각한다.
<참고 : 더 많은 자료검색이 가능한 곳>
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VMK) 카페: //cafe.daum.net/vmk.
시각장애인마라토너 동반주 자원봉사자
모임‘해피레그’ 카페: //cafe.naver.com/rladydduf.
(***이상은 오늘(8월 11일자) 조선일보 독자마당에 축약게재된 독자의견의 전체내용입니다.)
[출처]
[출처] 시각장애인마라토너 ‘베이스캠프’를 살려주십시오!|작성자 행복한 러너
<블로그 : 바람의 언덕, 길위의 風景> blog.naver.com/gainnal0171